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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캠페인](법보신문 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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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6-10 14:22 조회2,0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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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만난 카쿤 스님은 흔들림이 없었다. 스님은 지난 4월26일 공장에서 일을 하다 프레스에 왼쪽 손이 눌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 마디가 잘려나갔다. 마디가 잘려나간 손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사람들은 스님을 황급히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 후 잘려나간 부위를 다듬는 절단수술 등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통증완화를 위해 매일같이 약물을 투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스님은 자신의 고통보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불교신자들, 그리고 고향에서 이슬람교도들에게 핍박받고 있는 불교신자의 아픔에 눈물 흘리고 있다.


스님은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태어났다. 모든 아이들이 1년 동안 출가하는 전통에 따라 스님은 12살에 머리를 깎고 사찰에 들어갔다. 예정됐던 1년이 지났지만 스님은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계속 걸어가리라 다짐했다. 부처님 법이 좋았고, 부처님 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았다. 모시고 있던 큰스님으로부터 두 군데 사찰을 물려받아 주지로 부임했다. 두 사찰을 오고가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규모가 크지 않았던 탓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스님은 특히 어린이법회 활성화에 매진했다. 스님의 원력과 노력으로 사찰신도는 눈에 띄게 늘었고 어린이법회 참가자 역시 덩달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치타공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불교사원을 파괴하고 불교신자를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스님의 사찰 역시 안전하지 못했다. 이슬람교도들은 사찰에 들어와 각목으로 불상을 부시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사람들을 내쫓은 후에는 시너를 뿌려 불을 붙였다. 스님이 10년 넘게 일궈놓은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불에 타고 있는 사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스님에게 이슬람교도들이 다가와 개종을 강요했다. 스님이 고개를 젓자 가사를 찢는 등 위협을 가했다.


그 후로도 이슬람교도들의 협박은 계속됐다. 그들은 매일같이 스님을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깊은 절망감을 느낀 스님은 더 이상 고향에 머무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한국의 아는 스님에게 연락이 왔고 한국행을 권했다. 스님은 지난해 11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님은 김포 방글라데시 이주민법당 보타사에 자리 잡고 전법활동을 펼쳤다. 치타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교탄압을 한국인에게 알리는 활동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종교평화를 기원하는 사진전시도 개최했다. 덕분에 치타공에서 자행되는 탄압과 폭력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뜻있는 사람들의 동참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늘 부족했다. 한 달에 20만원 남짓한 돈으로는 기본적인 의식주문제 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 외국스님들의 사정도 카쿤 스님과 다르지 않았다. 스님은 틈 날 때마다 막노동을 했다. 결국 지난 4월 손가락마디가 잘려나가는 사고가 났고 1달 넘게 입원하고 있는 상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스님은 고향에서 핍박받고 있는 불교신자들 걱정뿐이다. 마디 잘린 손가락이라도 괜찮으니 어서 병원을 나가 그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그러나 수술비와 치료비, 그리고 생계에 필요한 돈을 구해야 하는 현실은 막막하다. 한국불자들의 자비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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