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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日 불교학자가 바라본 한국의 산사(불교신문 1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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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4-05-25 17:20 조회2,3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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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사를 처음 방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1995년이었습니다. 대학원생 자격으로 여름방학에 한국정신문화연구원(現한국학중앙 연구원)이 개최한 한국문화강좌에 참가했던 때였습니다.

당시 연구원에 계셨던 김지견 박사의 권유로 김 박사와 함께 영주 부석사에 갔습니다. 한국산사 탐방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부석사는 신라시대에 의상스님이 개창한 사찰입니다. 저는 신라화엄을 연구하고 있었으므로 그 본거지를 방문할 수 있어서 매우 감격했습니다.

   
사토 아쯔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산사에는 일본에 비해 치열하게 기도정진하는 불자들이 상당히 많다. 철야정진도 방불케 하는 한국인들의 정진력이다. 사진은 해인사 백련암. 불교신문 자료사진

당나라 종남산 화엄사에서 지엄을 스승으로 모시고 불도를 닦은 의상스님이 670년에 당나라가 신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돌아온 뒤 다섯 해 동안 양양 낙산사를 비롯하여 전국을 다니다가 마침내 수도처로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부석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석사의 참맛은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걸어올라가면서 절집이 들어앉은 모습을 하나하나 음미할 때 점점 깊어집니다. 산자락 경사를 최대한 이용하여 아래에서부터 위로 상승해가는 절의 배치는 도량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더욱 기이합니다. 그런 만큼 올라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발견해내는 기쁨이 남다릅니다.

부석사의 공간을 크게 나누어보면 아래로부터 일주문 공간, 천왕문 공간, 안양루 공간, 무량수전 공간이 차례로 이어지고, 무량수전 뒤쪽으로 조사당과 자인당 공간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석사 경내를 느릿느릿 산책하였습니다. 여기서 ‘일승법계도’가 강의된 모습을 상상하면서 감개무량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일본사찰도 기도하지만

한국만큼 열정 없어

24시간 사찰 개방돼 있어

마음 내면 언제나 가능

일본은 주지 스님 집…문 닫혀

그 후,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양산 통도사, 평창 월정사, 예산 수덕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사찰을 찾아갔습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템플스테이도 체험했습니다.

한국의 고찰을 답사하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산사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유명한 관광사찰 위주로 다녀서 한일(韓日)사찰을 비교한다는 것에 다수 무리가 따를 수 있겠지만 좁은 범위 내에서 일본과 한국 사찰의 차이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사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첫 번째 특징은 다름아닌 불상입니다. 한국의 산사에 봉안돼 있는 불상은 대부분 금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금빛의 불상도 있기는 하지만, 전통사찰에 모셔진 불상은 긴 역사속에서 금박이 떨어져 훼손된 불상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불상을 통해 오랜 역사와 불상 특유의 전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불상은 개금(改金)이라는 작업을 해서 항상 금색 상태로 돼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개금불사’라는 이름으로 부처님 몸에 빛을 불어넣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절마다 묘지 있어

고야산 오쿠노인, ‘靈山’으로

한국 절 산신각 칠성각 ‘눈길’

토착신앙과 어우러져 보기좋아

또한 한국에서는 불상을 전각(殿閣)에 제대로 모시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불상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사찰도 많습니다. 문화재적 가치가 높고 문화재 훼손을 차단하기 위해 원래 놓여있던 불상을 소장하고 모조품으로 다른 불상을 만들어 공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나무기둥을 불상 대신 세워놓는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산사마다 소중히 보존돼온 문화재들이 있는데, 이를 사찰을 찾는 누구나 친견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가 하면, 일본은 이를 감춤으로써 조금더 신비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양국 불교계 문화유산 보존방식의 차이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한일 사찰의 특징 가운데 두번째는 사천왕상입니다. 한국의 경우, 사천왕의 몸이나 얼굴을 의식적으로 확대하거나 부풀리는 ‘데포르메(deformation)’를 가하고 있어 매우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사천왕상은 사람의 유형과 흡사한 사실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사찰 입구에서부터 일본과 한국의 절에서 풍기는 느낌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사찰에는 그 절에 다니는 신자들의 묘지가 없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일본의 절 대부분에는 묘지가 있습니다. 특히 고야산(高野山, 진언종)에는 오쿠노인(奧之院)이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옛날 전국시대의 무사부터 최근의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불교신자들의 묘지가 있습니다. 고야산을 일컬어 영산(靈山)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한국사찰 법당에 ‘보살님’ 상주

전각의 주인처럼 법당 지켜

기도법 잘못하면 지적해주기도

한국의 사찰에는 불교 본연의 정신이 깃든 전각 외에도 산신각, 칠성각 같은 전통 신앙과 결합된 전각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의 사원에도 오랜 전통 속에서 신도(神道)와 결합하여 사원안에 신사가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불교가 들어오기 전의 토착신앙이 불교와 어우러져 현존하는 사찰에 서로다른 신앙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저는 특히 한국 산사의 산신각에 그려진 산신과 호랑이의 그림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사찰 법당에는 일본과는 다르게 법당 안에 그 전각의 주인(?)처럼 느껴지는 중년여성이 상시대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 말로는 ‘법당보살’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예전에 한 사찰에 가서 대웅전에 올라 참배를 하는데, 나의 기도방식이 옳지 않아선지 법당에 있는 여성분에게 혼난 적도 있습니다.

법당에 봉안된 주요 문화재 등을 지키고 법당예절을 잘 지키도록 독려하기 위해서 아마도 ‘법당보살’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뭐래도 한국사찰의 가장 큰 특징은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하는 수행도량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수행하는 사원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 일본사찰은 수행과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찰에서 묵언정진하며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엄숙한 마음이 솟구칩니다. 중생구제를 위해 저토록 열심히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 속에서 불교의 생명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위대하고 우월한 한국불교

일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한국불교 입문서’ 연구 중

옛날에 해인사에 갔을 때, 공양간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다가 어떤 스님으로부터 “여기는 수행처다. 밥먹는 행위도 수행의 하나다. 소리를 내지마라”고 주의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급적 말을 줄이고 사색하면서 자기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가르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산사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기도하는 불자들이 정말로 열심히 정진한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의 사찰에서도 기도를 하는 사람은 있지만, 한국만큼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치열하게 기도정진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일본서 살았던 한 한국인으로부터 일본과 한국 사찰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에 따르면, 한국의 사찰은 기본적으로 하루 24시간 개방돼 있어서 자신의 마음에 고민이 생기고 기도하고 싶으면, 새벽이라도 산사에 가서 마음껏 기도할 수 있는데 반해, 일본의 사찰은 대부분 주지 스님 집과 동화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고, 큰 사원도 밤이 되면 문이 닫혀서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일본과 한국불교의 큰 차이입니다. 사찰의 존재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한국의 산사는 천년을 지켜온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문화유산, 그리고 날마다 기도정진하는 스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망설임없이 절을 찾아갑니다. 사찰에서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일본사찰에서는 얻기 힘든 것입니다.

불교는 불, 법, 승 삼보(三寶)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수행자 자신의 해탈과 함께 불자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 주는가 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는 일본보다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위대한 우월한 한국불교의 모습이 불행하게도 일본에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저는 지금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국불교 입문서’를 집필 중입니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한국불교에 관한 이론과 역할을 연구해서 많은 일본인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사토 아쯔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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