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불교신문 1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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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6-11 17:09 조회2,242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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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오른 그는 느릿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여러분에게 자유를 주고, 인류의 세계평화를 위해서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전쟁은 참혹했지만 그 속에서 한국군인들과 나눴던 전우애를 잊지 못합니다. 한국에 함께 온 나의 전우 니엘과 죽는 날까지 우정을 지킬 것을 약속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을 성사시켜준 한국의 스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백발에 몸이 불편해보이는 그이지만 이른바 ‘노병은 살아있다’는 말처럼 자세와 목소리에는 여전히 절도있는 강인함이 묻어났다.
이 날 홍법사에는 존볼크씨 외에 그와 나란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니엘씨, 1954년까지 특공대에서 우리나라 유격대원들과 훈련한 조셉존슨씨와 제임캠블씨 등 4명의 유엔 참전용사들이 찾아왔다. 부인과 자녀들도 함께 왔고, 병석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온 아들과 외손자 등 12명이 동행했다. 이들이 홍법사에 오기까지는 지난해 11월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이 조계종평화사절단 차원의 방미 과정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 모니카스토이씨를 통해서 참전용사를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고, 6개월여의 추진과정을 거쳐 성사된 것.
여군출신 모니카스토이씨는 전역한 남편 팀스토이씨와 이번 한국방문에 합류했다. 모니카스토이씨는 “제 아버지와 시아버지 두 분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현재 병환이 깊어 한국행이 어려웠다”며 “40년만에 조국땅을 밟고 위대하신 스님들 덕분에 뜻깊은 시간을 갖게 돼 참으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 날 홍법사에 모인 사부대중 5000여명은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을 바라보면서 전쟁의 아픔과 자유의 소중함을 실감했다. 특히 참전용사들이 부산 동명대 학군단 학생들과 전쟁포로와 행방불명된 용사들을 위해 준비한 ‘추모예식’을 지켜볼 때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예정에 없이 참전용사들에게 1000만원을 전하고 법문을 설했다.
원산스님은 “참전용사들이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은 결과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며 “대한민국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참전용사들이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을 위해 쌓은 공덕으로 이제 한국전쟁 정전60주년을 맞아 우리가 함께 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홍법사는 올해 홍법대상 수상자를 참전용사 4명으로 선정, 3000만원을 전달했다. 홍법사 창건주로서 구순을 바라보는 하도명화보살은 이 날 불편한 몸으로 단상에 올라 “한국전쟁에서 목숨걸고 우리나라를 지켜준 참전용사를 초청하게 돼 행복하고 참으로 감사하다”며 “호국영령위령탑을 세워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하는 것이 마지막 나의 희망이자 소원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은 “한국불교는 호국불교를 지향하는데, 이번 참전용사의 초청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종전(終戰)을 발원하는 의미있는 만남”이라며 “고령의 나이지만 평화를 사랑하고 분단 한국의 통일을 누구보다 염원하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는 하루가 되자”고 말했다. 참전용사 일행도 한국의 스님들과 불교계에 감사의 인사로 준비해온 감사패와 깃발 등을 전하기도 했다. 이 날 홍법사에서는 2000여명이 어린이ㆍ청소년이 참석한 가운데 백일장을 겨루는 ‘호국의 숨결대회’도 열렸다.
유엔 참전용사 일행은 홍법사 방문에 앞서 4일 범어사를 참배하고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을 예방했다. 수불스님은 이들을 맞이하면서, “범어사는 한국전쟁 당시 군부대역할을 했고 오는 9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법회가 열린다”며 “석달 후 다시한번 한국에 와주길 바란다”고 초청의사를 밝히면서 단주 등 기념선물을 전했다. 또 홍법사 참배를 마치고 같은날 오후 영축총림 통도사를 찾아 대중 스님들과 저녁예불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들 참전용사 일행은 사찰참배에 앞서 3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가 전쟁의 희생자 영령을 추모했다. 유엔기념공원에는 2300여명의 참전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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