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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부 | 기해년 한가위 추석 차례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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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멋진스님 작성일19-08-25 17:09 조회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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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한가위 추석 차례 법회

 

벌써 9월이 되었습니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살기 편하고, 들판에는 곡식들이 익어가니 마음도 넉넉해지고 밤에는 밝은 달이 휘영청 밝으니 온 누리가 환 합니다. 그래서 가을 저녁 , 추석이라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추석은 화합의 날이자 감사의 날입니다.

추석이 되면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다소 서먹했던 이웃들과도 햇곡식으로 그동안의 서운함을 털어버리는 화합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두가 고향으로 향하게 합니다.

또한 추석은 추수(秋收)의 날이기도 합니다.

곡식 한 알이 그저 얻을 수 없듯이,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배어있습니다. 비가 안 오면 가뭄걱정, 너무 오면 홍수 걱정, 태풍에 곡식이 쓰러질까 걱정 등등 마음을 졸이며 조심 조심 일해 온 모든 이들의 노고가 맺혀있습니다. 추석은 한 알의 곡식을 얻기 위해 이렇게 수고하신 분들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입니다.

지난 백중(우란분)때 큰스님께서도 조상님들의 공경하는 재()를 올리는 날이라고 법문을 하셨지만, 우란분재는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의 명절이고, 다만 추석은 순수한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로써 그 근본은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입니다.

그러면 우리 불자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추석 명절을 맞이해야 할까요?

첫째, 조상님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대부분 잘되면 내 공()이요,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들 합니다.

이는 참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부모은중경에 이르기를 아버지가 없으면 태어날 수 없고, 어머니가 없으면 성장 할 수가 없다. 즉 생명의 혈통은 아버지에게서 받고 육체는 어머니의 태에서 받은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추석명절을 맞아 자기 근본을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한때 뿌리찾기라는 말이 유행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뿌리찾기란 단지 족보상으로 조상이 누구냐? 나는 무슨 성씨로 무슨 파 몇 대손이냐? 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부모님이 나를 낳으셨고, 부모님은 조부님이 낳으셨고..’ 이렇게 해서 시조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나의 근원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삼계(三界)를 육도(六度) 윤회(輪廻)해 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때는 천상에 있을 수도 있었고 사람으로 짐승으로 혹은 지옥고의 고통도 받아 왔을 것입니다. 윤회하여 살아온 자신의 근원을 밝히는 일이야 말로 우리 불자(佛子)가 해야 할 일이 아니가 합니다.

8월 대보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둥근달을 볼 수 있는 날입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년 가운데 우리의 육안으로 가장 밝고 둥근달을 볼 수 있는 날이 추석 한가위 날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들 마음에 언제나 불성(佛性)이 존재하지만 늘 그 불성을 볼 수는 없습니다. 추석이라 해서 언제나 보름달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끼어 있으면 보름달은 고사하고 작은 별들도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들 마음 가운데도 항상 불성이 있지만 번뇌의 먹구름이 끼어 있으면 그 모습을 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불성은 바로 자신의 고향입니다.

그대로 천강유수천강월(千江有水千江月)이요, 만리무운만리천(萬里無雲萬里天)입니다. 천강에 물이 있으면 천강에 달이 뜰 것이고,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그곳이 곧 하늘 그 자체인 것입니다.

이에 저희 문수사에서는 이번 한가위를 맞아 추수(秋收)의 기쁨과 함께 조상에 감사하며 이웃과 정을 나누고 함께하는 자연에 고마움을 느끼는 추석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은혜에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자 합니다.

 

이번 추석 법회에는 지난 번 부처님 오신 날에 첼로 공연을 해 주었던 동해린양의 첼로 공연이 있습니다.

 

추석 차례 법회

불기 256398(일요일) 오전 11시 문수사 대법당

기해년 9월 문수사 주지 혜각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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