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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수불스님, 외국인수행자포럼서 ‘간화선’ 강연(불교신문 1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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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09-28 18:39 조회2,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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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꿈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쳤다면 진실은 무엇입니까. (관미스님)

나도 모릅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또 누구입니까. (수불스님)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보고 듣고 만질 수 있습니다. (관미스님)

그래서 그것을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수불스님)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바뀔 것 같다.

그 속에서 스님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폴란드에서 온 비구니 관미스님과 수불스님과의 문답이다. 지난 25일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제3회 외국인수행자포럼에서 외국인 스님들은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사진, 불교신문 사장)과 수행에 대해 허물없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간화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갔다.

듣고만 있던 스님들도 하나 둘 의문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통역은 미국 뉴햄프셔대학 교수인 혜민스님이 맡아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냈다.

이날 스님은 두 시간 동안 ‘간화선’을 설명하기 보다는 외국인 스님들이 궁금해 하는 점들을 듣고 그 자리에서 답을 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했다. 간화선을 접해 보지 못한 스님들을 배려한 것이다. 10여 년 전 폴란드에서 와 현재 화계사에서 수좌로 수행하고 있는 관미스님은 마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수불스님은 ‘거울’을 비유로 들었다.

“거울에 내가 비쳐져 있지만 이것은 내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내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나라면 눈 뜨고 죽은 뒤에는 볼 수 있는가. 무엇이 ‘나’일까. 보고 듣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 하는 순간 어리석어진다. 그것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두천 용수사에서 이주민들을 돕고 있는 우르겐 라마 스님은 ‘깨달은 신도에게 붓다(각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에 대해 질문하자 스님은 일화 한편을 소개했다.

“당나라 때 운문스님은 부처님이 태어났을 때 일곱 걸음을 걷고 허공과 땅을 가르쳤다는 것에 대해 ‘나 같으면 때려죽여 개한테 던져줬을 거다’라고 말했다. 불법을 옹호하는 것인가, 천벌 받을 소리인가. 부처님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어리석은 사람을 위한 사다리는 남겨둬야 한다.”

강원에서 공부하는 스님들도 손을 들었다. 법주사 강원에서 공부하는 정오스님(방글라데시)은 ‘부처님은 ‘나라는 것은 마음이 아니다’고 말씀했다. 그러면 무엇이 화두 수행을 하는가’에 대해 물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고 있나. 마음이 하는 것도 내가 하는 것도 손가락이 하는 것도 아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고 억지로 갖다 붙인 이름을 마음이라고 했다. 답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 무무무하면서 문제를 외우는 것은 어리석다. 한 번 듣고 바로 답을 찾던지 아니면 의심을 해라.”

   
포럼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외국인수행자.
이어 수불스님은 허심탄회하게 출가동기와 수행 이야기를 들려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미 언어와 문화 차이는 장벽이 될 수 없었다.

“출가하는 순간 우리 집에 가는 것 같았고, 스승을 만났을 때도 그분이 나의 인연이 될 것 같다고 확신했다.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의심을 7개월 동안 생명을 걸고 한 적이 있다. 그때 큰스님을 만나 문답하고 어떤 순간을 맞이했다. 시원하고 통쾌했다. 하지만 망상은 더 많이 일어났다. 그것을 없애기 위해 4개월 동안 만행을 떠났다. 그냥 내버려 뒀다. 마치 나비가 막 허물을 벗고 처음 비행할 때의 설렘이라고 할까. 그때 즐거움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외국인 스님들에게 ‘화두’를 주고 지속적으로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종교의 역사는 오래지 않다. 인류의 역사에 비해 짧다. 이 짧은 종교의 역사가 인류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지혜를 제공하는 가르침이 세상에 등장하고부터 삶의 질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바뀔 것 같다. 그 속에서 승려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이 오늘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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