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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한국식 불교 명상, 에이즈 치료 활용···벽안의 대성 스님(뉴욕 원각사), 매주 1시간씩 환자들과 '호흡'...뉴욕중앙일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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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8-12-08 13:24 조회2,4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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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스님(가운데)이 미국인 HIV 감염자들에게 한국 불교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탁’

 번잡한 맨해튼 한복판 세인트 루크 루즈벨트 병원에서 죽비 소리가 울린다.

   지난 2일 대성 스님(뉴욕 원각사)이 미국인 HIV 감염자들을 위해 한국 불교 명상 수업을 이끄는 중이었다.

   이들은 바닥에 좌선을 하고 죽비 소리에 맞춰 코 끝으로 들고 나는 숨에만 집중했다.

   1시간 동안 눈을 감고 숨만 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발이 저리고, 집중력이 흐려져 잡생각이 몰려올 때쯤이면 들리는 스님의 목소리.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한국 화계사 전 조실 고 숭산 스님 밑으로 출가한 대성 스님은 지난해부터 업스테이트 뉴욕 원각사에서 도감을 맡고 있다.

   스님은 1년 전 원각사에 들른 침술가 피터 판칸의 소개로 병원에서 명상 클래스를 이끌게 됐다. 현재 미드타운과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부속 병원에서 각각 일주일에 한 번씩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세인트 루크 루즈벨트 병원은 HIV 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요가·침술 등 대체 의학의 효과를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존재다.

   ‘컴프리헨시브 케어 클리닉’을 개설하고 무료로 대체 의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한국 조계종에서 14년 동안 수행한 스님을 크게 환영했다.

   수업을 이끈 지 1년째. 휠체어에 앉은 78세 노인과 16세 청소년까지 많은 이들이 명상 수업을 거쳐갔다.

   명상 수업 시작 때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팀 케네디는 “명상을 한 뒤부터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면역력이 증가됐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 치료도 하지만, 화학 물질 때문에 부작용이 있어서 대체 의학과 치료를 병행한다”고 덧붙였다.

케네디는 스님으로부터 한국 불교 명상을 접한 후, 한국 문화에 심취해 오래된 한복 등을 수집하고 있다.

   지난해 거의 목숨을 잃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던 알베르토 루스는 명상과 요가로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명상 후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대체 의학의 효과를 꾸준히 조사 중인데, 최근 명상하는 환자들의 약물 복용량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대성 스님은 전체적인 접근법을 강조했다. “약물 치료와 대체 의학 치료는 같이 가야 해요.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치료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캐츠킬 산에서 ‘명상의 고요’를 도시로 끌고 내려오는 스님은 이 일이 진정한 불교 실천이라고 믿는다. 부처가 산 속에서 은둔만 하지 않았고, 곳곳을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가르침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환자들에게 조용하게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성 스님은 이번 주 UN이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그는 “에이즈는 당뇨병처럼 평생 치료해야하는 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반문했다. “죽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문제는 에이즈 환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어떤 인생을 사느냐 입니다.”


조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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