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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벽화 그리고 도장 새기고…포교 효과 ‘톡톡’(현대불교 1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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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7-11 10:29 조회2,2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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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 튼 만화주인공 등
톡톡튀는 그림으로 사회공헌”
지진 피해자에 조각품 건네
20~30대 여성에 인기

스님들의 재기발랄함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미국 로체스터에 거주하는 부 로스(Boo Roth) 스님과 일본 니가타현에 위치한 고쿠라쿠지사의 코준 아사다(Kojun Asada) 스님이 그 주인공. 두 스님은 모두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포교현장에 나선다. 손에 칼을 들거나 붓을 든 채로 말이다.

부처 모습과 만트라로 몸에 문신을 새긴 부 로스 스님은 외양부터 범상치 않다. 법의만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머리 민 록가수’다. 때문에 별명도 메탈 스님(full metal monk). 이미 지역 내에서는 유명인사지만 외양 때문만은 아니다. 로체스터 시내 곳곳에 그려진 스님의 그림 때문이다. 전기변압기에 그려진 아이언맨 혹은 가부좌를 튼 피콜로(만화 ‘드래곤볼’의 등장인물로 악의 상징)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의자, 수돗가 등 공공시설물에 재미있는 그림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로체스터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물론 지금은 텍사스 주 오스틴까지 날아가 아트워크 페스티벌에 참여해 도시를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다.

스님의 작업이 의미있는 건 사람들이 그 과정을 함께 한다는 데 있다. 벽에 스케치를 해 놓고 색을 조금 입혀두면 나머지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몫이다. 저마다의 스타일로 붓을 들어 전체작품을 이뤄가는 것이다. 화엄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절에는 찾아오지도 않았을 사람들에게 불법을 전할 기회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로스 스님은 “공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스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렇게 로스 스님은 사람들에게 창의적일 수 있는 ‘기회 제공의 보시’를 하는 반면 아사다 스님은 지우개 도장 보시를 통해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힌다. 부처모습을 직접 지우개에 조각해 도장처럼 만든 걸 사람들한테 나눠주는 것이다.

불교가 낯선 이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직접 조각 책을 보며 기술을 습득했다는 스님은 지우개 도장이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확신한다. 2011년 일본 지진 당시 미야기현을 찾았던 스님은 집과 재산을 잃은 이들에게 더 이상 위로의 말이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를 건넸던 것. 스님은 대신 섬세하게 조각한 부처 도장을 내밀었고 그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었다.

“우리가 나눈 건 작은 대화였지만 그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온 거였습니다. 지우개가 마음과 감정을 열어준 셈이죠.”

아사다 스님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부터 스님은 지우개 조각가 토모코 츠쿠미씨와 함께 ‘제행무상’이라는 법회를 개최하고 있다. 토모코씨에게 지우개 조각을 배우며 아사다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 대부분은 이삼십대 젊은 여성들. 그들은 “지우개를 조각하며 사경을 할 때처럼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낀다”고 했다. 아사다 스님은 “지우개 조각이 절과 사람을 잇는 가교역할을 했다”며 “신도를 늘리기 위해 고민하는 많은 스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재능을 백분 활용해 불법을 격의없이 전하는 두 스님의 포교는 백천방편으로 세상에 나투는 보살의 모습을 닮았다. 사회 회향을 위해 고정관념의 틀을 한 꺼풀 벗어낸 모양새가 홀가분하기 그지없다.

사진1 ‘스님’만이 그릴 수 있는 독특한 그림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부 로스 스님.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작품 속에 연기의 세계를 담으려고 한다.
사진2 만화 드래곤 볼의 등장인물 피콜로가 좌선하고 있는 모습. 피콜로는 만화에서 악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사진3 니가타현 오지야에 있는 고쿠라쿠지사 코준 아사다 스님이 지우개 조각을 하고 있다
사진4 섬세하게 조각한 지우개 도장. 때로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데 말보다 정성이 우선한다는 걸 스님은 일본 대지진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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