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4일부터 7일까지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열리는 비로자나국제선원 영어담마캠프. 캠프에 참가한 80여 명의 초중학생은 불교문화를 영어로 배우고 명상을 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
중국어가 뜬다지만, 영어는 여전히 막강한 만국공용어다. 서울 홍제동에 위치한 도심포교당 비로자나국제선원(주지 자우스님). 지난 2006년 개원 이후 청소년을 위한 영어담마스쿨, 성인을 위한 영어참선법회 등으로 ‘영어로 불교를 배울 수 있는 사찰’이란 입지를 10년간 탄탄히 굳혔다. 매년 여름 여는 사찰수련회 형식의 ‘어린이영어담마캠프’도 비로자나국제선원의 ‘국제성’을 돋보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일 어린이담마캠프가 열리던 속리산 법주사를 찾았다.
캠프는 법주사로 가는 전세버스 안에서부터 이미 시작이다. 영어가사를 붙인 삼귀의와 찬불가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시끄럽지만 흥겹다. “We’re going to the camp to learn the Buddha’s ways(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러 캠프에 가요). Going to the camp to have some happy days(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캠프에 가요). Going to the camp to see our friends and play at Jawoo’s Summer Dharma Camp(친구들과 함께 놀러 자우스님의 담마캠프에 가요).”
삼배를 배우고 있는 어린아이들 |
3시간을 달려 절에 도착한 80여 명의 초중생들은 가장 먼저 캠프기간 동안 지켜야할 사찰예절에 대해 배웠다. 열심히 삼배를 하는 갓 입학한 초등학생의 몸짓이 앙증맞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Let’s smile together.’ ‘나의 미소가 기족과 친구 그리고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자’는 취지다. 입재식에서 “불교를 익히고 서로 돕고 화합하며 보람찬 캠프를 보내겠다”고 서약한 학생들은 곧장 법주사 경내로 향했다.
외국인 지도교사와의 오리엔테이션 |
사찰에 있는 각종 전각과 법구를 영어로 배워보는 시간이다. 국보 제55호인 법주사 팔상전(Eight Scenes of the Buddha’s Life)를 비롯해 사천왕석등(Four Guardian’s Stone Lantern), 대웅보전(Main Hall), 명부전(Judge’s Hall), 약사전(Medicine Buddha Hall), 종각(Bell Pavilion) 등을 영어로 학습한다. 학년별로 나눈 모둠의 이름도 영어다. Energy(정진) Patience(인욕) Meditation(선정) Wisdom(지혜) Morality(지계)로 육바라밀에서 착안했다. 영어노래를 부르고 스피드퀴즈로 영단어를 습득하며 차츰 영어와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입재식에서 선서를 하는 학생 대표 |
장은서 양(6학년)은 “아름다운 산사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어 재미있다”며 “캠프에 참가한 덕분에 가장 행복했던 여름방학으로 추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행복을 이웃과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 여름캠프인 만큼 물놀이도 빠질 수 없다. 캠프는 7일까지 3박4일간 이어졌다.
비로자나국제선원은 금년으로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동학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스리랑카로 유학한 자우스님은 현지의 담마스쿨을 보고 ‘영어포교’를 떠올렸다. 모든 학부모의 관심사인 영어교육을 방편으로 사람들을 절에 불러 모았다. 매주 토요일 영어담마스쿨과 일요일 영어참선법회로 불자들이 나날이 늘어가는 중이다. 자우스님은 “비로자나국제선원은 언어문화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에게도 소중한 안식처”라며 “한국불교 세계화의 초석을 놓겠다는 원력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