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지구촌공생회 1000번째 우물 파다 ...불교신문 10. 1. 13
페이지 정보
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1-14 11:59 조회2,508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관련링크
본문
1000번째 우물이 캄보디아 앙꼬쩨이 쩨아심 고등학교에 뚫렸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약 140km 거리에 위치한 앙꼬쩨이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아침 7시 숙소를 떠난 버스는 11시가 돼서야 도착했다. 2차선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을 했지만 기초를 다지지 않아 울퉁불퉁한 흙길이 그대로 드러났다. 흙먼지가 한치 앞 시야까지 가리고 오토바이와 자전거 트럭으로 도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길 좌우에는 벼를 베고 난 논이 끝없이 펼쳐졌다. 길 가 웅덩이는 오리떼가 차지한 가운데 미역을 감는 사람과 물을 마시는 가축이 섞여있었다.
캄보디아 농림개발부 체아 쏘파라 장관이 월주스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지난 11일 오전을 꼬박 달려 도착한 앙꼬쩨이 마을 쩨아심 고등학교는 정문부터 운동장 까지 캄보디아 국기와 태극기를 든 학생들로 가득찼다. 지구촌공생회가 캄보디아에 기증한 1000번째 우물을 기념하기 위해 참석한 학생들이다.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스님)는 지난 2004년부터 이 나라에 우물을 파서 기증하고 있다. 쩨아심 고등학교가 1000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월주스님을 비롯한 금산사 주지 원행스님, 전 중앙종회의원 일화스님, 북한산 노적사 주지 종후스님, 금산사 수련원장 일감스님, 제주 기원정사 주지 혜진스님 등 스님과 김백호 전북불교신도회장, 지구촌 공생회 홍보대사 탤런트 전원주 선우용녀 씨 등 한국에서 온 신도 30여명도 함께했다.
kbs, 조선 동아 중앙일보 등 언론사들도 취재에 나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캄보디아에서도 체아 소파라 농촌개발부 장관을 비롯해, 지구촌 공생회가 우물을 집중적으로 시추하는 두 지역 따케오주와 캄폿주의 스레이 벤, 코이 쿤 후올 주지사, 그리고 주 캄보디아 이경수 대사가 참석했다.
지구촌 공생회가 시추해 기증하는 우물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캄보디아는 비옥한 농토와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난으로 인한 여러 고통 중에서도 수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수도 프놈펜과 제2 도시 시엠립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수도 시설이 전혀 돼있지 않다.
대부분 주민들은 집 앞 웅덩이에서 길은 물을 그대로 마신다. 산이 거의 없는 지형 특성상 땔감을 구할 수 없어 물을 끓일 엄두를 못 낸다. 이 때문에 영아 사망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이질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병에 시달린다. 평균 수명이 40을 넘지 못할 정도로 단명하는 것도 물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깨끗한 물은 곧 생명이다.
<사진>우물이 없으면 웅덩이 물을 그대로 마셔야한다. 한 주민이 집앞 웅덩이에서 물을 담아 마시고 있다. 물 때문에 영아 사망률이 높고 평균 수명이 40을 넘기지 못한다.
월주스님은 2004년부터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우물 한 기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한화 70만원. 시추 후 먼지를 막기위해 지붕을 덮어 씌우고 기증자 명패를 만드는 부대 비용을 합친 금액이다. 캄보디아 공무원 월급이 10달러 인 점을 감안하면 캄보디아인들에게 70만원은 큰 돈이다. 지구촌 공생회는 그동안 남부 두 주 캄폿주에 515개, 따케오 주에 485개를 건립했다.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를 비롯 미얀마, 스리랑카, 몽골, 라오스, 네팔, 아프리카 케냐까지 7개국에서 구호사업을 전개중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우물 외에 크나이 공생초등학교, 따 뗀 영화초등학교, 앙꼬제이 공생유치원, 끄랑야으 공생유치원을 통한 교육사업및 식수지원사업, 지붕개량, 도로정비, 결연사업 등을 전개해오고 있다.
체아 쏘파라 농촌개발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공생회의 이같은 업적을 거론하며 “식수지원과 생활환경사업은 2025년 전 국민이 100% 깨끗한 식수를 사용하도록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이다. 캄보디아 정부를 대표하여 지역주민을 위해 공동우물 지원사업을 펼치는 지구촌공생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월주스님은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지 못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2005년부터 캄보디아의 캄폿주에서 식수 지원사업을 진행하였으며, 2008년 따께오주까지 사업을 확장하여 깨끗한 식수를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며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고 “오늘에 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대한민국의 환경재단,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며, 봉사정신으로 열심히 활동해주신 지구촌공생회 이사, 감사님들과 한국의 본부에서 모금과 홍보활동 등 맡은바 업무를 성실하게 완수해준 사무국 상근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여러분, 그리고 캄보디아 현지의 전근수 지부장 이하 부지부장, 피엠, 현지 활동가, 봉사자 여러분, 아울러 홍보대사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1000여기의 우물을 완공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지원해주신 후원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라고 인사했다. 이경수 대사는 “지구촌 공생회의 우물이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고 위생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며 “한국정부는 앞으로도 민간과 손잡고 식수공급 확대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간에 걸친 기념식은 1000번째 우물 개봉식으로 막을 내렸다. 우물에는 기증자 이름과 일련 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날 1000번째 기증자가 돼 행사에 참석한 송명례 보살(72, 경기도 화성)은 시종 눈물을 흘렸다. 송할머니는 “월주스님으로부터 지구촌공생회 사업 이야기를 듣고 우물 한 기 값을 냈는데 그 돈으로 판 우물이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지 몰랐다”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65세에 불교에 귀의한 송 할머니는 전 재산인 집을 판 돈을 전액 네팔 룸비니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데 기부했다. 기부 자리에서 공생회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우물 시추 비용을 냈는데 1000번째를 기록했다.
<사진> 1000번째 우물에서 퍼올린 물을 적시는 월주스님. 원행스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농업장관과 학생들이 손을 씻고 있다.
1000번째 우물을 새긴 쩨아심 고등학교와 같은 마을에는 공생유치원이 있다. 이 지역 5개 유치원 중 최고시설을 자랑한다. 한국에서 온 신도들은 공생유치원을 둘러보며 자신들이 낸 후원금이 뜻 깊게 쓰이는 현장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돌아오는 길 가에는 지구촌공생회가 그동안 기증한 우물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전북불교신도회 김백호 회장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우물 앞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송명례 보살 처럼 김백호 회장 역시 자신이 보시한 돈으로 마련한 우물이 100여명의 사람들 목숨을 살린다는 사실에 감동과 함께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돈이 이토록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 우물로 인해 병이 싹 낫고 삶이 윤택해졌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김 회장은 그간 10개 우물을 기증했다.
김 회장은 “스님들이 권유해서 시작했지만 실제 사람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지 몰랐다. 현장에서 보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우물 시추 작업을 현장에서 총 지휘 감독하는 전근수 공생회 캄보디아 지부장이 옆에서 “우물이 있기전에는 설사약 피부약을 요청하는 주민들이 줄을 서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를 잡느라 야단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약이 창고에 쌓이고 피부병이 사라졌다. 한 할머니가 저를 찾아와 손자 손녀가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죽게돼 여한이 없다며 울더라”는 일화를 소개해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지구촌 공생회를 통해 우물을 기증한 단체 개인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기증한 단체는 외교부 국제구호단체인 KOICA로 300기가 넘는다. 그 다음은 환경재단이 100여기를 기증했다. 기업은 한국세로노가 눈에 띈다. 개인은 김백호 회장을 비롯 노적사 주지 종후스님, 금산사 주지 원행스님이 많았다. 최근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동참해 각각 991, 999번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머니를 위해 기증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1002번째 우물의 주인공이 됐다.
일행을 태운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우물 상태도 살펴보고 후원자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초기에 집중적으로 설치했던 지역에서는 개선점도 보였다. 김규환 홍보팀장은 “처음에 공동장소에 설치했는데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아 이후 개인 가정에다 설치하고 관리토록 했다”고 밝혔다. 1000기를 넘어서면서 이제 신규 개발보다 관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김 팀장은 “처음 팔 때는 음용검사를 통과했지만 중간에 못 쓰게 된 우물이 있다. 폐쇄한다”고 밝혔다.
월주스님은 “식수로 부족하면 허드렛일이나 끓여 쓰게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자칫 잘못해 주민들이 마실 수도 있어 과감하게 폐쇄토록 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앞으로 관리와 주민 교육 생활 개선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규환팀장은 “우물 시추는 올해 까지 계속해 약 1500기에서 멈추고 관리와 교육에 신경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열린 우물물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방문 이튿날에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영화 초등학교와 우물 시추 예정지를 방문했다. 우물이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은 곧 천국과 지옥과 다름없었다. 품꼿 주 콕무롱에서 만난 빤사렛(50), 쌍스룬(48) 부부는 “딸셋 아들 둘이 있는데 우물이 생긴뒤 아주 좋아한다”며 우물이 아주 맛 있다는 ‘앙 드옹 떡 정안’을 거듭 외쳤다. 빤사렛 씨는 “우물이 없을 때에는 1km 넘게 떨어진 절에 가서 길어 먹었으며 아이들이 늘 설사 배탈에 시달렸는데 싹 없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폼 리웁 마을에서 만난 쏫 사렌(49, 여) 씨는 “할 수 없이 집 앞 우물 물을 마신다. 출가한 아이 둘과 손자 1명이 있는데 배가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한다”며 “우리마을에도 꼭 우물을 파 달라”고 하소연했다.
월주스님은 “처음 100개를 파기로 했다가 많은 곳에서 요청을 해와 1000개로 늘렸는데 아직도 요청하는 곳이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일행은 끝으로 지난해 3월 문을 연 따뗀 영화초등학교를 방문, 아이들이 준비한 재롱을 보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마침 이곳에는 박경준 교수의 인솔아래 동국대 108 리더스회 학생들이 자원 봉사 중이었다. 박교수는 ”2주 일정으로 공생회가 건설한 학교 유치원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놀며 글과 무용 음악을 가르치는 한편 화장실 설치, 빗물 막이 설치 등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따뗀축제
탤런트 전원주씨는 “대학생 여러분들을 보니 정말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건강하게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기를 빌겠다”며 격려했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해결한 일행은 이틀간의 일정을 끝내고 밤늦은 시각 프놈펜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했다. 떠나기 전 월주스님의 ‘법문’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공기와 물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숨을 쉬기 위하여 공기를 돈을 주고 산다거나 모아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고 노력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생명은 인류의 발전과 행복, 개인의 존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물을 공기와 같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여 생명을 지켜내는 것은 국가와 민족, 종교, 이념의 차이를 떠나 우리 인류가 수행해야 할 공통의 의무이며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캄보디아=박부영기자
댓글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