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후원자 요구중심
실적 위주의 사업 시행
단체들 의사 결정도
객관화된 전문가 판단보다
중심 임원 기호ㆍ활동성향 따라 결정

주민은 시혜자로 고착
자활의지 저해하므로
사업방식의 변화 요구

불교 가치와 장점 살린
고유한 활동내용도 발굴 못 해

한국불교 국제구호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불교기관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한 소통을 촉진하고 불교적 가치기반에 입각한 ‘통합적 공동지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불교 단체들의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별로 그동안 축적한 활동 지침과 매뉴얼을 정비해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용권 영등포장애인복지관장은 ‘한국불교의 국제구호활동’을 주제로 특집으로 마련된 <불교평론> 61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관장은 1990년대 이후 시작된 한국불교계의 국제구호 활동의 지난 20여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제안했다.

이 관장은 특히 현재 불교단체들의 활동영역이 학교시설 건립과 같은 인프라 지원비중이 높다며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관장은 “한국보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먼저 시작한 서구 단체들은 20~30년 전부터 자선중심의 서비스 전달에서 현지주민들의 권리에 기반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아직까지 불교 단체들은 후원자 요구중심과 실적 위주 사업을 시행하는 경향을 보이며 의사결정 또한 객관화된 전문가들 판단보다 중심 임원의 기호나 활동성향을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직접 서비스 전달위주로 활동을 추진하면서 현지 주민이나 단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외부 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성이 강해져서 자활의지를 저해하므로 이에 따른 사업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며 “전문 활동인력 자원이 부족해 불교 가치와 장점을 살린 고유한 활동 내용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기관들 간의 네트워킹 통한
소통 촉진하고 경험 공유
재정확보 역량강화 필수적
정체성 확립 통합 공동지침 마련해야

이 관장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불교 기관들 간의 네트워킹 부족으로 인한 경험 공유와 제한적 활용 문제부터 해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불교 국제개별협력 NGO 주체들의 정체성 확립과 재정확보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관장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활동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데 많지 않은 현재 인적, 물적 자산은 상호 협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활용돼야 한다”며 “각 불교종단은 의지를 갖고 산하단체 뿐 아니라 타종단 타종교의 교단과도 협의체계를 마련해 인재교육과 자원 동원 및 활동분야 조정을 통한 국제구호 활동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제구호 활동가는 지역사회복지 개발 활용능력을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며 “국제구호 활동을 전문화하기 위해서는 발달된 지역사회복지 방법론을 잘 활용할 수 이썽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국제개발협력에 내포된 불교적 함의는 ‘보살정신의 국제적 실천’이라 할 것이다”며 “개신교 단체들의 지나친 선교욕으로 일조해온 근대문명의 폐해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는 것 또한 한국불교 국제개발구호 주체들의 사명이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이번 특집호에서 1990년대부터 2014년까지 불교 국제구호단체들의 시기별 활동현황과 특징도 정리했다. 이 관장에 따르면 국제구호에 참여한 불교 단체는 1990년대 5개에서 2000년대 27개, 2010년 이후 35개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개발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단체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지구촌공생회, 더프라미스, 이웃을돕는사람들, 로터스월드 등 20여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까지는 스님 개인이나 당시 형성된 시민사회단체 등의 원력으로 사업을 펼친 시기이며, 국제기구를 후원하거나 해외지부를 설치하는 등의 실천을 시도했다. 한국불교계 국제구호사업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한 단계 도약한다. 개인적 관심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며 스님 중심에서 재가자들도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 관장은 직접적인 계기로 “스리랑카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쓰나미, 파키스탄 카슈미르 지역 대지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등 구호 손길이 절실했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데서 기인한다”며 “성금을 모아 당사국에 전달하던 관행을 깨고 긴급구호대를 파견, 연계된 복구나 지역사업을 시작함으로써 구호 영역을 확산하고 보다 전문적인 접근방식도 모색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010년 이후 불교계는 국제구호를 독립된 분야의 기능으로 인정하고 사무국과 현지 지부, 지회를 설치하는 등 활동에 전문성도 더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불교평론> 61호에는 ‘가톨릭교회 해외원조 역사와 현황’, ‘한국 개신교회 해외 재해구호 활동’, ‘해외 불교단체들의 빈민구호 활동’, ‘세계를 껴안는 지구촌공생회’,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JTS’ 등을 주제로 한 글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