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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8세기경 티베트 불교의 운명 가른인도와 중국의 한판승부, 그 결과는? ...미디어붓다 10.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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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11-02 10:02 조회2,7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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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불교는 일반적으로 인도불교의 아류 내지 불교와 힌두이즘을 혼합한 형태의 불교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티베트불교는 중국불교의 영향 하에 성립된 불교였다. 이후 8세기말부터 티베트에는 중국불교 대신 인도불교의 전적들이 주로 유입되었고, 점차 중국적 요소가 거의 사라진 인도불교적인 성격의 불교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를 결정지은 8세기말, 티베트에서는 티베트불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도불교의 까마라쉴라와 중국 마하연 선사가 '마음을 보는 것이냐, 마음 자체가 불성임을 깨닫는 것이냐'를 놓고 일대 논쟁을 벌인 것이다.

까마라쉴라는 인도 전통 수행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관찰을 통해 무자성임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한 결합이므로, 이 인연관계를 관찰함으로써 무자성임을 간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마하연은 “심상은 마음에서 지어지므로 관찰할 필요도 없다. 그냥 놓으라. 분별심이 없어져야 불성이 자현한다”며 무심무념을 강조했다.

이후 이 논쟁은 300여년에 걸쳐 진행됐는데, 현재 이에 대해 남아있는 자료들은 대부분 티베트에서 까마라쉴라 측의 입장을 중심으로 쓴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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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대 김치온 교수, 마하연의 『돈오대승정리결』출간

그런데 최근 중국 마하연 선사의 제자가 중국불교적 입장을 중심으로 이 논쟁을 서술한 책이 번역됐다. 지난해 은정학술상에 선정된 김치온 진각대 교수의 『돈오대승정리결』이 은정불교학술총서 4권으로 출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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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대승정리결』은 돈황에서 출토된 문헌으로, 8세기말 티베트에서 발생한 인도불교의 까말라쉴라와 중국 마하연 선사와의 논쟁을 기록한 한문문헌이다. 이 책은 마하연의 속가 제자인 왕석이 편집한 것으로, 당시 마하연과 까말라쉴라 측의 서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일부 학자들 중에는 8세기에서 벌어진 논쟁의 결과 인도불교 측의 승리로 인해 중국불교가 티베트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또 이를 ‘선종’이 ‘인도불교’에 비해 논리적으로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간과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당시 티베트 정치상황으로 볼 때 중국과의 관계가 8세기 이후 거의 단절되다시피 하고 티베트가 새 문물을 받아들이는 주요 루트로 중국 대신 인도를 택했고, 이로 인해 9세기부터 티베트에는 중국측 자료 대신 인도측의 자료들이 거의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하연 선사의 주장 중관학파에 밀리지 않았다”

어쨌든 『돈오대승정리결』은 여전히 논쟁 중에 있는 책이다. 8세기말 실제로 인도불교의 유가행중관학파와 중국불교의 돈오선종과의 논쟁이 있었는지의 사실여부, 논쟁이 일어난 시기, 장소 등에 대해 학자들 간의 논의가 일치되지 않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논쟁 자체가 후대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8세기경 티베트에서 발발한 논쟁의 사실여부를 차지하서라도, 『돈오대승정리결』은 매우 중요한 텍스트로 간주된다. 8세기말 이후 티베트 불교는 점문파와 돈문파로 나뉘어지면서 중국불교와 인도불교간의 돈점 논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때 중국 측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한문문헌은 거의 없다. 또한 8세기경 티베트에서 진행된 돈점 논쟁이 여전히 한국에서는 ‘살아있는 논쟁’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일부 학자들은 8세기경 티베트에서 벌어진 돈점논쟁의 승리로, 티베트에 중국불교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대신 인도불교적 요소가 유입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돈오대승정리결』을 번역한 김치온 교수의 주장은 다르다.

“『돈오대승정리결』의 내용으로 봤을 때 마하연 선사 측의 주장은 중관학파들에게 전혀 밀리지가 않는다. 양측의 주장이 매우 팽팽하게 맞섰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후 300여년간 돈점논쟁은 티베트에서 계속 진행되었다. 8세기 이후 티베트에서 중국불교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이때 논쟁에서 선종 측이 패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돈·점-선·위빠사나 논쟁 진행 중인 한국서 주목할만한 책

당시 까마라쉴라와 마하연이 전개한 논쟁이 최근 한국에서 전개된 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티베트에서 전개된 논쟁이 ‘돈오가 붓다의 설이냐 아니냐’를 두고 벌인 것이었다면, 성철 스님과 박성배 교수가 벌인 논쟁은 ‘돈수냐 점수냐’에 초점을 맞추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8세기에도 ‘돈오’를 둘러싼 논쟁이 동아시아 불교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는 점, 초기불교냐 선종이냐를 두고 논란이 되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한국불교와 매우 유사한 점을 상당부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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