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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세계일화 29호]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뉴욕 일원의 종교 힐링센터 견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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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그루 작성일13-08-05 13:35 조회2,2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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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2002년부터 시작된 템플스테이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다지고자 지난 528일부터 64일까지 뉴욕 일원의 종교 휴양시설을 견학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견학에는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지도법사 스님 3분과 실무자 7명 그리고 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등목스님과 나를 포함한 직원 3명이 함께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미주 지역에서 힘차게 활동하고 있는 이종권 국제포교사와 홍민재 거사님이 함께하여 견학 길에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대다수 실무자에게 이번 미국행이 처음이었기에 이번 견학 길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역시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눈썰미들이 기본 장착되신 분들이었기에 큰 사고 없이 완벽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참가 대중 여러분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부국이자 자본주의의 첨병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앞으로도 미국사회처럼 변해갈 것임이 자명하다면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 휴양소나 민간 힐링센터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미 견학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방문한 펜들힐은 기독교의 개방적인 종파 중 하나인 퀘이커교에서 운영하는 휴양소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몇 장면은 언제든지 발길을 이끄는 숲 속의 아름다운 산책길(아침에는 토끼와 다람쥐가...,)과 호수, 곳곳의 벤치와 미로 형태의 사색 공간 등이다. 24시간 개방되어있는 도서관과 미술공작실도 인상적이었다. 침실은 우리 사찰처럼 검소하고 화장실과 욕실은 공용이다. 처음 오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 안내문건에는 센터 소개, 전체 약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운영시간, 청규와 유의사항, 긴급 시 대처사항 등 머무르는 동안 필요한 모든 정보가 적혀있어 따로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별 책자가 갖춰져 있어 누구든 가볍게 뽑아볼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다른 센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적인 장점이기도 하다. 이곳은 펜들힐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단체가 와서 자체 워크숍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하는 것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식사시간, 종이 울리고 공양간에 슬금슬금 찾아가면 제일 먼저 오늘의 공양주(자원봉사자일 수도 있고 일반 직원일 수도 있다. 순환제 근무)가 메뉴를 설명한다. 그리고 몇 초간의 기도 후에 식사가 시작된다. 신선한 야채와 빵, 우유, 커피, 과일 등 단출하지만 한 끼 식사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곳에 거주하시는 분 중에 한국분이 있으셔서 특별히 빈대떡을 맛볼 수 있었다. 펜들힐에는 한국 사람이 3~4명 머무르면서 자신의 영성을 키우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이곳의 종교의식 참가는 선택사항이지만 주로 아침예배에는 대중 전체가 참석하는 편이다. 의식을 주도하는 목사 등은 없지만, 직원 중에 한 명이 성경 한 구절을 읽고 전체가 묵언에 들어갔다. 30여 분 묵언을 하다가 누가 영적인 느낌을 받으면 스스로 일어나서 본인의 느낌, 삶에 대한 생각,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서 또 묵언. 이렇게 한 시간 정도가 이어진다. 의식이 주로 묵언으로 진행하니 종교가 다르다고 참여 못 할 이유도 전혀 없다. 참선이나 이곳의 묵언이나 여기서는 그대로 한 몸처럼 느껴졌다  

다음에 들른 원달마센터는 한국의 원불교가 미국에 세운 포교 전진기지이다. 삼성 회장 부인이 쾌척한 100억 원의 보시금도 이곳 건립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건물은 미국의 유명 건축가가 지었는데. 어찌 보면 우리의 한국불교전통문화원과도 느낌이 흡사했다. 주로 참선, 요가, 태극권, 한글교실, 아침저녁 예불 등의 프로그램 진행과 건물 관리 일체를 9명의 교무님이 담당하고 있었으며 모든 프로그램과 교재들은 외국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반야심경의 경우도 영어로 완전히 뜻풀이한 상태에서 목탁에 맞게 띄어서 읽을 수 있도록 영어 예불문을 만들어놓았다. 교무님은 우리 대표단에게 현재의 템플스테이가 좀 더 대중들과 깊숙이 호흡하려면 지금의 다양한 문화체험 이외에도 명상에 중점을 두고 그것에서 힐링 체험이 가능하도록 해야 향후 재참가율이나 지속적인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속 쓰린 이야기지만 미국에서는 원불교가 우리보다 두세 발자국은 앞서 나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튼, 그곳에서 오랜만에 정성 어린 한국 음식으로 기력을 되찾은 우리는 오메가 센터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힐링캠프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은 광대한 지역에 숙박, 강연, 명상, 스포츠, 산책, 유기농 식당, 서점, 찻집 등이 갖춰진 커다란 힐링 마을이었다. 500여 명의 강사진으로 구성된 다양한 강좌들이 비싼 강사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프로그램 중에는 참전병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극복, 요가, 사춘기 딸과 엄마, 부부 역할극, 가정 농업, 열광의 염불, 사랑의 아카데미, 호흡과 명상, 건강한 식단, 무속적 체험, 음악 치유, 해독 등 삶의 가치를 높이는 325개가 넘는 다양한 워크숍과 강좌들이 8개월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겨울철 4개월 동안에는 일 년 치 강좌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건 아무래도 당분간 한국에선 어려울 듯...,)   

이 밖에도 우리는 영화 위트니스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아미쉬 공동체를 찾아서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전기나 전화도 거부한 채 정해진 옷만 입으며 마차를 타고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과 만나 종교적 순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도 있었고, 뉴욕 불광선원과 백림사, 조계사를 찾아 외국이라는 어려운 여건 아래서 한국불교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신심 깊은 불자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망명 시절 머물렀던 스토니 포인터 센터에서도 하룻밤 묵으며 자구적인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운영진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번 견학 길 한번으로 템플스테이 실무자들이 얼마나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을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찰이 가진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보다 품질 높은 프로그램과 해당 사찰만의 차별성을 구현해 나간다면 템플스테이 10년을 넘어서 새로운 10년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 한 조각씩은 들고 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쉽지 않았던 여정에도 싫은 표정 한 번 없이 즐겁게 동참해주신 스님들과 도반 실무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번에 담아온 세상 이야기를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고 해당 사찰의 프로그램에도 좋은 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리고 올여름에도 나를 위한 행복여행,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많은 분이 행복해지시길 기원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팀장 홍민석

사진1 오메가센터의 명상 미로를 걷는 모습

사진2 퀘이커 스터디 센터 가운데 하나인 Pendle Hill에서 아침 예배 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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