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수행체험(불교신문 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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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3-02-27 15:47 조회2,904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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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
지금 이 순간
‘마음챙김’ 하고 있어야
지혜가 싹튼다
8일 만난 우 또다나 사야도 스님은 “일어나는 생각을 분명히 관찰하면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우 또다나 사야도 스님 등이 호두마을로 향하는 길을 따라 행선을 하는 모습. 이날 10여명의 참가자들은 수행에 방해 받고 싶지 않다며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
음력 설을 앞두고 조용히 나를 돌아보기 위해 천안 호두마을을 찾았다. 프랑스에 틱낫한 스님이 세운 자두마을(플럼 빌리지)이 있다면, 한국에는 위빠사나 명상센터 호두마을이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위빠사나 수행지도자들을 지도 법사로 초청해 연 50회 정도 집중수행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1000여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우 또다나 사야도 스님과 함께한 수련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이번 수련에서 스승을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고통스럽고 슬픈 기억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과거의 기억 때문에 지금의 나를 괴롭히고 분노케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현재의 것으로 살아 움직일 때가 있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분명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괴로움을 느꼈을 때,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찍은 사진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진을 보고만 있으면 슬픔은 배가 될 것입니다. 괴로움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깨어나는 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우 또다나 스님은 ‘파도 앞에 모래알처럼 슬픔은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간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0여명의 수행참가자들이 약 2 시간에 걸쳐 1대 1 인터뷰를 모두 마친 뒤에야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두려워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면 내면의 어둠은 더 커진다고 했던가. 일어나는 생각을 분명히 관찰하고 내면을 다스리다보면 어느 순간 지혜가 싹튼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기가 쉽다.
“처음 좌선을 할 때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며 배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합니다. 이때 ‘부름’ ‘꺼짐’ 등 명칭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관찰합니다. 망상이 생기면 그것이 좋은 마음이든 싫은 마음이든 ‘생각’ 또는 ‘망상’ 하며 집중 관찰해야 합니다. ‘망상하면 안 돼’하고 억지로 몰아내면 줄다리기 하는 것처럼 피곤하기만 합니다.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들림’ ‘들림’하며 관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새소리라고 하는 순간 ‘어디서 왜 울까’ ‘슬픈가 배가 고픈가’ 등 걷잡을 수 없는 망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 또다나 사야도 스님은 여러 가지 비유로 위빠사나 수행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 여섯 가지 감각기관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는 것을 사띠, 즉 마음챙김이라고 합니다. 컴컴한 밤중에 불을 비춰야 비로소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때 불을 비추는 작용을 사띠라 하고,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새벽 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알람을 맞추고 오후9시30분이 채 안 돼 누웠다.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시끄러운 곳에 있다 와서 그런지 고요한 분위기가 익숙지 않았다. 잡생각이 기어 올라왔다. 이제 그만. 전등불을 끄며 마음의 스위치를 내렸다. 사방은 캄캄하고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숨소리마저 고요해졌다.
다음날 새벽4시. 방사에서 나와 별빛을 길잡이 삼아 법당으로 올라갔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좌선을 하고 있었다. 방석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수련자들과 마주한 채 눈을 감았다. 어제와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되돌아 봤다.
“나모 따싸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붓다사….”(존귀하신 분, 공양 받아 마땅하신 분,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께 경배합니다.)
고요함 속에서 우 또다나 스님을 따라 예불을 올렸다. 목탁소리와 종소리 없이 진행하는 것이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함께하는 명상의 힘은 대단했다. 몸에 긴장을 풀고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졸음을 쫓기 위해 등을 곧게 세웠다. 배가 불렀다 꺼졌다하는 것을 느꼈다. 폐암으로 1년 동안 고생하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 하나에도 자꾸만 눈을 뜨고 싶었다. 마음속에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생각’ ‘생각’ 하며 관찰했다. 온전히 나의 생각과 느낌에 관심을 쏟으려고 노력했다. 참가자들도 호흡에 집중하면서 즐거움, 불안함, 화 혹은 슬픔, 고통 등 그 어떤 느낌이든 알아차릴 뿐 이런 것들에 휩쓸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양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오전11시에 딱 한번 밥을 준다. 오후에 음식을 먹지 않는 전통적인 불교 수행법인 오후불식(午後不食)을 실천하고 있다. 묵언은 기본이다. 오후5시에 제공하는 과일주스나 물 말고 다음날 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마음챙김은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먹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 ‘공양할 때도 마음챙김, 묵언’이라는 문구가 확 들어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사시간에도 명상은 어김없이 계속됐다. 먹을 음식을 접시에 담으며 햇살과 대지 공기 등이 어울려 멋진 식사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또 한 번 감사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밥알을 씹었다.
돌아가는 길. 끝없는 침묵 속에서 마음이라는 감옥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명확해졌다. 이곳을 떠나도 지금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산을 내려왔다. 어제의 마음을 비운 자리에 또 다른 마음이 채워졌다.
천안 호두마을은…
재가불자들의 서원으로 1992년 설립됐으며 2002년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수행 프로그램은 오전4시부터 오후9시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지도법사의 지도에 따라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 위빠사나 수행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무상, 고, 무아의 지혜를 깨달아 열반에 이르는 수행방법이다. 새벽과 저녁에 예불과 법문을 하고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행과정을 점검받는 시간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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