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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수륙재(水陸齋) 봉행 - 뉴욕 중앙일보 0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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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8-10-13 22:40 조회2,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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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부에서는 처음으로 수륙재가 오는 19일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봉행된다. 사진은 2006년 뉴욕불교사원연합회 주최로 열린 미동부 합동 수계법회에 참석한 불자들 모습.


   불가(佛家)에서 죽은 사람의 넋을 천상에 나도록 기원하는 행사를 자주 연다. 이 같은 법회를 천도재(薦度齋)라 부른다.

   하지만 불자들조차 천도제로 헷갈려 쓰는 경우가 많다. 죽은 사람의 넋에 음식을 바치고 드리는 제사 의식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齋)와 제(祭)는 엄연히 다르다. 제=제사(祭祀)를 뜻하지만 재는 죽은 이를 천상으로 인도(천도)하는 법회를 뜻한다. 부처에게 드리는 공양도 재이다. 때문에 불가에서 드리는 제사 형태의 의식은 무조건 재이다.

   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49재(칠칠재)가 가장 대표적이다. 천도재, 영산재(죽은 사람을 위해 사흘에 걸쳐 행하는 재), 예수재(죽어서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하여 생전에 부처에게 올리는 재), 우란분재(아귀도에 떨어진 망령, 대개 죽은 조상을 위하여 여는 불사)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물과 육지를 헤매고 있는 외로운 혼령들을 구제하는 수륙재(水陸齋)를 지내면 큰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해 불가에서 으뜸의 재로 삼고 있다.

미동부에서 처음으로 한인 불교계와 한국 스님들이 주축이 돼 오는 19일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대규모 수륙재를 봉행한다.



◇평화 기원=개산대재 10주년을 맞은 뉴욕백림사(주지 혜성 스님)가 이날 자유의 여신상 인근 해상에서 ‘세계평화 기원 한국고승 33인 초청 수륙위령천도대법회’를 연다.

혜성 스님은 “9·11 테러 등 각종 사건 사고로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극락세계에 왕생토록 하는 천도재를 드린다”며 “특히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뉴욕이 편안하고 재난이 없는 정토를 만들기 위한 법회”라고 설명했다.

한국 불교가 미국에서 부처님의 법을 널리 알리고 제대로 정착돼 가는 일 또한 영가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혜성 스님은 믿고 있다. 수륙재를 여는 또 하나의 이유다.

“최근 온갖 어려움과 끝없는 갈등을 겪는 미국인 대중을 위해 수륙재를 발원했습니다. 이 법회를 통해 이들이 자아를 보게하고 고해를 벋어나 해탈을 얻고자 합니다.”

혜성 스님은 이번 수륙재를 위해 한국에서 이름난 스님 30여분을 초청했다. 서울 조계사 세민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 해인사 총도감 종성 스님, 수덕사 회주 설정 스님 등 한국에서 큰스님으로 꼽히는 이들이 뉴욕을 찾는다.

뉴욕·뉴저지에서 열리는 미동부 합동대법회에 이들 중 한분을 모시기가 쉽지 않는데 이렇게 큰스님들이 대거 미주를 찾는 일은 드물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혜성 스님의 해인사 도반(같은 문중에서 수학한 스님)이다.

이들은 혜성 스님이 1978년 조계종 국제포교사로 도미,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척한 한국불교 포교 현장을 둘러보고 축하하기 모이는 것이다.

◇어떻게 열리나=수륙재는 배 위에서 열린다. 이날 라과디아공항 옆에 있는 피어1에서 크루즈를 타고 오후 4시30분 자유의 여신상으로 떠난다.

자유의 여신상 인근에 도착했을 때 삼귀의를 시작으로 수륙재가 시작된다. 법회는 헌향, 헌다, 헌공(육법공양)에 이어 설정(수덕사 회주)의 법문 등으로 이어진다.

이날 법회에서는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승무를 비롯해 살풀이, 사물놀이 등 다양한 한국 전통 공연과 함께 미국인들로 구성된 록그룹의 콘서트가 열린다. 이 행사는 동서문화의 융화를 위해 마련했다.

법회는 9시쯤 끝날 계획이다. 배는 400명이 정원이다. 때문에 백림사는 선착순으로 동참자를 받고 있다.

◇10주년 기념 행사=백림사는 수륙재와 함께 ‘혜성 선사 선서화 뉴욕초대전’을 연다. 선서화전은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혜성 스님의 작품 40여점이 선보인다.

또한 정성애씨의 단청 문양, 이법인심씨의 사경, 박금택씨의 도자기 등 불교문화를 볼 수 있는 ‘선문화전’도 함께 열린다. 845-888-2231.


☞수륙재는…

   물(水)과 육지(陸)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에 공양하는 불교의식이다. 수륙도량·수륙법회라고 불리는 수륙재는 중국 양나라 무제 때부터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971년(광종 22)에 수원 갈양사에서 혜거국사가 처음으로 시행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다.

   고려 말 왜구의 침범으로 남해안이 피폐해지자 부처님의 법으로 이를 막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강진 무위사에서 수륙재를 대대적으로 봉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의식은 재를 지내는 이유를 먼저 고하고, 영혼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들어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키게 해 축원한 후 정토로 천도한다. 의식은 북, 피리, 목탁 등 다양한 악기 등이 동원된 범패가 울려 퍼지고 바라춤 등도 함께 선보인다.

정상교 기자 jungsang@koreadaily.com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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