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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메이저 우승, 양용은 '공항에 경호요원···달라진 위상 실감'...LA중앙일보 09.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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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9-08-27 18:01 조회3,6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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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사진)이 공항 이동 때 경호요원이 붙는 등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양용은은 18일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회 후 댈러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미네소타 공항에 항공사에서 경호요원을 배치한 것을 보고 메이저 우승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양용은은 부인 박영주씨의 골프 실력도 살짝 공개했는데 당장 LPGA에 나서도 될 만한 로 싱글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박영주씨는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가끔 남편과 라운딩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70대 초반을 쳤다가 100대를 치기도 한다"고 말한 뒤 "76타가 베스트 스코어"라고 밝혔다.

양용은은 "아들 셋이 모두 골프를 좋아한다며 특히 둘째 이수(8)가 운동신경이 좋은 것 같아 자신이 원한다면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영어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차피 시작이 늦어 영어를 잘 못할거면 우선은 골프부터 잘 치자는 생각이다"고 답했다. 종교는 불교이며 PGA 선수 중에서는 찰리 위 최경주 외국 선수로는 카를로스 프랑코 탬퍼니퍼 주니어와 친하다고 말했다.

한편 양용은은 댈러스로 와서 휴식을 취한 뒤 27일 개막하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첫 대회 바클레이스에 출전한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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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아시아나 항공은 양용은 부부에게 3년간 일등석 항공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채스카 AFP=연합뉴스]

양용은(37)은 불교 신자다. 아버지 양한준(64), 어머니 고희순(66)씨도 모두 절에 다닌다. 양용은의 부모는 틈날 때마다 충북 단양의 절(구인사)을 찾아 불공을 드렸다. 2004년엔 부처님 전에 골프공 10박스(120개)를 올려놓고 제사를 지냈다. 아버지 양씨는 제사를 지내고 난 뒤엔 그 공을 아들에게 건넸고, 양용은은 그 공을 가지고 대회에 출전했다.

부모의 정성 덕분인지 양용은은 2004년 일본 투어에서 2승을 거뒀다. 2006년엔 유러피언 투어 HSBC챔피언스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우승한다. 양용은은 이 대회 우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전 세계 언론이 그의 이름 앞에 ‘타이거 우즈를 꺾은 선수’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신문에서 우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봤는데 합성사진인 줄 알았습니다. 골프 황제와 함께 사진을 찍다니 믿기지 않더군요.”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것만 같았다. 그런데 HSBC챔피언스 우승이 그에게 멍에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유러피언 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따냈지만 예기치 않은 고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낯선 땅을 전전하며 이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더구나 유러피언 투어는 이동거리가 무척 길었다. 너무나 외로워서 절친한 친구인 박경구(37) 프로를 매니저 겸 캐디로 불러들였다. 친구와 함께 유러피언 투어에 나섰지만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양용은은 “나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한식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유럽에는 한국 식당이 많지 않았다. 어쩌다 양식당에라도 들어가면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할지 몰랐다. 음식도 잘 몰랐고, 말도 잘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 식당을 찾아가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한 뒤 그 가운데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용은은 유러피언 투어 우승으로 받은 상금을 밑천 삼아 2007년 미국 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이었다. 3수 끝에 그는 꿈에 그리던 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는다.

“PGA투어는 내 평생의 꿈이었다. 마스터스에도 나가고 싶었다. 유러피언 투어 대회 우승으로 ‘총알’도 많이 생겼으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거처를 정했다. PGA투어 정복을 위해 미국 본토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진출 첫해 성적은 보잘것 없었다. 상금랭킹 157위에 그쳐 투어 카드를 잃었다. 지긋지긋한 퀄리파잉 스쿨을 다시 거쳐야 했다.

낙담해 있던 그에게 선배인 최경주(39) 프로가 힘을 줬다. 지난해 11월 최경주는 팜스프링스에 있는 양용은의 집을 찾아왔다.

“양 프로, 나도 퀄리파잉 스쿨을 두 번이나 거쳤다네.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믿고 다시 한번 해 보게. 나도 했는데 양 프로가 못할 리 없지 않나.”

양용은은 지난해 겨울 열린 퀄리파잉 스쿨을 공동 18위로 통과했다. 양용은은 재기를 다짐했다. 양용은의 스타일에는 유러피언 투어보다 PGA투어가 더 잘 맞았다. 미국엔 어딜 가나 한국 식당이 있어서 좋았다. 아침과 점심식사는 햄버거나 스테이크로 대충 때우고 저녁 때는 항상 한식당을 찾아가 한식을 배불리 먹었다.

양용은의 절친한 친구인 박경구 프로의 말.

“양 프로는 ‘미국이 훨씬 편하다’고 하더군요. 여차하면 혼자서 분식점을 찾아가 김치찌개나 낙지볶음 같은 걸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동거리도 유럽 투어에 비하면 훨씬 짧은 편이고요.”

양용은은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자마자 스윙을 점검했다. 무엇보다도 그립부터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립을 고치고, 스윙을 가다듬으면서 공이 잘 맞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열린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그는 꿈에 그리던 PGA투어 정상에 선다. 우승상금이 100만8000달러(약 13억원). 혼다 클래식 우승으로 그는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와 닛산 인피니티에 스타크래프트 밴까지 차를 3대나 갖고 있던 그는 봉고(미니밴) 스타일의 오딧세이를 달라고 요청했다. 3명의 아들, 아내와 함께 타기엔 미니밴이 좋았다.

양용은은 지난 6월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텍사스주 댈러스로 이사를 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대회에 출전하기엔 팜스프링스의 교통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댈러스는 비행기 한 번만 타면 미국 전역으로 날아갈 수 있어 훨씬 편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는 두 달여 만에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은 지난 17일 우승하자마자 절친한 친구 박경구 프로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나 우승하는 거 봤냐. 어때 이제 볼 좀 치는 것 같지.”(양용은)

“그래, 정말 잘했다. 너무 장하고 자랑스럽더라. 우즈와 같이 치는 게 떨리지 않더냐.”(박경구)

“2번 홀까지는 좀 떨렸는데 같이 쳐보니깐 우즈도 다른 선수와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우즈를 좀 끌고 다녔지. 으하하.” (양용은)  

정제원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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