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료 봉사활동은 이제 새로운 것이나 눈길을 끄는 일이 아니다. 불교계 NGO, 직능불자회뿐 아니라 일반 사찰이나 파라미타와 같은 청소년단체도 매년 의료진과 함께 나라 밖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로터스월드와 김안과병원이 캄보디아에서 지난 7년간 1000명에게 백내장 수술을 시행한 것은 기존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고도 새롭다.

로터스월드와 김안과병원은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해외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이번 의료봉사에는 안과 및 산부인과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 20명이 참석했다. 대학병원에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대규모로 구성된 봉사단이다.

   
손경수 교수가 안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첫 의료봉사를 시작한 후 7년 세월 동안 이같은 규모로 캄보디아를 찾았다. 게다가 연 1회 정도의 의례적인 봉사가 아니다. 초창기에는 1년에 4차례나 했고, 대부분 3차례씩 진행했다. 최근 들어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면서 2차례로 줄었지만 이마저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정말 열심히 한다. 봉사단은 현지시간으로 20일 밤11시를 넘어 시엠립 공항에 당도했다. 5시간 가량 걸리는 비행시간에 시차도 있는데다 밤 시간에 도착해 피곤해할만 하지만, 봉사단은 바로 다음날 오전8시 문을 열었다. 백내장 수술도 9시부터 시작했다.

백내장 수술만 1000번째

아침7시부터 14시간동안

매일 500여명 환자 치료

‘열혈의료진…’ 입소문

출국 날인 28일 하루 정도만 휴식을 취한다. 나머지 21일부터 27일까지 6일은 꼬박 봉사만 한다. 수술도 27일까지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봉사 기간 동안 백내장수술만 70여 건을 넘긴다. 초기에는 오전7시부터 밤9시까지 활동하며 5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이같은 ‘열혈의료진’의 모습에 주민들도 감동을 받았다. 이는 먼 지역을 마다않고 매번 찾아오는 주민들의 긴 행렬을 보면 알 수 있다. 7년 정도 되면 시들할 만도 한데 지난 21일 봉사 첫 날에만 400여 명의 캄보디아 주민들이 진료를 받았다.

백내장 증세로 찾은 현지주민 예입 쁘럼(여, 62)씨는 “주변에서 치료를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오게 됐다”며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는 모습에 안심하고 마음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터스월드 전폭 지원

병원시스템 두루 갖춰

환자와 의료진 불편 없이 치유”

로터스월드가 펼치는 의료봉사의 또 다른 특징은 캄보디아 시엠립에 있는 현지사업장인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 아동센터에서만 온전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여타 해외봉사가 이동식 병원으로 꾸려져 동네 학교나 마을회관 등지에서 실시하는 사례와는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간단한 내과, 외과적인 치료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해외의료봉사와는 달리 자체 공간을 갖추고 하루 10건 이상의 수술이 진행된다. ‘BWC 김안과 병원’이라는 간판이 붙은 공간에는 무균실을 마련하고 수술장비도 갖췄다.

김안과병원의 봉사활동이 ‘차별화’될 수 있었던 데는 로터스월드의 노력이 컸다. 의료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김성주 김안과병원 이사는 “로터스월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센터 원생들이 진료기록부 작성을 위해 환자들에게 질문하는 모습.

로터스월드는 의료봉사활동이 전개되면 이른바 ‘올인’ 한다. 아동센터는 병원 시스템으로 바뀐다. 원생들의 교실은 진료실로, 숙소는 수술 대기실 및 회복실로 변경된다. 수술 받는 주민과 가족에게는 숙식이 제공되고, 의료진은 센터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며 이동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의 불편을 없앴다.

수술실도 로터스월드가 준비한 것이다. 아동센터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원스톱 시스템이 구축됨으로서 차별화된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안정적인 체계가 갖춰져 있어 의료진도 걱정 없이 봉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아동센터 원생들도 자원봉사에 동참하면서 나눔의 매력에 빠졌다. 이번 의료봉사에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원생들이 환자들의 이름과 나이를 듣고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미용센터 수강생들도 환자를 위한 이·미용 봉사에 동참했다. BWC 아동센터 원장 지우스님은 “당장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봉사에 대한 직원과 원생들의 자부심이 크다”며 “앞으로도 의료봉사가 더욱 원활하게 진행돼 많은 분들이 삶의 희망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스님

“지구촌 곳곳 행복 물결 넘쳐나길”

“BWC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됐다. 의료진은 안정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홍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 더욱 밀착한 복지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스님<사진>은 김안과병원이 있어 지금의 로터스월드가 있게 됐다며 재차 김안과병원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스님은 “1000명의 눈을 뜨게 한 일은 지구 전체로 보면 미약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접하게 되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봉사 일정에 맞춰 캄보디아를 찾았지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로터스월드가 위탁 운영하는 ‘수원마을’을 찾아 문맹교육을 받고 있는 마을주민들을 위로하고, 한국인과 1:1결연을 맺고 있는 현지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선물을 전했다. 봉사 온 의료진이 불편함이 없도록 직접 세심하게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관스님은 수행자이자 국제구호단체 대표로서 불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불자라면 꼭 지켜야할 것이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라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내 자신은 이미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재산을 갖고 있으나 끝없는 욕망은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싫다는 생각 있으면 버리고 지루하다는 생각도 버리고, 버리고 버리면 마음의 평화가 오고 행복해집니다.”

   
김용란 원장(왼쪽)과 김성주 이사는 부부이자 의료봉사활동 도반이다.

■ 김안과병원 ‘불자3총사’, 김용란 김성주 손경수씨

“행복에 눈 뜬 현지주민에 더 감사하죠”

김안과병원이 지난 7년간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불자’ 삼총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용란 병원장과 김성주 이사, 손경수 교수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오직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의사로서의 당연한 의무를 수행하기에 위해 매년 BWC를 방문하고 있다. 대규모 의료진을 이끌고 나오면 당장 병원은 환자를 더 볼 수 없어 수입이 줄고 출장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자 삼총사는 뚝심 있게 해외의료봉사를 이끌고 있다.

안과전문병원으로서 과거에는 성장에 매진했다면 그 성과가 나타난 현재에는 사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제3세계 봉사를 서원한 김안과병원은 스리랑카,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눈을 돌렸지만 결국 로터스월드가 있는 캄보디아를 최종 선택지로 정했다.

김용란 원장은 “의료봉사의 최고봉은 안과라고 믿는다. 환자의 삶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안과병원 설립자인 김희수 건양대 총장도 적극 밀어주면서 봉사활동은 탄력을 받았다. 김용란 원장과 김성주 이사는 부부로 봉사에 있어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신행생활에도 열심이다.

손경수 교수는 개업의로서 안정된 삶을 버리고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원력을 세운 손 교수는 김안과병원에 들어와 그동안 손을 놓았던 백내장수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레지던트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1000번 수술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자마자 해외봉사로 눈을 돌렸다. 봉사단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의료진의 자랑거리로 꼽힌다.

김 원장은 “작은 것을 나눠주려고 왔지만 큰 것을 받아 돌아간다”며 “앞으로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김안과병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안과병원은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으로 수도인 프놈펜에 대규모 안과병원을 짓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 개원하는 안과병원의 운영을 맡으며 선진기술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빛을 선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