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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현장 르뽀]“일본 센다이 참혹 그 자체” (불교신문 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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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04-01 20:04 조회1,8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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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8일 오전 11시경 조계종 긴급재단구호봉사대 선발대가 현장조사와 더불어 즉석에서 쓰나미 희생자를 위한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온 마을이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사람들이 살던 집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자동차는 종이처럼 구겨져 사방에 널려있었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일본 대지진 발생 후 8일 만인 지난 18일 오전 최대 피해지역인 센다이시 해안가 지역을 방문한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 선발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곳은 재난영화에서 나올법한 어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지난 밤 꼬박 한나절이 걸려 센다이시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선발대는 이날 오전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센다이 미야기노쿠 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이곳에 지진 대책본부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임시숙소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차분하게 대피하고 있었다. 다행이 대책본부 인근 도로가 일부 파손된 것 외에는 이 지역에 대한 피해는 커보이지 않았다. 대책본부 책임을 맡고 있는 가토 씨는 “자원봉사에 자원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아직 해안가 피해지역은 경황이 없어 봉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좀 더 시간이 지나 복구작업이 이뤄질 때 쯤 자원봉사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발대는 실질적인 피해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센다이 동쪽에 위치한 해안가 지역 타카시고 중학교로 향했다. 지진대책본부가 마련된 이곳 역시 쓰나미의 여파로 운동장이 시커먼 진흙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 피해지역임을 직감했다. 다시 차를 돌려 해안가 인접한 나카노를 방문한 선발대는 이번 대지진의 참상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집, 개천에 거꾸로 처박혀 있는 자동차,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불탄 건물.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처참했다. 해안에 인접할수록 경찰과 구급대원의 수가 많아졌고,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결국 도로가 끊겨 더 이상의 진입이 어려웠다. 해안가 최인접까지 도보로 이동한 선발대는 자동차에서 나온 휘발유와 섞인 시신 썩는 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해 현장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물 잔해 위에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 떼가 맴돌아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피해지역 중심에 있는 센다이 시립 나카노초등학교 외벽에 걸린 대형 벽시계는 3월11일 대지진 시각인 오후 2시46분에 멈춰있어 당시 참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또 일부 마을 주민들이 무너진 집 주위에서 짐을 정리하는 모습이 더욱 안타까웠다.

선발대는 이날 현장조사와 더불어 즉석에서 쓰나미 희생자를 위한 추모법회도 마련했다. 선발대에 동참한 이운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과장은 “언론을 통해 피해가 심각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처참할 줄은 몰랐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재앙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쓰나미가 비켜간 센다이시 도심이라고 재앙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그나마 연 곳도 물건이 많지 않아 물건이 바닥나면 일찍 문을 닫는다. 생필품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이곳에서는 낯익은 풍경이다. 또 수도와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유소 역시 기름이 많지 않아 12리터 주유하는데 무려 10시간 이상 걸리는 실정이다. 외부에서 물자지원이 들어와도 인력과 기름이 부족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쉽지 않다.

또 3월 중순임에도 폭설과 이상저온이 기승을 부리는 등 주민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센다이 총영사관의 김정수 총영사는 “현재까지 대지진으로 사망한 교민은 2명으로 파악됐다”면서 “아직 가스공급이 이뤄지지 않지만 임시 피난소를 운영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 교민과 센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긴급재난구호봉사대 선발대는 15일 오후9시 나리타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신주쿠에서 여장을 풀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봉사대 본진 파견에 앞서 현지 조사에 나선 선발대는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스님을 단장으로 유정석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문위원, 이용권 수원 서호노인복지관장, 이운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과장, 권선행 총무원 사회부 국제팀 주임으로 구성됐다. 본지도 국내 불교계에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선발대와 함께 동행했다.

선발대는 해외취재진이 속속 철수하는 가운데 16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상황악화로 자칫 센다이 방문이 무산될 위기를 겪기도 했다. 종단은 앞으로 센다이 현장조사를 마친 선발대의 활동결과를 토대로 본진파견을 위한 세부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선발대 단장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스님은 “현지 원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만큼 구호봉사단 본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효율적인 구호활동을 위해 일본 불교계와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신주쿠ㆍ센다이=허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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