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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인도 P.G부디스트모델학교 개교식 현장...불교신문 0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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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08-24 15:04 조회2,1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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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새롭게 문을 연 P.G부디스트모델 학교 수업 모습.

 

부처님의 후예 석가족들이 모여사는 인도 우타 쁘레데시(UP)주 마니푸르의 비론마을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학교’가 문을 열었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석왕사 룸비니(대표 영담스님)의 지원과 인도 NGO단체인 샤막코다 진행으로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개교한 P.G부디스트모델학교(P.G buddhistmodel school)가 그것.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방문한 P.G부디스트모델학교엔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천진동자’들이 모여살고 있었다.

이들 삶의 현장을 소개한다. 부처님이 성도 후 도리천에 계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하고 하강한 장소로 잘 알려진 인도 UP주 샹카시아. 이 지역엔 250만명에 달하는 석가족(shakyas)이 살고 있다. 이들 석가족은 인도 카스트제도에 속하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이다. 가난과 기아 속에서 살아가는 불가촉천민들은 인도사회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됐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56년 암베드카르의 주도로 50만명의 불가촉천민들은 불교로 개종했다. 이후 수많은 신불교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부처님의 후예인 석가족들도 불법과 진리에 따라 살아가며 카스트제도의 높은 벽을 넘고자 불교도가 됐다. UP주 마니푸르 인근엔 이러한 석가족들이 마을을 이루고 산다.

 

석가족 모여 사는 비론마을에 ‘校舍’ 건립

석왕사 룸비니 도움…2년만에 ‘원만 회향’

 

지난 18일 인도 UP주 마니푸르에 있는 비론 마을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사회복지법인 석왕사 룸비니의 도움으로 지난 2년여간의 공사를 원만히 회향하고 P.G부디스트모델학교(P.G buddhistmodel school)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날 열린 개교식은 마을 사람들의 흥겨운 잔치였다. 운동장 곳곳에는 행사를 위한 천막이 쳐져있고 마을 사람들이 타고 온 허름한 트럭들이 늘어서 있었다. 학생들과 마을 주민 400여명이 모여들고, 각계 대표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석왕사 룸비니 대표 영담스님 일행이 도착하자 학교와 마을 대표들이 각각 스님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했다. 이어서 현판식이 열렸다. 작은 커튼을 걷어내자 영담스님의 지원과 관심에 대한 감사인사가 적힌 현판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새롭게 개장된 학교를 바라보며 기뻐하면서 축하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와중에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소박한 간식이 마련됐고 열심히 준비한 듯한 학생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비론마을은 마니푸르 지역에서도 유난히 가난한 동네다. 학교는 주민들의 정성으로 지난 2003년 어렵사리 개교하게 됐다. 그러나 벽돌기둥에 짚으로 엮은 지붕 아래서 공부할 정도로 교육환경은 열악했다. 비가 새고 바닥과 벽이 썩어 곰팡이가 피는 등 아이들이 도저히 공부하기 힘든 처지에 놓일 무렵, 한국의 영담스님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 지역을 여행한 한 활동가를 통해 석가족들의 어려운 형편을 전해들은 스님은 그때부터 도움의 손길을 펴기 시작했다.

루베 수쿠마르 교장 “공부할 곳 생겨 기뻐”

 

개교 4년 뒤인 2007년 5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엔 1년안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내린 큰 비와 지방정부 허가 등의 문제로 지연됐다. 이제 겨우 건물만 완성된 상태여서 아직 부족함이 많다. 흙바닥 위에 책걸상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 1학급에서 12학급까지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공부하는 구조다. 불교도들이 다니는 만큼 교과과정에는 인도 기본교과 외에 불교 수업시간도 따로 편성돼 있다.

현재 이 학교는 교실 3개가 전부다. 한 교실에서 4개 학급이 같이 수업을 받는 형편이다. 내년에는 학교 규모를 배로 키울 예정이다. 향후 학교 울타리를 만들고 12학급이 각각 독립적인 교실을 확보할 수 있는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루베 수쿠마르 샤캬 학교장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지만 아이들이 비가 와도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긴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교복까지 입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매우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이날 누구보다 가장 기뻐하는 이들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사진설명> 합장하고 불경을 외는 석가족의 아이들 모습.

새로 단장한 학교가 마냥 좋아서 뛰어다니는 라잣(11)군은 무엇이 제일 갖고 싶냐는 질문에 “야구방망이”라고 말할 정도로 천진난만하다. “학교 오는 게 이젠 정말 즐거울 것 같다”는 프렌코마이(13)군은 장래 꿈이 군인이라며 컴퓨터가 제일 갖고 싶다고 웃었다.

개교식에 참석한 UP주 불교협의회 수바시 찬드라 붇다 씨는 “불교 성지인 샹카시아 인근 30여km 지역은 아직 미개발 지역인데다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다행히 한국에서 오신 스님의 도움으로 근사한 학교가 문을 열게 돼 대단히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개교식 말미에 영담스님은 직접 준비해온 학용품을 아이들에게 전해줬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세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스님의 짧은 인사말에 아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 석왕사 룸비니 대표 영담스님

  

“후학 양성 통해 불교부흥 이끌기를”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때는 그들의 자립심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2년 전 비론마을을 다녀온 한 사회활동가를 통해 부처님의 후예인 석가족들의 어려운 삶을 전해들은 영담스님<사진>은 그때부터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학교부지와 노동인력만 충족한다면 부족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으로 진행됐다.

“성급한 생각에 처음부터 전부 지원해주면 결국 마을 사람들이 장기간 살아가는 데 되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관심으로 지속적으로 살펴주는 것이 가난하고 소외된 그들에겐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사라졌던 인도에서 부처님의 후예인 석가족들이 불교로 개종해서 오랜 전통인 카스트 제도에서 벗어나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스님은 “많은 불교도들이 생겨 소신을 갖고 희망을 꿈꾸면서 살아가길 바란다”면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스님은 또 “불교 8대 유적지 중 하나인 샹카시아의 탑 위에 힌두교 신이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교육환경이 개선되어 교육을 받은 후학들이 양성되면 불교부흥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스님은 비론마을 외에 미얀마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건립과 태국 누포난민촌 지원 등 해외포교 지원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 ‘샤막코다’ 비서관 마니쉬 쿠마 샤카 씨

  

“고통 받아온 석가족에 희망 보여요”

 

“석가국은 멸망했지만 석가족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인도 NGO단체인 샤막코다에서 10년째 몸담고 있는 마니쉬 쿠마 샤카 씨<사진>는 “우리는 부처님의 후예”라면서 석가족임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샤막코다는 팔정도를 뜻하는 ‘샤막’과 마음속으로 일어나는 발심을 뜻하는 ‘코다’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그는 “우리의 활동 목표는 어려운 사람들 특히 불가촉천민들을 대상으로 불교적인 교육을 실시해 불교도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그것만이 유일하게 카스트의 벽을 뛰어 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사업과 불교개종 운동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유다. 그는 또 “몇해 전 샹카시아 탑 위에 불교기를 세우려다 힌두교도들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의 저지로 결국 깃발을 꽂을 수 없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힌두교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도에서, 그는 카스트라는 거대한 벽에 늘 부닥쳤다고 털어놨다. “과거 강제로 종교를 바꾸거나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던 석가족들은 이후 불가촉천민으로 오랜 세대를 고통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교육을 받은 젊은 불교도들의 활동으로 석가족들의 카스트에 대한 생각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 P.G부디스트모델학교가 새롭게 문을 연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점점 희망이 보인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도 우타 쁘레데시=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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