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동남부의 산악지대인 치타공에 위치한 줌머인 마을이 최근 방글라데시 정규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됐다. 방글라데시 주정부는 그러나 이번 사태를 치타공 지역 소수민족 간의 갈등으로 발표하고 이 지역에 대한 출입을 봉쇄하는 한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일본 등지에 형성돼 있는 줌머인네트워크를 비롯, 영국과 스리랑카 언론들은 치타공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며 알리는 한편 유엔인권위와 치타공위원회 등 인권 관련 단체들의 침묵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줌머인 마을에 대한 공격이 벌어진 것은 지난 2월 19일로 아시아인권센터(ACHR)의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군인들의 공격으로 적어도 4명의 비무장 줌머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찰과 교회를 비롯해 최소한 200채에 이르는 줌머인들의 가옥이 불에 탔다. 최초의 공격이 벌어진지 2주가량이 지난 3월 초 까지도 1500여 명에 달하는 줌머인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인근 정글 등에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공격이 있은 후 줌머인들은 군인들의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군인들은 이들을 해산 시키는 과정에서 또다시 실탄을 발사,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3명의 줌머인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도 사망자나 부상자의 수를 비롯해 정확한 피해규모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군대는 푸르포 파라 마을에 위치한 바나비바나 불교사원을 공격, 사찰을 전소시켰으며 주지 스님인 푸르나바스 스님도 실종됐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현장에 대한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가운데 줌머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미약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불교 뉴스 사이트인 부디스트채널은 이번 사태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아시아인권센터가 작성한 이번 사태의 보고서(www.achrweb.org/reports/bangla/CHT012010.pdf)를 유엔인권위 관계자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의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발송하자는 운동 벌이고 있다. 스리랑카 언론인 랑카데일리뉴스도 이번 사태를 보도하며 스리랑카 불교계 역시 이번 사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위기에 처한 줌머인 구호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고 전했다.
줌머족은 챠크마, 마르마, 트리퓨라, 탄창갸, 미로, 루샤이, 큐미, 컁, 바움, 팡콰. 링 등 12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글라데시의 다수민족이며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벵갈리족과는 달리 줌머인들은 전체의 60% 가량이 불교신자이며 30%의 기독교도와 소수의 힌두교도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종청소’가 벌어질 것이라는 극단적 위기설까지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남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