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 [세계일화 14호] 한 티베트 여성, 분신의 비극적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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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민호 작성일12-07-12 10:36 조회2,222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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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달람살라- 쩌링 키는 어렸을 때 여름의 목초지를 향해 이동하기 전과 돌아오기 전날을 가장 좋아했다. 중국 간수 지방 테톡 마을의 30가구에 이르는 유목민 가족은 계절의 리듬을 따라 움직였다. 봄에는 야크 등에 집기를 얹어 높은 계곡과 언덕을 올랐고 그곳에서 가축들은 풀을 뜯었다. 아이들은 호수와 계곡의 흐르는 물가에서 개구리와 함께 놀곤 했다. 마을사람들은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풀을 찾아 낮은 곳으로 내려왔다. 이들은 이동하기 전 하루 전날에 무거운 짐은 미리 싸서 보냈다. 여자와 아이들은 뒤에 남아 별을 보고 잠을 잔 후 다음 날 출발했다. 이 때가 키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다. 키는 도시생활을 싫어했다. 3주 전 오후 늦게 20살의 키는 마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야채가게 앞에서 분신했다. 분신 하기 전 화장실에 들어가 전통 티벳 겉옷을 벗고 석유를 몸에 뿌렸다. 그리고 가게 앞으로 가 불을 붙였고 23번째로 분신한 사람이 되었다.
근래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분신의 사례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키가 분신한 이후에도 7명이 뒤를 따랐고 27살의 한 청년은 중국의 주석 후진 타오의 뉴델리 방문 하루 전에 분신했다. 티베트 공동체가 있는 다람살라 거리는 이 ‘순교자’들의 포스터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장 최근의 포스터는 44살의 한 농부이다. 앞으로 더 많은 분신이 있으리라는 데 아무도 의심이 없다.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를 도망 나와 거주하고 있는 다람살라의 티베트인들은 분신이 중국 당국의 억압적 정책에 대한 좌절감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한 절에서 몰래 유출된 편지에 의하면 2주 전에 일어난 34살 스님의 절문 밖 분신의 이유가 지역학교에서의 티베트어교육 억압, 중국공안원의 증가, 티베트 종교 수행에 대한 새로운 탄압이라고 열거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지역 유목민의 강제적 이주 정책에 기인한다.
5리터의 석유통을 산 것이 쩌링 키의 마지막 모습이다. 몇 시간 후 중국 공안원들이 타고 남은 키의 유해를 마추 마을 야채 가게에서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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