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전하는 자비의 손길(불교신문 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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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5-20 17:59 조회2,190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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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6일 저녁 9시. 아프리카의 심장, 케냐를 향해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섰다. 지난해 6월 개설된 대한항공 직항로를 이용해 14시간을 비행한 끝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도착하자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를 가리킨다. ‘Good Hands’ 지구촌공생회 조끼를 입은 현지 PM(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일행을 맞는다.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불교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다. 아프리카 지원사업은 지구촌공생회가 6년전 첫 발을 내딪었다.
맹수 위협 받으며 7~8km
걸어 등교하는 초등생 위해
영화초등학교 완공에 이어
태공ㆍ만해초등학교 기공
태공ㆍ만해초등학교 기공식이 예정된 지난 30일 오전, 현지 PM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케냐 남쪽 응가마주 태공초등학교 기공 예정지에 주민과 정부 관계자들간 싸움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다. 1800여 평의 학교부지를 정부에서 제공했는데, 그곳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땅을 비워주기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일었다고 한다. 자칫 험한 분위기가 우려된다는 연락을 받은 월주스님은 “현장을 한번 가보자. 정부 관계자와 주민 대표를 함께 만나겠다”며 만류하는 실무자들을 데리고 차량에 올랐다.
“인지상정이라, 모든 사람의 마음은 같아. 학교를 지으려는 사람도 있고, 현실적인 생계가 달린 사람들도 있는거지. 자신들을 위해 학교를 짓겠다는데 무슨 일이 있으라고.” 1980년 조계종 총무원장 당시, 광주민주화 운동이 반발하자 희생자를 위로하겠다며 광주로 향했던 스님의 이력을 떠올리며 차량에 동승했다.
그동안 월주스님은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33곳의 학교를 건립했다. 스님의 법호를 딴 이름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출가 60주년’을 기념해 상좌스님과 신도들이 보시한 기금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그만큼 애정도 남다를 터.
학교 예정지에 도착하자 미리 온 정부 관계자와 주민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잖아요. 그럼 이들이 다른 곳에서 살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봤나요?” 예상과 달리 정부 관계자에 대한 질타성 질문이 이어지자, “정부 소유지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정부 인사들의 빈곤한 대답이 이어졌다. 결국 “2주일만 더 시간을 달라. 그동안 주민들을 설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님은 그제서야 주민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교 건립을 정말 원하나요?”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지구촌공생회는 그동안 인종과 나라, 종교를 초월해서 여러나라에 학교를 짓고, 주민들이 책임있게 운영하도록 했는데, 이곳 주민들도 잘 운영할 자신이 있나요?” “네. 농작민들도 잘 설득하겠습니다.” 때마침 30여 명의 아이들이 태공초등학교 기공식에 맞춰 준비했던 공연을 하겠다고 나섰다. 수줍은 몸짓으로 노래와 율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던 월주스님이 한 어린아이를 품에 앉았다. “아이들이 정말 학교를 원하는구만. 이것으로 기공식을 대신하지.”
이날 오후, 50여km 떨어진 올마피테트 지역에서는 만해초등학교 기공식이 열렸다. 마사이족 약 260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흙과 나무로 엉성하게 지은 교실 한 채가 전부여서, 아이들은 7km 떨어진 다른 초등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2시간 남짓 통학길에 야생동물에게 공격을 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월주스님이 2012년 제16회 만해대상 수상금 5000만원을 내놓았다. 만해초등학교는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각 교실 9칸과 교무실, 화장실 등이 건립된다. 총 1억2000만원이 소요되는데, 학교가 건립되면 320여 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
기공식날, 마을 입구에서부터 마사이족 전통복장을 한 주민 300여 명이 성대하게 ‘잔치’를 마련했다. 응가마주 지역주민 10여 명도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전통공연에 이어 시삽 행사 후 인사말이 이어졌다. 월주스님은 “만해대상으로 선정해 준 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조선일보에 감사드린다. 또 학교 건립기금을 모아준 사찰과 200여 후원자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다른 나라의 식민지를 겪은 아픔을 공유한 케냐가,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이며 시인이었던 만해스님의 평화정신과 공생정신을 배워 번영의 길로 나서길 바란다. 아이들이 킬로만자로 보다 높고 큰 꿈을 키우도록 학교와 주민, 지방정부의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여 명의 교육부 관계자와 제임스 리캄파 마을위원회 대표, 벤슨 키베렌게 교장 등이 차례로 나서 지구촌공생회와 한국불교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을주민들은 전통 구슬공예로 만든 지휘봉과 각종 장식품을 한국 방문단에 전하며 마음을 전달했다.
2007년 불교계 최초로
케냐 지원사업 ‘첫 발’
핸드펌프 등 14기 설치
유목민 정착 지원위해
농지개발ㆍ저수지 건립
지구촌공생회가 2007년 처음 케냐에서 시작한 사업은 핸드펌프 지원사업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쪽으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오지 카지아도 지역을 찾아 우물을 파고 펌프를 설치했다. 우기와 건기가 지속되는 아프리카에서 물을 언제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생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총 14기의 핸드펌프 및 모터펌프를 설치해 11,000여 주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29일, 일행은 인키니 농장을 찾았다. 지구촌공생회는 카지아도주 인키니 마을에서 주민들을 위한 지역개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목축과 구슬공예, 모래수입, 숯 판매를 통해 주민들이 일거리를 참여하도록 했다. 특히 2009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8000평에 이르는 땅을 개간해 농장을 일궜다. 이 인키니 농장은 유목생활을 하는 마사이족이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농장에서는 콩과 옥수수, 수박 등을 재배하는데, 건기가 되면 물이 부족해 농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알게 된 월주스님이 제1회 민세상 수상금 2000만원을 내놓아 저수지를 파도록 했다. 저수지 명칭은 ‘민세지’. 민세지는 가로 세로 각 40m, 깊이 5.5m에 이르는 저수지로, 총 8800ton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땅 밑에 구멍이 뚫린 수도관을 묻어 땅에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민세상은 독립운동가였던 민세 안재홍 선생을 기리기 위해, 민세안세홍선생기념사업회 주관 조선일보 특별후원으로 수여된다. 월주스님이 2010년 제1회 사회통합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민세지 현판식에서 월주스님은 “2~3년 후에 농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이 시설을 모두 마을에 기증하겠다. 인키니 농장이 케냐의 메마른 대지의 희망으로 자리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세이몬 가이콘니 마을위원장은 “이곳은 물이 제일 중요하다. 큰 저수지와 펌프시설을 갖춰 농작물을 기를 수 있게 됐다. 마을 주민들과 잘 논의하며 시설을 운영하겠다”며 스님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월주스님은 “주민들이 스스로 일을 해 자립하는 구조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첫 작물을 수확해 500여 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농장수입은 학교 운영과 마을 개발사업에 사용하게 된다”며 “이 모델을 시작으로 인근 주민들이 점차 힘을 모아 자립하려는 노력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구촌공생회와 사업장 시찰을 하면서 궁금증이 일었다. 왜 아프리카인가. 대부분 국가가 유럽 식민지를 겪으면서 기독교가 국교인 나라가 많다. 불교와는 인연이 없는 땅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불교를 전하려는 것도 아니다. 인연법으로 보면 민족이란 것도 현생에서 구분일 뿐, 과거와 미래생에 어떤 인연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왜 케냐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기자의 질문에 월주스님은 “국경과 인종, 종교를 뛰어넘어 필요한 곳을 돕는 것이 불교의 자비정신이다”며 “사람들이 근면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과 인구를 지닌 이 나라 사람들이 새마을 정신인 자주, 근면, 협동 정신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답했다.
월주스님과 함께 찾은 ‘카렌블릭슨 박물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삼천사 후원으로 건립된 엔요뇨르 영화초등학교 도서관 개관식을 마치고 일행은 잠시 짬을 내 카렌블릭슨 박물관을 찾았다. 아웃오브아프리카의 저자인 카렌이 1935년까지 살았던 집으로, 1985년 그녀의 고국인 덴마크에서 구입해 케냐 정부에 기증하면서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카렌이 케냐에 와서 72,000평의 땅을 구입해 커피 농사를 지었어. 단지 농사만 지은 것이 아니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몸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병원을 운영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때는 땅을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지. 코끼리를 사냥해 상아를 매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마음 아파했다고 그래. 기자는 혹시 아웃오브아프리카 영화 봤나? 카렌이 고국으로 돌아간 다음에 쓴 책인데, 100개 이상 언어로 번역해 읽힌 책을 영화로 만든거지. 얼마나 감동적이야. 이렇게 한번 와서 보고가면 활력이 생겨. 성취감이 있잖아.”
월주스님은 케냐에 올 때마다 카렌의 흔적을 찾아 간다고 했다. 스님이 꿈꾸는 세상도 가난을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가 없는 세상, 가난의 늪에 빠진 주민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아닐까.
케냐는 초등학교 8년 과정이 무상교육이다. 하지만 비싼 교과서와 교복을 구입해야 한다. 목축으로 생계를 잇는 대다수 케냐 국민에게 이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무엇보다 대다수 아이들이 1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 학교를 다니고 있다. 통학길에 맹수를 만나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지구촌공생회가 그들을 끌어앉고 있는 현장은, 곳곳이 감동이었다.
“케냐 국민들의 교육열은 매우 높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문맹율이 30% 이하라고 합니다. 국민들도 매우 부지런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몇 년전부터 ‘To see the east(동쪽을 보라, 동북아시아와 교류 정책을 상징하는 말)’ 정책을 펴고 있는데, 특히 경제적 급성장을 이룬 한국에 대한 케냐 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아요. 올해 9월에는 케냐 최고 대학인 나이로비 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됩니다. 열정적인 우리나라 NGO 단체들의 활동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케냐 주재 김찬우 대사가 일행에게 전한 말이다.
1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사이 적게는 1시간에서 3시간 남짓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케냐 곳곳에 위치한 사업장을 찾았다. ‘나는 80세가 넘은 나이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 본다. ‘귀일심원요익중생(歸一心源 饒益衆生, 지극한 마음으로 참나를 찾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라)’. 월주스님이 즐겨 말하는 화엄경의 경구다.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제나 청년보다 강한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월주스님의 모습이 편리함, 안락함을 쫒는 우리 세대들에게 던지는 교훈을 생각하며 아프리카의 땅을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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