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 [세계일화 11호] 할머니께 배운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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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민호 작성일12-07-10 11:36 조회2,086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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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주 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시는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어느 날 전철을 타기 위해 역에 갔을 때 전철이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으시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왜 사람들이 뛰어가는지 모르겠네. 다음 차가 곧 올텐데.”라고 차분히 말씀하셨다.
결국 삶이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여행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존 카밧진이 말한 대로 자동장치같이 살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존재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머니는 이것을 매일 나에게 상기시켜 주셨다. 할머니는 내가 몇 초 만에 식탁보를 정리해 낼 때마다 돌아보시고 놀랐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들었을 때 난 내가 한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깨어 있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일들을 하면서 마쳐야 하는 일이 아니라 온전히 깨어 있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면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현명한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 할머니도 다른 사람의 지혜를 금방 알아차리신다. 언젠가 할머니는 여동생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다. 동생이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모두 차 안에 있었는데 동생은 “아빠, 스위스가 큰 나라예요?”라고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이므로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셨다. 한 시간 쯤 지났을 즈음 동생은 “아빠, 우리 아직 스위스에 있죠?”라고 물었다. 아버지가 그렇다고 하니 동생은 “거봐요. 스위스는 큰 나라잖아요.”라고 천진하게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 아닐까?
어른들에겐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어린 동생에게 세상은 새로운 것이 가득한 광대하고 놀라운 곳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존재가 상대적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틱낫한스님은 사람들이 우리가 곧 흙으로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삶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태양 정도라면 인간의 삶이 하찮고 허망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점이 바로 우리가 삶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해도 매순간 온전히 체험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깨어 있는 삶을 산다면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며,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 속에 할머니가 있고 할머니 속에 아이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와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의 마음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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