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년 전, 작은 목선에 의지해 황해를 드나들며, 당나라와 신라, 왜국의 무역을 관장했던 해신(海神) 장보고. 전국의 120여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회원들이 장보고의 무역로를 따라 여행을 하며, 한중 수교20년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정여스님)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중국 산동성 칭다오-자오난시-위해 지역을 순례하며 ‘장보고 길따라 문화탐방 및 청소년 국제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순례행사는 중국국제청년교류중심 공동주최로 마련됐으며, 파라미타 이사 상인스님을 단장으로,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파라미타 회원 및 지도자 126명이 참가했다.

장보고 무역로 탐방ㆍ청소년 문화교류

한중수교 20주년 기념…법화원에 식수

첫날인 5일 칭다오(靑島)공항에 도착해 4시간여 버스로 이동한 지역은 자오난시(胶南市). 중국이 선정한 우수관광도시로, 자연환경이 특히 뛰어난 도시다. 또 대주산과 소주산 사이로 넓은 차밭이 위치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차 잎을 따서, 덖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흔히 차례를 지낸다고 하지요. 차례를 지낼 때 원래 술 대신 차를 사용했습니다. 그만큼 차는 옛날부터 중요한 생활문화였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 무역에도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의 하나였지요.” 단장 상인스님의 설명을 듣고, 차잎 따기 체험에 나섰다.

8월5일 자오난시에서 가진 차잎 따기 체험.

하지만 섭씨 37℃ 넘나드는 여름 햇살 아래서 오랫동안 차잎을 따기는 힘들었다. 청소년들은 저마다 조금씩 딴 차 잎을 모아 차 덖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음의 기회도 가졌다.

둘쨋날 방문지는 자오난시 제2실험소학교(교장 얀뻬이영(河培英))로 예술전문초등학교로 국가에서 육성하는 학교다. 방학 중이지만, 소학교 학생들과 인근 중학생 100여 명이 학교에 나와 파라미타 회원들을 맞이했다.

얀뻬이영 교장은 환영인사에서 “한중교류 20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찾아준 파라미타 회원들이 마치 오랜 친구가 찾아온 듯 반가운 마음”이라며 “양국 청소년들간 교류가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단장 상인스님은 “이런 만남을 통해 양국의 평화와 협력에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자오난시 제2실험소학교 학생들의 문화공연.

이어 양국 학생들의 문화공연이 진행됐다. 특히 전문공연을 보는 듯한, 자오난시 소학생들의 공연은 참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파라미타 회원들은 마술쇼와 합창으로 화답했다. 학교에서 준비한 점심식사에 이어 축구, 농구, 피구, 탁구 등 운동경기를 하며 마음을 나눈 학생들은 가정방문의 시간을 가졌다.

중국인 가정을 방문해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전해주며, 중국 가정에서 마련한 저녁을 먹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늦은 시간 숙소로 돌아온 청소년들은 서로간 가정에서 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밤 늦도록 잠을 못 이뤘다.

안준도(진주 중앙고 2년) 군은 “중국 아이들이 너무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 오면 그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며 가정방문 소감을 밝혔다.

8월7일 방문한 청도과학대학.

3일째인 7일에는 칭다오시 주요 유적지 관광이 진행됐다. 칭다오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신호산 등반과 칭다오과학대학교를 방문한데 이어, 우리나라의 3ㆍ1운동에 이어 발생한 중국의 항일운동이었던 5ㆍ4운동이 일어난 기념광장 방문 등을 통해 중국의 근현대를 돌아보는 시간이 진행됐다.

장보고 중국순례단 부단장 김한기 은석초등학교장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청소년들이 일정을 잘 소화해 줘 고마운 마음이다”며 “중국의 발전상을 청소년들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보다 보람 있는 청소년기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4일째인 8일, 칭다오에서 장보고 기념관이 자리한 위해까지 6시간에 걸쳐 이동을 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장보고가 신라방을 설치하고, 신라인들의 향수를 달래주며 뱃길의 안전과 교류를 위해 건립한 사찰 적산법화사. 적산 정상에 위치한 50m 높이의 거대한 적산명신(바다의 신으로, 바다의 안전을 기원하며 불공을 드리던 신)이 일행을 맞이했다.

법화원은 오랜기간 소실돼 있다가 1988년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의 기록을 토대로 중창됐으며, 1994년 장보고기념탑과 기념관이 건립됐다. 중국 정부에 의해 건립된 최초의 외국인 기념관인 장보고 기념관에는 장보고의 출생과 활약, 적산에서의 활동과 신라 귀국후 모급을 보여주는 자료 및 유물 1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8월6일 중국 학생들과 운동경기를 하며 친선을 도모했다.

“중국과 한국의 수교 2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아 법화원을 찾아준 파라미타청소년협회 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국경을 넘어 불교라는 하나의 제자들입니다.” 적산법화원 주지 창호이(常慧)스님의 환영인사에 이어 기념식수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장보고기념탑 인근에 한국산 소나무를 기념식수하고 기념비를 제막했다. 상인스님은 “세계와 무역하며 신라의 꿈을 중국과 세계에 전한 장보고의 정신을 청소년들이 이어받아 미래 한국을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며 “기념식수한 소나무가 오랫동안 푸르름을 지키며 한중교류를 상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들은 거대한 청동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며, 음악분수 공연도 관람했다.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분수 공연을 보며 청소년들은 “불교의 색다른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5일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순례에서 청소년들은 산동성 지역 곳곳을 방문하며 ‘해양강국’의 꿈을 키웠다.

오빈(인천기계공고 1년)군은 “처음 생각과 달리 중국이 매우 발전해 있는 모습에 놀랐다”며 “이번 행사를 참가하면서 대학을 마치고 외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 살고 있어 중국과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미래에 중국과 교류하는 엔지니어링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장보고는…

800년경 전남 완도의 ‘미천한 집안’(삼국유사)에서 태어난 장보고는 ‘말을 타고 창을 쓰는데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무예에 뛰어났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원 이름은 활을 잘쏜다는 뜻의 궁파, 궁복으로 불렸으며,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이란 뜻의 장보고로 불렸다.

젊은 시절 당나라로 건너간 장보고는 당나라 군대인 무령군 소장이란 직위에 올라 반당 세력인 이정기를 토벌하고 왜국을 넘나들며 공을 세웠다.

이후 해적들이 신라인을 노예로 매매하고 민가를 약탈하는 현상을 접한 장보고는 당의 모든 관직을 버리고 신라로 귀국해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제압했다. 또 현재 중국 위해 지역에 신라방을 설치해 해동무역을 관장했으며, 이슬람 등 세계와 교역을 확대하는 등 9세기 동아시아 무역질서와 사회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상동성 북부 적산에 거액을 들여 교민들의 안전과 교류의 장소로 법화원을 건립해 신라의 문화를 당나라에 전했다.

8월6일 자오난시 주최로 열린 지도자 환영만찬.

■ 교남시, 파라미타 지도자 초청만찬

“서로를 알고 신뢰하며, 미래 한중 관계 열자”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가 이번에 개최한 ‘장보고 길따라 문화탐방 및 청소년 국제교류’는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양국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특히 중국정부에서는 “양국 정상간 논의에 따른 수교 20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로 이번 교류를 공동주관했다.

지난 6일에는 이를 기념해 중국순례단장 상인스님을 비롯해 김한기 은석초 교장, 신호승 인천파라미타 사무국장, 서경선 파라미타 중앙위원 등 지도자와 양립화 중국국제청년교류중심 부주임, 당욱연 교남시 부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만찬이 진행됐다.

이날 만찬을 위해 북경에서 교남시에 온 양립화 부주임은 “중국국제청년중심에서는 이번 교류를 중한 양국수교 20주년의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준비했다”며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상호간 신뢰가 형성되며, 이를 토대로 미래의 협력을 열어갈 수 있다. 오늘 중한 청소년의 교류가 미래 중한 관계를 열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욱연 부시장은 “교남시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과의 교류는 더욱 교남시를 발전시키고 국제화 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상인스님은 “뜻깊은 기회를 마련해 준 중국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매년 청소년간 지속적인 교류활동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 인터뷰 / 중국문화교류단 단장 상인스님

“대륙과 교류하는 세계인 마음 지녀라”

“방학기간이지만 우리 청소년을 위해 기꺼히 교문을 열어 준 교남 제2실험소학교 관계자와 양립화 주임, 접극부장 등 많은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더불어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가 한국불교문화 탐방에 머물지 않고, 세계와 교류하는 청소년단체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그 속에 한국불교의 미래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와 중국청년교류중심과 문화교류사업을 실시한 배경에는 단장 상인스님과 양립화 부주임, 접극 상임부국장의 인연이 바탕이 됐다. 1993년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2009년 문화교류를 시작하게 된 것.

상인스님은 “처음 한중수교 당시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을 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문화교류를 통해 중국을 알고, 넓은 대륙과 교류하는 세계인의 마음을 지니길 바란다”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상인스님은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파라미타의 교류활동이 중국 정부의 주요 기구 가운데 하나인 청년교류중심에서 국가 행사 중 하나로 지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파라미타청소년협회가 국제적인 청소년단체로 성장하도록 더욱 많은 불교계 관계자들의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상인스님은 또 이번 행사와 관련해 “장보고 대사의 숨결이 담긴 적산법화원에서 기념식수를 진행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며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 한명 한명이 문화민간사절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생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교남시 실험소학교와 은석초등학교가 이번 교류를 통해 자매결연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힌 스님은 “보다 다양하게 양국간 문화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