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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세계 일화 20호] 참선으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데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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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기섭 작성일13-01-04 14:32 조회2,2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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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두려움이다. 마음 속 깊이 숨겨 두었다가 막상 당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52살 데이브 토마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불교의 깊은 신심으로 극복했고 지난 20년 선수행을 통해 불자로서 거듭났다.

아미타불교센터를 다니는 전직 신문 기자 데이브는 죽어가는 종달새가 생각만큼 끔찍한 것은 아니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미타센터는 데이브의 수행을 지도하는 켈장스님 등 불교성직자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친절함이 온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은 켈장스님은 커피를 준비하기 위해 방을 나셨다. 지난 20년 동안 5,000명 이상 불자들의 수행처였던 아미타센터는 이제 비샵스톤 지역의 상징이 되었다. 데이브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선고받고 나서야 참선을 깊이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는 2010년에 폐섬유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유 없이 점점 숨이 가빠졌습니다. 의사는 폐섬유종이 폐 속의 폐포가 산소를 점점 혈류에 내보내지 못하는 병으로 폐 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끔찍했습니다. 그러나 참선으로 엄청난 도움을 받았습니다. 참선은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닦는다는 의미이고 더 실제적으로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호흡이 좀 편안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데이브는 산소통을 달고 다니는데 코로 산소를 넣어 호흡을 돕고 있지만 참선을 할 때는 산소통이 필요 없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산소량을 재기 위해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받는데 참선 중일 때는 산소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곧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세상을 완전히 달리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을 귀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은 죽는다는 것이 꽤 근사한 것입니다. 최근 집 근처 나무들 사이를 걷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내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조깅하던 때를요. 지금은 숨을 쉬기 위해 어렵게 어렵게 발을 떼고 있지만 대신 나무 하나하나, 꽃들.. 세상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세세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데이브는 자신이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기자였다고 하면서 불교는 1980년대에 접하게 됐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단란한 가정을 가졌지만,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마음 한편에 늘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참선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러나 냉소적인 기자로서 무언가를 얻으리라고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5번쯤 수행 모임에 참석해본 뒤 이제 그만두려고 했죠. 그런데 그때 뭔가 확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적어도 한 주 동안은 끙끙 앓았을 그런 큰 상실감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씩 참선으로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고요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경전 공부와 함께 참선을 꾸준히 했고 깊은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도 생겼지요. 처음엔 동료기자들의 놀림도 있었지만 내 안의 변화를 보자 그들도 서서히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로 수행을 하는 친구도 생겼습니다.”

데이브는 1990년대에 브리스톨에 이사 와 기자생활을 했지만 건강이 악화되자 몇 년 전 퇴사했다. 삶의 끝이 다가오자 데이브의 받아들임의 수준도 더욱 향상됐다. “지난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응급실에 입원했습니다. 죽음을 두 번 예행연습한 셈이죠.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이 가진 슬픔을 주제로 자비선을 했는데 이를 통해 내가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순수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요. 진단을 받은 뒤 아이들이 폐를 이식해 주었습니다. 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난 참선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습니다. 다음에 응급실로 실려 갈 때가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 삶의 마지막 도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참선하면서 배운 것을 다 실천해 볼 수 있으니까요.”

데이브는 다시 한 번 미소지었다. 그리고 법당의 거대한 부처님을 바라보더니 이내 켈장스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The Bristol Post 201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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