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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미국 여행 단상(불교신문 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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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7-04 18:11 조회2,1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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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망외의 시간을 얻어 오랜만에 미국을 여행하고 왔다. 몇 년 전에도 오랫동안 있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한 곳에 머물기보다는 여러 곳을 다녀보았다. 어디를 가든 그곳의 미술관.박물관은 되도록 보려 했는데 우리의 불교문화재가 소장된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 그런데 몇 곳의 박물관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우선 시카고미술관이다. 여기 동양미술실 홀은 중국 및 일본 불상 위주로 전시되었고, 맨 끝에 고려시대 삼층석탑이 소박하게 한 자리를 차지해 있다. 그런데 설명문 제목이 ‘신라 말 고려 초 오층석탑’으로 되어 있는 게 문제다. 시대도 고려 중후기인 데다, 층수도 오층이 아니라 삼층석탑인 것을 이렇게 잘못 써놓았다. 이중기단을 모두 층수로 보고 오층석탑으로 적은 것이다.

혼동이 잘 되는 형식이긴 하지만, 주로 백제의 고토(故土)에서 발견되는 고려 중후기 양식이다. 또 중앙 홀을 지나면 불상 전시실이 있는데, 여기에도 신라불상일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이 중국이나 일본 불상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담당자에게 알려주려 했으나 주말이라 자리에 없어 그냥 돌아서야 했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 MA)에서도 이런 아쉬움은 이어졌다. 몬드리안(Mondrian, 1872~1944)의 그림 중 선에 의해 면을 다양하게 분할하고, 그 면을 깊이 있는 색으로 채운 작품은 유명하다. 흔히 우리의 전통 조각보와 비교되는 바로 그 작품이다. 우리의 조각보는 18세기 이전의 것이 거의 없긴 해도 몬드리안의 작품과 비교할 때 미적 성취는 우열을 따지기 어렵다. 여하튼 서양의 미술사가들은 몬드리안이 어디서 이런 영감을 얻었는지 몹시 궁금해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은 못 보고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고려 불화나 해인사의 고려 초 희랑조사 상에 보이는 가사(袈裟)룰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면 분할의 미의식은 일찍이 불교미술에서 나타난다는 걸 말하자는 것이다. 그렇건만 우리 불교미술사 연구자들이 아직 그 부분을 지적 못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우리의 불교미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함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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