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인력 완전철수와 폐쇄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국내외 불교지도자들이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남북한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오늘(4월30일) “국제ㆍ국내불교지도자들과 함께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 대화를 바라며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발표한다”고 밝혔다.

불교인들은 성명에서 “전쟁은 귀한 인명과 자연, 재산과 문화 등 공동체가 일궈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다”며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다시 전쟁의 참극이 재현된다면 남북한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불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을 막기 위해 남북한 당국자들과 시민들에게 ‘인욕’과 ‘대화’를 부탁한다”며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몸짓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남북대화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 남북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불교인들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군비경쟁을 비롯한 군사대결이 중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자국의 이익보다는 평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두고 한반도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이번 성명에는 조계종 자성과쇄신 결사본부장 도법스님,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 지홍스님, 총무원 사회부장 법광스님,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퇴휴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을 비롯해 일본 조동종의 이치노헤 스님, 태국 출신의 평화운동가 술락 시바락사, 토쉬힌 국제UN평화대학 석좌교수 등 16명의 불교인이 참여했다.

또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조계종 화쟁위원회,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미국의 부디스트 피스 팰로쉽(Buddhist Peace Fellowship)에서도 뜻을 함께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불교인들의 호소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핵개발, 미사일 발사, 대규모 군사훈련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근근하게 남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왔던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형편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을 심각히 우려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자 합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귀한 인명과 자연은 물론이거니와, 재산과 문화 등 공동체가 일궈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듭니다. 더구나 한국은 60년 전 남북 간의 전쟁으로 3백만명이 희생되고 온 국토가 파괴되었던 나라입니다. 60년 만에 한국인들은 비약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소중한 것들을 남김없이 파괴하는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다시 전쟁의 참극이 재현된다면 그것은 남북한뿐만 온 세계인의 불행이 될 것입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는 남북한의 당국자들과 시민들에게 ‘인욕’과 ‘대화’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남과 북이 시비를 가리며 적대시하는 행위를 멈추려면 서로 인욕해야 합니다. 인욕은 상대에 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공동체의 다툼을 막기 위한 가장 긍정적이고 책임 있는 행위입니다. 또한 남북한 정부가 조건 없는 즉각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몸짓이 됩니다.

부처님은 열반경에서 “곧은 것을 남에게 양보하고 잘못을 이끌어 자기에게 향하게 하면 다툴 것이 없어진다”고 하셨습니다. 남과 북은 한민족입니다.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며 대화하지 않는다면 작은 위기도 큰 화가 되지만, 서로 인욕하며 대화한다면 국제정세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위기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대화협력의 상징이니 유지하기 위해서 남북이 대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군비경쟁을 비롯한 군사대결이 중단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핵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비극을 낳습니다. 핵무기가 전쟁을 억제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군비경쟁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불은 불로 끌 수 없듯이 군사력을 앞세운 평화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 정책을 중단하고, 남한은 군비 증강을 중단하는 등 남북히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될 적극적인 흐름이 조성되기를 희망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책임도 중요합니다. 북한이 두려움 없이 대화에 나서도록 미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에 즉각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도 자국의 이익보다는 평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대 한반도 정책을 펼치기 바랍니다.

남과 북은 적이 아닙니다. 전쟁이야말로 남과 북, 나아가 지구촌 모두의 진정한 적입니다. 폭력과 유혈의 비극을 가져올 전쟁위험을 남북한 정부와 시민들이 합심하여 잘 헤쳐가기를, 평화의 기운을 드높이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원합니다.

2013. 4. 30

동참자

도법스님(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장)
지홍스님(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본부장)

법륜스님(정토회 지도법사)
퇴휴스님(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법광스님(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Dr. Sulak Sivaraksa (태국)
Somboon Chungprampree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사무국장, 태국)
Jenkir Shih 스님 (대만)
Tran Thi Lanh (Social Policy Ecology Research Institute, 베트남)
Toh Swee-Hin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수상자, University for Peace, 코스타리카)
Rev. Hozan Alan Senauke (Clear View Project, 미국)
Venetia Walkey (Dhamma Park Foundation, 영국)
Sai Leng Wan (Alternative Education for Social Engagement, 미얀마)
Jonathan Watts (Japan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일본)
Harsha Kumara Navaratne (Sewalanka Foundation,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의장, 스리랑카
KV Soon (Malaysian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말레이시아)
이치노헤(一戶彰晃) 스님 (조동종 운상사, 일본)

조계종 자성과 쇄신 추진 결사본부 / 조계종 화쟁위원회 /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 Buddhist Peace Fellowship(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