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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한국불교 봉사단 던냐바드(고맙습니다)”(불교신문 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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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10-11 10:52 조회1,3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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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150여km 떨어진 무대지역 니갈레 쩌우리까르카 마을. 해발 2500m 고지의 이 곳 주민들의 오랜 소원이 이뤄졌다. 국내 이주민지원단체인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도제스님)가 의료 환경에 취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무료진료에 나선 것이다. 인근에 의료시설이 전무해 마을 청년회 차원에서 몇몇 단체 등을 통해 의료진을 초청할 계획을 세우고 다방면으로 힘을 쏟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주민들에게 이번 의료봉사단의 방문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나마스떼 네팔 & 코리아’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활동에는 한국에서 네팔 이주민 등을 돕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한국YBA와 동국대 경주병원의 ‘수미따 봉사단’이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5일 스리니갈데 학교에서 본격적인 첫 활동이 펼쳐지자 ‘던냐바드’(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집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진료는 외과와 내과, 소아과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진행됐다. 1~2시간은 기본이고 해 뜨기 전부터 3~4시간을 걸어서 왔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곳은 약 4500명이 살고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지역이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으며 아시아의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네팔에서도 극빈마을에 속한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카드만두 까지 가야 하지만 도로사정이 열악해 왕복 12시간이상을 감수해야 하고, 치료비 또한 마련할 길이 없어 사실상 병원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열악한 실정은 정형외과를 첫 번째로 방문한 60대 환자에게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양 쪽에서 성인 남자 두 명이 부축해야 할 정도로 무릎 통증이 심해 전혀 걸음을 떼지 못했다. 바지를 걷자 왼쪽 무릎 한쪽이 불룩 튀어나와있었다. 동국대 경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김종필 교수가 환자를 향해 서둘러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그러자 ‘돈이 없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김 교수의 표정도 심각해 졌다. 약 처방으로 환자를 보내고 “종양일 가능성이 70~80%이상”이라며 “앞으로는 의료봉사를 확대해 환자들을 국내로 초청하는 기회도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료소를 찾은 주민들은 관절염이나 두통, 감기, 피부 건조증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만성이 된 경우가 많았다. 첫 아이를 출산한 이후 과다출혈로 약 2년 반 동안 생리가 없다는 20대 여성 환자부터 동맥경화증이 악화돼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중풍이 올 가능성이 농후한 40대 남성, 만성 중이염으로 수술이 시급한 70대 할아버지 등 대부분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된 사례였다. 3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주름이 깊게 패여 있고 검게 탄 여성 환자도 있었다. 고된 노동으로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어 ‘약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처방을 내렸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의료진의 극적인 도움으로 혜택을 입은 이들도 줄을 이었다. 현지 병원에서 손 쓸 수 없어 찾아왔다는 20대 청년의 질환을 말끔히 해결해 줬다. 물혹 제거 수술을 대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그대로 뒀다면 점점 커져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유발해 생활에 큰 불편함을 무릅써야했다. 장비가 미흡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하기도 했지만 한국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다. 20대 경찰 청년은 “병원서 수술이 불가능 하다고 해 포기했는데 다행”이라며 진료소 밖을 나갈 때까지 한국 의료진에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첫 날 진료소에는 총 300여명이 다녀갔다. 진료를 시작한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예상과 달리 많은 주민들이 다녀갔다. 사전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무료진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온 것이다. 진료소 한 쪽에서는 페이스 페인팅도 펼쳐졌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네팔 국기, 꽃, 나비, 곰돌이, 인형, 별 등 수 십 가지 모양을 얼굴과 팔 등에 그려줬다. 컵등 만들기도 체험했다.

무대마을에서의 봉사는 마지막 날인 7일까지 총 1500여명이 다녀갔다.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대기인원만 250여명이 달하기도 했다. 둘째 날은 600여명이 찾아 무료 진료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불교의식으로 주민들과 함께 회향식을 갖고 여법하게 행사를 마무리했다.

단장 도제스님은 “현지 학생들까지 봉사에 함께해 환희심이 났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현지 학교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동국대 경주병원 수미따 봉사단의 의료단장인 이경섭 교수도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많다”며 “여러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마주협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박기흠 교수도 “현지 의료봉사가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한 설명을 듣고 근심을 덜어준 경우도 많았다”며 “언제나 나를 위한 봉사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이번 봉사는 일반 참가자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고 나선 봉사자도 나왔다. 그 주인공은 부산에서 온 윤동년 씨. 윤 씨는 한국 YBA 용수사 주지 우르겐 라마 스님으로부터 편부편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네팔 어린이 두 명을 추천받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후원한다고 밝혔다. 윤 씨는 “직접 와서 보고 후원을 결심했다”며 “무사히 자라 네팔의 인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봉은사 신도로 국외 봉사를 하고 싶어 참가한 김윤옥 씨는 “언어와 문화를 다르지만 쉽게 하나가 됐다. 서로 소통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남민중(14) 군도 “할머니가 신청해 주셔서 왔는데 착하고 친절한 네팔 친구들을 만나 잘 왔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진 선생님들을 도와 약 처방 부서에 있었는데 서툴렀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현지 학생들도 안내를 도맡아 눈길을 끌었다. 렌 시리스타 양은 “먼 곳에서 우리 마을까지 방문해 줘 감사하고 또 만났으면 한다. 한국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마주협 상임공동대표 도제스님을 단장으로 한 봉사단은 3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해 홍콩과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을 경유해 현지시각으로 오후11시께 네팔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2시경 도착했다.

다음날인 4일 오전9시 버스를 타고 무대지역으로 출발해 오후4시경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스리나갈데 학교에 도착했다. 봉사단을 환영해 주기 위해 300여명의 주민과 학생들이 나와 있었다. 봉사단은 주민과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약 1시간동안 환영식을 가졌다. 학생들은 전통춤과 악기 공연 등을 선보이며 네팔 문화를 소개했다. 환영식의 마지막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산골마을에 귀에 익은 음악이 흐르자 한국 봉사단과 현지 학생,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추며 하나가 됐다.

이번 나마스테 네팔 & 코리아 봉사활동에는 동국대 경주병원 의료진, 사회복지사, 이주민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실무자, 현지 통역봉사자 등 총 45명이 참여했다. 마주협은 세계일화 정신을 실현하고 국내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지난 2006년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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