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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한국불교 전통문양 ‘세계화’ 지평 열다(불교신문 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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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여심 작성일15-07-28 13:29 조회1,5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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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개 지역 전시회 열어

생소한 한국단청 관심 유도

 

불화ㆍ단청 현대감각 가미해

설치미술 접목, 현지서 호평

 

미국과 유럽에 불교문화 전할

교두보 마련한 의미있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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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작가인 이수예 씨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에히메현 마츠야마시에 위치한 에히메현미술관에서 해외 첫 전시회를 열어 주목받고 있다. 위 사진은 이수예 씨(오른쪽) 가 관람객에게 여섯 번째 주제의 작품인 ‘불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불화작가 이수예 씨가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에 위치한 에히메현 현대미술관에 첫 해외전시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전시회는 사찰문화보존연구소(소장 박진명)가 주관해 진행했다. 이수예 작가는 동국대 출신으로 전통 한국불화를 전공한 화가이자 불교계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다.

지난해 금정총림 범어사 대웅전 단청과 불화를 모사한 이수예 작가는 해남 미황사의 거대한 괘불(높이 12m)을 모사해 전시하는 등 전통불화와 현대적 감각의 설치미술을 접목시켜 호평을 받았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사람’에 주목했다. 그동안 단청과 불화 등 자연에서 끌어 온 소재를 작품에 녹여 왔다면 이번 일본 전시에서는 730여점의 작품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형상을 ‘인연(因緣)’이라는 주제로 모아냈다. 즉 지금까지 작품활동이 자연문양을 공간에 수놓은 것이라면 이번에는 그 문양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사람에 대입시켜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곳에 깨달음의 세계를 펼쳐 놓았다.

그는 불교 전통문양에 들어 있는 ‘꽃’(因)들을 ‘만남’(緣)으로 엮어 ‘형상’(果)으로 만들었다. 각각의 작품에서 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를 상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며 각각의 작품에서는 개별화되어 나타난다. 작품 PART1에서는 108번뇌를, PART3에서는 무정(無情), PART4에서는 자비의 마음, PART10에서는 삼라만상과 일체법으로 표출된다.

이 작가는 “꽃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가 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자연에도 불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일체 모든 존재에는 불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의 지금 모습 그대로가 ‘한 송이 깨달음의 꽃’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RT1의 주제는 ‘화엄회상(華嚴會上)’. 석가모니부처님께서 12연기를 설하시는 장면을 묘사했다. 부처님 주변의 크고 작은 꽃들은 12가지의 연기 즉,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육입(六入)·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노사(老死)를 표현하고 있다.

12연기를 상징하는 이 꽃들은 부처님 좌우로 배치된 96개의 꽃 조각이 합쳐져 모두 108개를 이룬다. 108개의 개체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관계에 의해 존재한다. 때로는 인(因)으로서, 때로는 연(緣)으로서, 때로는 과(果)로서 서로 얽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이 모여 108번뇌를 만든다. 작품에서는 모든 번뇌들이 꽃으로 표현됐다. 번뇌는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인(因)이라고 역설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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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열 번째 주제의 작품인 ‘해인삼매’.

번뇌에서 시작된 작품의 궁극은 파도가 멈춘 큰 바다처럼 번뇌 망상이 사라지는 ‘해인삼매(海印三昧)’로 귀결되고 있다. 때문에 마지막 작품인 PART10의 주제도 해인삼매다. 바다는 우주를 담고 있으며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포용한다. 일체법을 담고 있기에 해인삼매에 들어가게 되면 일체의 모든 법을 보게 된다. 꽃이 모여 만들어낸 물결의 형상이 대해를 표현한 것이고 작품에 보이는 둥근 해는 비로자나불을 형상화하고 있다.

에히메현 현대미술관에서 최초로 한국인이 연 전시회가 된 만큼 이는 한국불교 전통문양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고 평을 받았다. 이어 그는 오는 9월1일부터 6일까지 사쿠라시 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또한 10월21일부터 27일에는 큐슈의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일본열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스키야마 하루카 에히메현 현대미술관 주임학예사는 “불교미술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라 일본인들도 친숙하게 느껴진다”며 “이 작가의 작품은 여성스럽고 색감이 좋은 멋진 작품”이라고 평했다. 전시장을 찾은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도 “과거 영산회상을 현대적으로 미술관에 묘사해 놓은 것 같아 관람객으로부터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전시”라며 “일본인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서구인들에게도 한국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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