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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김규환 지구촌공생회 기획홍보팀장(불교신문 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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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04-18 13:49 조회2,6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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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활동하며 부처님 가피 체험
 
저개발국 교육지원 및 재건 담당
 
일년의 절반은 해외 오지 생활
 
 
맹구우목(盲龜遇木). 망망대해의 눈먼 거북이가 바다 위에 떠다니는 널빤지에 머리를 부딪칠 확률. 사람의 몸을 받아 부처님 법을 만나기가 그만큼 드물고 귀한 일이라는 뜻이다. 김규환 지구촌공생회 기획홍보팀장(42, 법명 청덕, 사진)이 불교에 귀의하게 된 사연도 희유하다. 처음엔 기막힌 우연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지구촌 전역을 돌며 개발구호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있는 지금, 그것이 전생이 전해 준 커다란 선물이었음을 믿는다.
 
부산해양대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할 무렵만 해도 배를 타거나 만드는 일을 하며 평생을 여유롭게 보낼 줄 알았다. IMF 경제환란으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당시 그는 민주노총 문화부장으로 파업에 가담했고, 과격시위자로 몰려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특별한 종교는 없었지만 심난한 마음을 달래려 고향인 부산의 어느 사찰을 무작정 찾았다. “왜 왔느냐”는 스님의 까칠한 질문에 “그냥 기도하러 왔다”고 퉁명스럽게 응수했다. “기도하는 법은 아느냐”고 스님이 재차 묻자 건성으로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은 “서울에 가서 기도하는 법부터 배우고 오라”며 절 밖으로 쫓아냈다. 머리도 식힐 겸 서울구경이나 하고 오자며 가벼운 생각으로 찾아간 곳이 정토회였다.
 
발길을 뗄 때는 한 30일 정도 쉬다 올 심산이었는데, 그렇게 3년을 지냈다. ‘사람이 윤회를 하면서 수만 생을 사는데 그 중 한 생은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써도 아까울 것이 없지 않겠느냐’는 어느 스님의 법문이 뇌리에 압인됐다. 정토회가 세운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월급도 없이 빈민을 보살폈다.
 
새터민 지원센터인 안성 하나원에서 일하다가 새터민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아들을 낳았다. 생계를 이어야겠기에 정토회를 나와 모 방송사에서 카메라맨으로 밥벌이를 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스님이 2003년 설립한 지구촌공생회에서 다시 활동가로서의 인생을 걸었다.
 
정토회에서 얻은 국제구호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얀마 네팔을 비롯해 아프리카 케냐에 지부를 개설하고 교육식수 지원 및 지역개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NGO다.
 
그의 명함에 찍힌 직책은 기획홍보팀장이지만 사실상 국내 및 해외사업 실무를 총괄한다. 평균 한 달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1년에 150일은 해외의 오지에서 보낸다. 현장답사 및 주민의견 정취, 학교부지 물색 등등 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전작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국제구호 활동가들은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힘입니다. 자부심을 지키려니 자기개발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꿈의 마지막 기착지는 미얀마입니다. 저보다 못 가진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마음을 안아주다가 이번 생을 마치는 게 소원입니다.”
 
김규환 팀장은 오는 20일 캄보디아 지부장으로 떠난다. 의상스님 법성게의 한 구절인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을 좌우명으로 대는 목소리가 비장하다. ‘법의 성품은 두 모습이 아니며 본래가 청정하고 고요한 진여의 세계.’ 노고(勞苦)를 재미로 여기고 귀천(貴賤)에 연연하지 않을 그의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장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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