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연등국제선원, 아비라 특별기도 현장...법보신문 10. 05. 06
페이지 정보
작성자관리자 작성일10-05-18 11:23 조회3,699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관련링크
본문
30분간 장궤합장-진언 외며 업장 소멸 | |
|
인천 강화도 연등국제선원(선원장 일문)은 성철 스님의 제자인 원명 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이곳엔 서릿발 같은 선풍의 기강을 드높인 성철 스님의 수행 정신과 해외 포교의 원력을 세운 원명 스님의 유지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참선 수행에 갈망을 일으킨 외국인 스님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연등국제선원은 또 해인사 백련암과 함께 ‘아비라 기도’를 봉행하고 있는 전국서 몇 안 되는 선원이기도 하다. 초심자를 위한 ‘아비라 특별 기도 법회’가 열린 4월 28일. 한가롭던 선원이 오랜만에 북적였다. 춘풍에 고개를 내민 꽃봉우리들이 때 아닌 빗줄기와 인파에 화들짝 놀란 듯 시큼했다.
좌복이 부족할 정도로 수행자 자신이 법신임을 깨치는 진언인 아비라 기도에 대한 수행자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부평에서 왔다는 이희연(보현행, 54)씨는 “말로만 듣던 법신불 진언을 합송하며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비라 기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간략한 설명에 이어 본격적인 실참의 시간이 돌아왔다.
‘대자비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대희사(大喜捨)를 베푸시어 제도하시고….’
『예불대참회문』 독경에 맞춰 108배가 시작됐다. 아비라 기도는 ‘108배 예불대참회에 이어 아비라 진언, 능엄주 독송’ 순으로 진행된다. 수행자들은 『예불대참회문』을 읽어 내려갔다. 칭명염불을 하듯 큰 소리로 대중과 함께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고, 한 번 절하고…. 여느 기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비라 기도 자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양손을 합장한 채 어깨 넓이만큼 무릎을 벌려 바닥에 붙이고 허리를 곧추 세우세요. 30여 분 간 장궤합장을 하고 있으려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가장 편안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행자들은 자세로 바로 잡았다. 곧장 생경한 진언소리가 이어졌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법신진언기도였다. 들숨에 ‘옴 아비라 훔’이, 날숨에 ‘캄 스바하’가 연속적으로 흘러나왔다.
법신진언(法身眞言)을 외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언의 의미를 한 자 한 자 되새겼다. ‘옴’은 모든 법음의 으뜸이 된다고 했다. 우주 생성원리를 의미하며 진언의 머리에 둬, 법신을 뜻하는 ‘아비라 훔 캄’을 이끌고, ‘스바하’는 회향의 의미다. 한 마디로 하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일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란 뜻으로 풀이된다. 즉 이 진언을 지극히 염송해 무심삼매(無心三昧)를 얻어 법신으로 들어가라는 메시지다.
진언을 따라해 봤다. 입에서 도드라지는 맛이 있었지만 따라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진언을 외자니 진언의 뜻이 도망가고, 뜻을 마음에 새기자니 어느새 진언은 입에서 떠나 있었다. 몸에 익지 않은 장궤합장도 문제였다. 벌이 날아와 얼굴을 쏘아도 움직이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는 입승 보살의 말이 꼼지락대는 몸짓을 힘겹게 가뒀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무릎에서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허리는 뻣뻣하게 굳어갔다. 모든 신경이 아픈 곳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입은 진언을 암송하고 있지만 번뇌는 끊이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초심자에게 있어 장궤합장 한 채 아비라 진언을 30분 동안 독송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 듯 싶었다. 무릎과 어깨, 허리, 온몸에서 이는 통증 때문일까. 수행자들의 진언은 되려 간절해졌다. 죽비소리가 들렸다. 30분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삼배를 하면서 딱딱하게 굳은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행자들은 능엄주를 외우기 시작했다.
‘스타타가 토스니삼 시타타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 순식간에 법당이 진언 소리로 가득해졌다. 능엄주는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나온 진언’이란 뜻이다. 아비라 기도는 24품이지만 연등국제선원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주말 ‘아비라 기도’를 12품으로 간소화해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도는 초심자를 위한 특별 기도인지라 1품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참석한 이진해(보리행, 43)씨는 “진언을 외면 온갖 죄업이 소멸되고 본래 청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며 “기도를 하는 내내 다겁생 동안 쌓인 업장을 녹여야 비로소 참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되뇌였다”고 설명했다.
032)937-7033
최승현 기자
댓글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