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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혜국스님과 함께하는 중국 선종사찰 순례- 신라 구법승들의 자취를 찾아서①(불교신문 1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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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4-05-25 17:13 조회2,5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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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이 간화선의 원류를 돌아보기 위해 지난 4월15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선종사찰 순례를 실시했다.

‘선의 황금시대를 찾아가는 순례의 길’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순례는 안후이성 첸산현 삼조사를 시작으로 황메이현 사조사, 오조사, 허베이성 링수현 진여선사, 백장사, 동산사, 황벽사, 보통선사, 서은사, 장시성 난창 우민사, 항저우 영은사에 이르기까지 2000km가 넘는 중국 대륙을 횡단하며 7일간 펼쳐졌다.

비구 비구니 스님 등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을 지도법사로 순례가 이뤄졌다.

   
조계종 스님 40여명은 지난 4월15일부터 21일까지 ‘선의 황금시대를 찾아가는 순례의 길’을 주제로 중국 선종사찰순례를 진행했다. 사진은 장시성 진여선사에서 신라 이엄스님의 추모다례재를 지낸 뒤 도량을 둘러보는 장면.

“이곳은 본래 죄가 없다고 하는 인간해방이 이뤄진 도량이다. 죄의 성품이 본래 공하다는 이 가르침은 세세생생 몸을 다 바쳐도 갚을 수 없다. 이번이 네 번째지만 올 때마다 신심이 난다. 인간의 본질을 알려주는 대단한 성지다. 이런 마음으로 도량을 참배했으면 한다.”

지난 4월16일 중국 선종사찰 순례단이 가장 먼저 도착한 안후이성의 삼조사에서 지도법사 혜국스님이 한 첫 법문이다. 전날 오후 남경국제공항에 도착한 순례단은 꼬박 5시간을 달려 첸산현에 도착했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일정이었지만, 법문을 듣는 스님들의 모습이 무척 진지하다. 순례길에서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지 찬찬히 알려주는 혜국스님에게서 후학사랑이 느껴졌다.

삼조사는 2조 혜가스님의 뒤를 이어 3조에 오른 승찬조사의 도량이다. 승찬스님은 원래 나병환자였다. 계절이 오고가는 줄도 모르고 14년 동안이나 자신을 숨기고 살았다. 전생에 지은 죄가 커서 이런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한 스님은 혜가스님을 찾아가 죄를 낫게 해달라고 청했다가, 죄의 성품이 공하다는 것을 알고 깨닫게 된다.

인간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완전하다고 하는 도리를 깨친 것이다. 혜가스님을 만나기 전까지 문둥병으로 자신을 자책하며 고통에 시달렸을 스님을 떠올렸다. 문득 망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걸까.

한 생각에 속아 업에 끄달려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 혜국스님은 “생각을 일으킨 그 자리는 기쁨을 안은 자리나 슬픔을 안은 자리나 둘이 아니다”는 법문을 들려줬다.

“생각은 우리가 만든 업이다. 그런데 내가 만들어 놓고 업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꿈속에서 불을 만나 뜨겁다 하고 물을 만나서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다. 주인 자리에 돌아오는 순간 딱 깨고 보면 아무것도 없다. 허무의 도리를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보는 존재의 원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연기 공성의 도리는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진리 그 자체다.” 거침없고 당당하게 진리를 펴는 스님 법문을 듣고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삼조사 경내에는 승찬스님이 선 채로 입적했다는 입화탑이 있고 수행처인 삼소굴, 사리 300과 가운데 100과를 모셨다는 삼조탑이 있다. 승찬스님과 4조 도신스님이 선문답을 주고 받은 해박석도 누워있다.

순례단은 삼조사에서 두 시간을 버스로 이동해 4조 도신스님이 머물던 후베이성 황메이현의 사조사에 도착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도량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선종의 6대조 가운데 3조 승찬스님까지는 선법도량이 없어 걸식하며 떠도는 생활을 하지만 4대조부터는 도량에 정착해 법을 펴게 된다.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간화선 원류 돌아보기 위해

2000km 넘는 중국 땅 횡단

승찬스님의 삼조사 시작으로

항저우 영은사까지 참배

죄의 성품 본래 공하다는

완전한 평등의 세계 봤으리라

순례단은 간단한 예불을 올리고 선방으로 자리를 옮겨 참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진의 마음으로 4조 스님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혜국스님의 당부와 함께 스님들은 일제히 가부좌를 틀었다. 20여분이 흐르는 동안 미동도 없이 침묵만 가득했다.

바닥에서 정진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선방은 잠깐 졸기라도 하면 앞으로 고꾸라질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다. 도신스님은 30년간 이곳에서 법을 펼쳤다. 스님의 선사상의 정수는 ‘수일불이(守一不移)’다. 하나를 지켜 움직임이 없다는 뜻이다. 죽비소리와 함께 참선이 끝나자 혜국스님이 “모든 잡념과 움직임을 그림자로 알아야지 따라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직 하나를 지키기 위해 번뇌 망상은 어떻게 제어해야 할까.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번뇌는 곧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만들어준 것이므로 은인으로 여겨야 한다는 당부였다. 이것은 또 무슨 뜻인가. 잡힐 듯 말 듯 한 법문이 이어졌다.

혜국스님은 “망상은 자신이 만든 것이다. 번뇌 망상 멀리하고 싫어하면 이 공부 못한다”며 “과연 망상이 어디서 오는지 이 중생 한 번 제도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의 설법으로 망상이 부처가 되는 순간이었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가 물을 볼 수 없듯 우리는 항상 진리 속에 살고 있지만 다만 모를 뿐이었다.

도신스님은 제자들과 노동하며 좌선하는 선농일여의 생활을 하며 60년 동안 장좌불와(長坐不臥)했다. 사조사는 도신스님 시절에 이미 절의 규모가 800칸에 이르고 스님 1000명이 상주하는 대찰이었다. 쌍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사조사에는 당나라 탑 가운데 가장 보존이 잘 돼 있다는 비로탑이 있다.

탑 안에는 도신스님의 등신불과 함께 신라 유학승 법랑스님의 상도 모셔져 있다. 혜국스님은 “법랑스님이 스승인 도신스님에게서 받은 법은 신라에 전해져 구산선문의 하나인 문경 봉암사 희양산문의 기원이 된다”고 말했다.

오조사는 사조사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황메이현 빙무산에 있었다. ‘법만 볼 뿐 사람 못나고 잘난 것은 보지 않는다’는 홍인스님의 사상이 녹아있는 도량이다.

홍인스님은 70살을 넘긴 나무꾼 신분으로 불법을 배우러 갔다가 도신스님에게 “다 늙은 노인이 설사 불법을 깨친다 해도 법을 널리 펴지 못할 것이니, 다시 몸을 바꿔 태어나 동진출가를 한다면 그때 불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말을 듣고 산을 내려와 처녀의 태속에서 원력수생했다는 인물이다.

원력수생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깨달음의 길로 가려는 노력을 의미하는데 사바세계에 원력으로 오는 불보살의 출생을 뜻한다.

특히 오조사는 6조 혜능스님이 행자 신분으로 법을 전해 받은 현장이다. 혜능스님이 8개월간 방아를 찧던 자리에 디딜방아를 재현해 놓은 육조전이 있다. 홍인스님이 혜능스님에게 달마선사로부터 이어진 의발이 전해진 곳이다. 사찰 뒤편에는 도신선사가 혜능에게 몰래 법의를 전해줬다는 수법동굴 등이 남아 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방아 찧기에 열중했던 혜능스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불교에 조금의 차별이라도 있었다면 일자무식의 가난한 행자에게 법을 전할 수 있었을까. 드러난 형상에선 차별을 보이지만 부처님 눈에는 잘난 것도 못난 것도 모두 평등으로 보일 것이다.

“스승들이 밟았던 이 길은 언제나 처음 온 것처럼 설레고 가슴이 뛴다. 모든 존재가 본래 평등이라는 이 도리가 이 자리에서 형성됐다. 하늘은 비를 내려 물을 보시하고 밤새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다 흡수한다. 온 우주가 우리를 먹여 살리는데 차별이 있을 수 없다.”

한 두 시간의 짧은 방문만으로 선사들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하지만 혜국스님의 법문이 진리의 세계로 들어서는 싹을 띄운 것일까. 오조사를 나서며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바로 ‘나’임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중국 선종사찰 순례도중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사고 소식을 접하고 백장사에서 희생자를 위해 추모다례를 올리는 스님들.

■ 세월호 희생자 추모…실종자 무사생환 기원

중국 선종사찰 순례단은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사고에 따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다례재를 현지에서 봉행했다. 스님들은 4월19일 백장청규의 발상지인 백장사에서 추모식을 거행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의식은 40여분 동안 삼귀의례 반야심경, 금강경 봉독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스님들은 목탁소리에 맞춰 끊임없이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이 나고 죽는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했다.

혜국스님은 법문을 통해 “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아들딸을 위해 반드시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며 “내 자신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불자는 부처님 앞에서, 기독교인은 교회에서 가톨릭 신자는 성당에서 기도했으면 한다. 스님들도 모두 유가족이 되어 용기를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순례기간 동안 사찰을 참배할 때마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할 것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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