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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LA 시민들, ‘맛깔스런 포교’에 빠지다(현대불교 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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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5-09-15 16:33 조회1,3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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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계곡서 30여년 운영
공양간이 ‘푸드코트’로 발돋움
팟타이·똠양꿍 등 태국음식 ‘다채’
일회용품, 쓰레기 일절 금지 실천

 

  
▲ 와트 타이(Wat Thai) 사원은 사원 주차장서 푸드코트를 운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북쪽 산 페르난도(San Fernando) 계곡은 태국 음식의 요람이다. 그렇다고 계곡에 음식점들이 있는 게 아니다. 빨간 지붕이 인상 깊은 상좌부불교 사원 ‘와트 타이(Wat Thai)’가 있을 뿐이다.

음식 전문지 ‘Munchies’가 9월 4일 “와트 타이 사원이 운영하고 있는 ‘푸드 코트’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최고의 태국 맛집”이라고 소개하고 “이곳 푸드 코트에서는 한번쯤은 먹어 봐야 할 태국 음식 쏨땀 타이(spicy papaya salad), 팟타이(stir fried noodle), 똠양꿍(spicy seafood soup) 등 30여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산 페르난도 계곡에 와트 타이 사원이 들어선 건 37년 전이다. 푸드 코트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법회를 마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태국 불교 공동체만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 와트 타이 사원의 푸드 코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유명한 ‘태국 맛집’이 되었다. 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벽안의 미국인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된 것이다.

푸드 코트에서 카오팟(fried rice)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제트 티라(Jet Tila)씨는 “푸드 코트는 태국 불교 공동체의 끈끈한 연결 고리”라며 “서로의 불심을 함께 키우고 정성을 나누는 공간이자 벽안의 시민들에게 상좌부불교를 알리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카오팟은 볶음밥의 일종으로 어떤 재료를 넣고 볶음밥을 만드느냐에 따라 카오팟꿍(씨푸드 볶음밥), 카오팟 무(샐러리 볶음밥) 등이 있다.

푸드 코드가 지금에선 성공한 공간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지역 주민들의 걱정 그 자체였다. 와트 타이 사원이 푸드 코트 계획을 알리자 이를 반대하며 사원을 항의 방문했을 정도였다. 산 페르난도 계곡의 수려한 자연환경이 푸드 코트로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잖았던 탓이다.

그러나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다. ‘Munchies’에 따르면 와트 타이 사원은 푸드 코트를 운영하며 일회용품을 일체사용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운영 방침을 세우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가게를 연 태국인들 역시 사원의 말을 적극 수용하고 실천했다.

얌운센(spicy glass noodle salad) 가게를 운영하는 피타 친손(Pita Chinson) 씨는 “와트 타이라는 성전의 주차장이라는 점도 푸드 코트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우려를 없애는 데 큰 몫을 했다”며 “태국 사람에게 사원은 신성한 곳이고 그곳에서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얌운센은 당면 야채샐러드의 일종으로 당면과 같은 면과 함께 야채, 샐러리, 씨푸드 등을 넣고 새콤 달콤 매콤하게 버무린 샐러드이다.

‘Munchies’에 따르면 푸드 코트에서 최고의 인기 음식은 쿤야(Kunnya) 할머니가 선보이고 있는 쏨땀 타이다. 싱싱한 파파야와 양념 소스, 땅콩, 고추 등을 넣어 절구에 살짝 두드려 주듯이 빻아서 버무려 만드는 샐러드이다. 원래는 숯불 돼지고기나 숯불 닭고기 등과 함께 먹는 음식이지만 쿤야 할머니는 오직 샐러드만을 내놓는다. 성전 코앞에서 육류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태국 음식 박람회에 온 것 같다”는 조르단 둔(Jourdan Dunn) 씨는 “잭푸르트와 바나나리프를 맛있게 먹었다”며 “좀 더 둘러보며 이국의 맛을 즐긴 후에 사원을 다시 방문해 이국의 종교문화를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조르단 둔 씨는 푸드 코트에 오기 전에 사원을 방문해 푸드 코트에서 사용할 ‘토큰’을 구입했다. 이때 생전 처음 방문한 사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푸드 코트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와트 타이 사원이 발행하는 토큰이다. 조르단 둔 씨는 바로 이 토큰을 구입하기 위해 사원을 잠깐 방문한 것이다.

‘Munchies’는 “와트 타이 사원의 푸드 코트를 찾는 벽안의 시민들을 보면 ‘음식 포교’라는 말이 가능하다”며 “이색적인 종교와 맛깔스런 문화가 어우러진 푸드 코트는 로스앤젤레스 시민의 이목을 계속 잡아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 사원 푸트코트를 관리 중인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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