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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인도 국제불교회의 현장서 본 新 나란다...법보신문 1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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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2-23 12:04 조회2,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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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단을 비롯해 미얀마, 중국, 시킴, 라다크에서 온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현장 법사 기념관 주위를 돌며 제2회 인도 국제불교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5~7세기 8500명의 스님과 1500명의 교수가 함께 종교와 철학, 예술과 과학을 논했던 세계 최대 규모 학당. 하지만 1193년 이슬람 무굴제국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고 소멸되면서 이제는 그 터만이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처럼 드러나 있는 황무지. 그래서 ‘나란다(Nalanda)’는 수많은 순례자에게 슬픔의 역사로만 기억되곤 한다.

아름드리 고목, 선정의 향기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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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인도인들.

‘한 때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였지만 ‘폐사지’라는 수식어가 떨어질 줄 모르는 ‘나란다’에 8백년 만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인도관광청과 비하르주, 나바 나란다 대사원에서 공동 주최한 제2회 국제불교회의 취재 차 인도로 향한 여정에서 만난 나란다는 분명 긴 동면에서 깨어나는 도시였다.

출발 전 한국에서 이번 회의 장소가 나란다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해야 했다. 허허벌판이라는 나란다에서 국제회의라니! 걱정은 기우였다. 회의 첫날인 2월 6일 한국 대표단 일행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벌판이 아니라 인도 비하르주 나란다 대학 유적지에 인접한 현장 법사 기념관이었다. 인도정부의 이른바 ‘신 나란다’ 프로젝트는 『대당서역기』를 통해 나란다 대학의 현황을 자세히 기록한 유일한 중국의 고승 현장 법사를 기리는 바로 이 공간에서 시작된다.

중국과 인도의 수교 기념으로 지난 2008년 완성된 기념관은 하루 300여 명 이상이 방문하는 나란다의 새로운 명소다. 외관은 중국 불교 양식이지만 내부에는 인도의 미술가들이 직접 현장 법사의 일대기를 그림으로 표현했고 아잔타 석굴의 불보살상에서 착안한 문양을 천장에 새기는 등 인도에 남아있는 불교 미술 양식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국 대표단을 비롯해 미얀마, 중국, 시킴, 라다크에서 온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일렬로 기념관 주위를 돌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 의식은 개관 이후 첫 번째 공식적인 예경이기도 했다.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 15개국에서 온 3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본격적으로 회의가 열린 장소는 현장 법사 기념관 옆 공터에 마련된 특별 회의장. 본회의장과 소회의장 그리고 공양간까지 3곳 모두 흰색의 초대형 천막으로 조성됐다. 비록 임시건물이지만 내부에는 회의 무대와 의자를 꽃으로 장엄해 화려함을 더했다.

특히 이 장소는 향후 2년 내 인도정부의 문화·관광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나란다 문화도시(Nalanda Sanskritik Gram)’가 건립될 부지였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경주가 불국사, 석굴암 등 최고의 불교 문화유산과 함께 보문단지라는 레저, 생활시설을 완비한 것처럼, ‘나란다 대학 유적지’는 그대로 보존하되 그 둘레에 유적과 조화를 이루는 숙소, 공연장, 수행처 등 시설을 완비하는 문화 불사다. 문화도시 조성의 실무를 맡고 있는 아소카 쿠마르 씨는 “문화 도시 전체 모습은 마치 나란다 대학의 축소판과 같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지역 토박이라는 그의 말에는 나란다에 대한 자부심과 변화될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문화도시로 재건 움직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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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불교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나란다 대학 유적지를 찾았다. 유적지 만큼은 황망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살아남은 붉은 벽돌은 영원한 붓다의 가르침을 표현하듯 견고해 보였고 주위의 푸른 잔디는 잘 다듬어져 싱싱했다. 성인 두 사람이 손을 이어 잡아도 닿지 않을 둘레의 거목이 곳곳에서 햇살과 만나 그늘을 만들었다. 어느 누구의 설명 없이도 선정의 향기가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나란다는 붓다를 그리워하는 순례자들만의 장소가 아니었다. 유적지를 찾아 온 인도 사람들도 많았다. 한 학교에서는 소풍을 나왔는지 숨바꼭질을 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푸른 잔디에 누워, 보행로 곳곳의 벤치에 앉아 휴식과 사유를 마음껏 누리는 그들에게서도 나란다의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무주 스님은 “불교신자 수가 희박한 인도에서 불교 성지에 대해 정부 차원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며 “이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생동감을 만났다”고 나란다의 변화에 주목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도 한 목소리로 “불교성지인 나란다 대학 유적지 주변을 문화 도시로 조성하기 시작한 만큼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한국과 인도의 불교 교류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폐허의 상처를 치유하며 안으로는 과거를 찾고 동시에 밖으로 미래를 가꾸기 시작한 ‘나란다’. 아시아 전역을 거쳐 세계 곳곳에 지혜와 자비의 씨앗을 뿌려 온 불교가 이제 나란다에서 다시 대자유의 꽃망울을 터뜨릴 때다.

인도 나란다=주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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