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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홍다영 기자의 태국 홍수사태 현지 르포(불교신문 1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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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11-09 15:34 조회1,7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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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 선발대가 방문한 방콕 서쪽 톤부리주는 수중도시가 돼 있었다. 사진은 태국 스님들이 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방콕 중심부에 위치한 이재민 대피소.

태국 수도 방콕의 북쪽에 위치한 파툼타니의 주민 피찻 통임(58)씨는 한 달 전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자 부인과 함께 무작정 집을 떠났다. 자동차를 타고 피신해 인근 탐마쌋 대학교 대피소로 향했다. 안심도 잠시, 주변 범람으로 많은 양의 물이 학교로 들어오면서 대피소는 얼마 못가 폐쇄됐다. 미처 빼내지 못한 자동차는 가라앉았다. 지친 심신을 이끌고 다시 방콕으로 왔다. 집을 떠난 후 머리 위까지 강물이 차올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침수 지역은 이미 수중도시…도로 끊겨 배 없이 이동불가

2000여 개 사찰도 잠겼지만 식수 식량 전하며 구호 전개

   

약 1m의 시멘트벽을 쌓아 올린 방콕 한마음선원.

지난 11월2일 방콕 중심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만난 피찻 통임 씨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내 한 몸”이라며 “두고 온 집 생각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는 현재 2000여 명의 이재민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400여 명이 더더욱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였다. 시설 관계자는 매일 사람 수가 늘어나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 선발대는 이날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콕 서쪽 톤부리주(州)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지역 스님과 봉사자들과 함께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현장에 참여해 실상을 파악했다.

스님들은 이날 3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하류를 따라 총 다섯 마을을 방문해 골고루 나눠줬다. 전기가 끊겨 전혀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매일매일 준비해 전달하고 있지만 대피소에 들어가지 않고 남아있는 주민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스님들이 입을 모았다.

   

물에 잠긴 사찰.

이곳에 진입하기까지 배를 타고 이동해 다시 쪽배로 갈아타야 하는 등 불편함이 따랐다. 도로가 끊어져 배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직격타를 맞은 이곳은 수중도시가 돼 있었다.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했지만 주민들은 강물을 그대로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직접 들어가 보니 깊은 곳은 겨드랑이까지 잠겼다.

이번 홍수로 많은 사찰이 물에 잠겼다. 하지만 스님들은 부처님을 안전한 곳에 모시고 절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식사와 식수를 제공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곳도 바로 사찰이었다. 현재 세계불교도우의회(WFB)를 중심으로 현지 사찰들은 후원을 받아 무료로 먹을 음식과 식수를 나눠 주며 활발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선발대가 11월1일부터 2일까지 방문한 왓트 파우람 까우 등의 사찰들은 대피소이자 식량과 물품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11월1일 왓트 프라스리마하타트 사원에서 만난 덴퐁 슈와난차이롭(세계불교도청년우의회 활동가)씨는 “허리춤까지 물이 차올라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해 절에 왔다”며 “수위가 언제 올라갈지 몰라 여전히 안전하지 않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 사찰은 활주로 침수로 이미 폐쇄된 방콕 북쪽 돈므앙 공항과 6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주민에게 전할 식량을 배에 싣고 있는 봉사자들.

이번 홍수는 정부당국이 건기와 우기예측, 댐 담수와 방류에 실패해 재앙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댐을 제대로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우기를 맞았고 방류시기를 놓쳐 홍수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대량 방류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수도 중심부를 지키기 위해 제방을 쌓고 물길을 옮겨 방콕 전면 침수라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지만, 외곽 지역 침수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27개 주(州)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측은 이번 국면이 진정되기까지는 약 한 달 정도 걸릴 거라고 내다봤다.

팰럽 타이어리 사무총장은 “방콕 또한 상류에서 내려오는 대규모 강물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식수와 마른음식, 구급약품 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방콕 북부의 침수된 저지대 마을.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스님은 “주민들이 더러운 물속에서 생활하고 있어 수인성 질환이 우려된다”며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피해를 당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스님들이 마을을 일일이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활동을 펼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불자들도 이번 태국 홍수피해에 도움의 손길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톤부리주 한 어린이가 오염된 강물에서 수영하는 모습.
선발대는 태국 홍수에 따른 상황을 조사하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찾기 위해 10월31일부터 3박4일 동안 방콕에 머물렀다. 첫 날 한국대사관과 조계종 한마음선원을 방문한데 이어 다음날 세계불교도우의회(WBF)를 방문해 주요 활동과 실질적인 지원방법을 논의했다.

한편 본지와 아름다운동행은 올 연말까지 태국 대홍수 피해 전면 복구를 위한 긴급재난구호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농협 301-0029-6115-71 예금주: 아름다운동행)

 

■ 인터뷰/ 왓트 파우람 까우 사원 주지 피야소본 스님

“한국불교계 나서 태국 도와줬으면”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 선발대 단장 묘장스님은 지난 2일 태국 방콕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시설현황을 파악하고 현지 주민들을 위로했다.

“현재 태국 전체 2000여 개의 사원이 물에 잠겼습니다.”

지난 11월1일 만난 왓트 파우람 까우 사원 주지 피야소본 스님<오른쪽 사진>은 이번 홍수로 피해를 입은 사찰 등 피해 현황을 알리며 도움의 손길을 적극 요청했다. 스님은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사찰 문을 활짝 열고 경내에 대피소를 마련했다.

부처님이 모셔진 법당 양쪽으로 후원받은 수백통의 생수와 컵라면, 부식품 등이 쌓여 있었다. 공양간은 수재민들에게 전달할 구호품들이 정성스럽게 비닐에 포장돼 있었다. 스님은 한 봉지 당 한 가족이 3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소개했다. 한 켠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만들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봉사자와 이재민이 따로 없었다. 집 안으로 물이 들어와 사찰로 피신한 유파디(49)씨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스님이 배려해 주셔서 잘 지내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사찰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찰에서는 오전5시부터 구호품을 포장해 하루 3~4차례에 걸쳐 인근 마을에 배달하고 있다. 피야소본 스님은 “침수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배를 타고 찾아간다”며 “빠른 시일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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