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제언 : 해외사찰 네트워크… 프로그램 공조 (현대불교 1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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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2-05-23 18:34 조회2,379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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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세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왼쪽부터 조계종총무원장 국제특보 진월 스님, 총무원 사서국장 광전 스님,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
현대 언어로 불교 전해야
해외교구 기대만큼 지원도
국제 종무팀 격상 필요
외국인스님 활용 높여야
SNS 콘텐츠 개발 시급
“총무원장 스님, 이것 좀 보십시오.”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이 프랑스 기메 박물관 뮤지엄숍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찾았다. 혜민 스님에 손에는 동아시아 불교를 소개하는 도록이 들려있었다. 도록의 내용은 중국, 일본불교 일색. 뮤지엄숍 내부의 불교 관련 서적들 대부분도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불교였고,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선(禪)은 일본, 중국의 것이지 한국의 것이 아닙니다.” 자승 스님의 표정은 굳어졌다.
지난해 조계종의 프랑스 순방 당시 있었던 이 일화는 세계 속에서 한국불교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목하 세계불교 내에서 한국불교의 위치가 미약하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시기에서 차이는 있지만 미국 등 서구 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린 일본, 티베트 불교와 달리 한국불교의 토대는 빈약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구산 스님, 숭산 스님 등 해외포교의 선구자들은 있었지만, 스님들의 원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못했다. 대부분 해외 포교를 나선 스님들이 제대로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고, 종단적인 투자도 미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국제특보 진월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은 “서구사회에 한국불교를 알릴 기회가 애초 없었다. 현지 포교는 차제하더라도 책이나 간접 경험을 통해 한국불교를 알리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외포교 경험자인 조계종 사서국장 광전 스님은 “외국어 교육이 미흡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인지 못한 스님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교포사회를 위주로 활동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종단 차원의 해외포교에 대한 지원이 없다보니 소규모 영세 사찰이 난립해 효율적 포교가 어렵다. 이런 양적 질적 포교 역량 부족으로 해당 나라의 주류사회는 물론 한인사회에서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세계화 사업에 대한 종단적인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동부해외특별교구의 설립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미국동부해외특별교구는 미국 동부지역 16개주와 캐나다 동부지역 6개주 등을 관할구역에 두고 있으며 현재 28개 한국사찰을 소속 사찰로 활동 중에 있다.
초대 교구장으로 등용된 석원스님은 “해외한국사찰 대부분이 종단의 지원이 아닌 스님 개인의 원력으로 창건해 운영하고 있다 보니 종단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종단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종단은 해외교구에 △종단 차원의 행정 서비스 제공 △부처님오신날 행사비 지원 △교구 종무원 급여 지원 △현지인 포교 법사 파견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해외교구 설치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대부분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혜민 스님은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던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불교가 실제로 서양 사람들이 시선을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며 “해외 사찰들이 네트워크화 돼, 양질의 프로그램들로 신행 활동이 가능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종교법인 시스템은 한국과 달라 종단의 재산권과 인사권이 각 사찰에 미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조계종의 현행 해외교구는 관리보다는 지원에 방점을 둬야 한다. 광전 스님은 “현행 해외교구 시스템은 종단의 해외포교를 지원하기 위한 방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며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해외포교에 필요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연차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대적 언어로 한국불교를 전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한국불교 특유의 관념적이고 딱딱한 설법 방식을 현지인들이 알기 쉽고 이성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 스피치 방법론이 조계종 국제불교학교 교과과정에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나라 언어별로 표기할 불교용어의 표준화도 주요 과제다.
혜민 스님은 “선불교에 관한 법문이 서양인들이 듣기에는 너무 어려워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 한국불교는 딱딱한 위계질서의 불교로 인식되고 있다”며 “과거 전통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현대인들에게 친숙하고 이성적으로 이해 가능한 언어와 태도로 한국불교를 전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업들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담 종무행정기구의 지위 확대 역시 필요하다. 현재 조계종 국제 종무행정 기구는 총무원 사회부에 배속된 국제팀이 유일한 상황. 3명의 국제팀 인력으로는 체계적인 세계화 사업이 추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월 스님은 “사업이 체계화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 확보가 기본이다. 사회부 안에서도 국내 현안이 많아 국제 사업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원한다면 현재 국제팀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외국 국적의 스님들에 대한 활용 방안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현재 조계종에 등록된 외국인 스님은 97명. 단일 국가로는 미국인 스님이 23명으로 가장 많고, 동유럽 국가 출신 스님들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대부분 자국 선센터에서 선 수행을 하다 한국으로 출가한 경우가 많아 간화선 수행에는 매진하지만 포교에 관심을 가지거나 종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광전 스님은 “외국인 스님들은 꽤 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한국불교 포교사 역할을 하는 경우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국인 스님들이 한국불교를 익히기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총림 기본교육기관 중 한 곳을 외국인 스님 교육도량으로 정해 한국불교를 익히게 해 종도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고국으로 돌아가 포교를 하겠다는 스님들을 위해서는 종단에서 연차적으로 도량 마련에 도움을 줘 해외 포교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혜민 스님은 “이들은 잘 교육시키는 것이야 말로 한국불교 세계화의 지름길”이라며 “한국불교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후에는 외국인 스님들을 네트워크화해 한국불교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현지 포교와 더불어 도서, 영상 등 간접적으로 한국불교를 알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 한국불교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진월 스님은 “세계인이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의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 중 하나”라며 “종단 차원의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물 밖 세계로 나온 한국불교. 이제 세계 속으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불교의 노력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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