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조계종 긴급구호단, 현지조사 돌입(불교신문 1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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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03-22 16:16 조회2,537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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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긴급구호봉사단 선발대가 3월16일 도쿄 신주쿠 한국대사관에서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건물이 고무 흔들리듯 떨리고 세상이 요동치는데,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이제는 방사능 위험으로 하루 하루 공포에 떨고 있죠. 며칠 전부터 겨우 수도는 공급됐지만 가스가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식사는 엄두도 못 냅니다.”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에서 도심포교당을 운영하고 있는 공해스님은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지난 11일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가 이정도면 최대 피해지역인 일본 동북부는 어떤 상태인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일본으로 급파된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 선발진이 15일 오후9시 나리타(成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신주쿠에서 여장을 풀고 이튿날부터 본격전인 활동에 들어갔다. 봉사대 본진 파견에 앞서 현지 조사에 나선 선발대는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스님을 단장으로 유정석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문위원, 이용권 수원 서호노인복지관장, 이운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과장, 권선행 총무원 사회부 국제팀 주임으로 구성됐다. 본지도 국내 불교계에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선발대와 함께 동행했다.
평소 국내외 여행객으로 북적이던 나리타 공항은 그 어느 때보다 한산했다. 선발대는 일본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직감했다. 이는 이튿날 활동부터 사실로 드러났다. 선발대는 최대 피해지역인 동북부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를 방문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팀을 나눠 한국대사관, 일본 후생성, 일본 적십자, NHK 등 도움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워낙 피해규모가 크다보니 중앙과 지방정부간의 소통이 마비돼 민간단체 활동이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후쿠시마(福島)의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위험으로 일본 열도는 공포에 휩싸인 상황이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하루 종일 원전 관련 속보를 쏟아내며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상황을 전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피해지역의 민간인 출입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단장 묘장스님은 “구호단 본진과 향후 불교계 자원봉사단 파견을 위해서는 최대 피해지의 현장답사가 필수지만, 현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체류기간동안 현장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모든 기관에서는 한 목소리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자원봉사단체의 현지 활동은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물, 담요, 생필품 등 물품만이 자위대, 경찰의 통제 속에 왕래를 하고 있다. 도쿄라고 지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날 낮에도 신주쿠 일대에 수시로 여진이 발생해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선발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오후 신주쿠에 체류 중인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와 일본 불교계 언론 중외일보 사또 기자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일본 불교계 NGO단체인 ‘SVA(Shanti Volunteer Association)’를 방문해 도움을 청했다.
SVA는 일본 불교종파인 조동종이 지난 1980년 국제구호를 위해 설립한 NGO로 이번 대지진 구호활동을 위해 여념이 없었다. 이날부터 일본 스님들의 사망과 사찰 파괴 소식이 단체에 속속 접수되고 있지만, 생존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집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치노 숀코 SVA 전무이사는 “오랫동안 국내외서 구호활동을 벌여왔지만, 이처럼 큰 지진을 이번이 처음이라 당혹스럽다”면서 “우리 역시 현지 상황파악이 안되고, 원전 인근은 접근 자체가 어려워 이제야 활동가들이 피해지역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선발대는 이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긴급회의를 가졌다. 현 상태라면 센다이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신주쿠에서 센다이까지 가려면 고속도로로 5~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원전지역인 후쿠시마를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긴급차량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은 후쿠오카를 우회해 국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최소 10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 나마 도쿄 시내에서도 긴급차량이 아니면 1인당 2000엔(한화 2만8000여 원) 밖에 팔지 않기 때문에 10시간 넘는 길을 자동차로 가는 것도 현재로선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SVA 측으로부터 “센다이 인근 공항까지 온다면 데리러 가겠다”며 현지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마저도 항공권이 없어 선발대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일본 신주쿠=허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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