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 [세계 일화 18호] 네팔 세종교육원에서 보낸 영봉스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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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기섭 작성일13-01-04 11:25 조회2,213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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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봉스님 세종 한국 문화와 언어교육원 수업준비중인 모습> <세종 언어교육원 학생이 영봉스님께 보낸 한글 편지>
(네팔 카트만두 발루와따르 소재 <세종 한국 문화와 언어 교육원>은 2008년 개원 이후 네팔 현지인의 생활과 지위 향상 및 일자리 제공을 위한 무료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나마스카? 네팔에서 인사드립니다. 인터넷 뉴스에서 보니 한국은 무더위와 함께 장마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는데 우리 식구들은 피해를 안 입으셨는지 걱정이 됩니다. 이곳도 단 하루가 맑은 날이 없으며 벌써 인명 피해가 여러 명 생겼고 인근 방글라데시는 100명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이 일대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는 약 열흘 전에 네팔로 들어왔는데 학원 업무에 하루가 모자랄 경입니다. 150여 명의 학생들이 아침 7시부터 수업을 하는데 이제는 질서, 예절, 청결, 수업을 임하는 자세 등 무엇 하나 나무랄 것 없이 안정되어 있는 모습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답니다. 한마디로 정성이 깊으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요즈음은 실감한다고나 할까요. 인도나 네팔을 다녀가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서남 아시아인들의 위생관념이란 그다지 좋다고 할 수가 없거든요.
저의 학원 학사 관리는 이렇습니다. 문화, 예절,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청결, 성실, 시험, 숙제입니다. 100점 만점에 총 열 개 분야를 10점씩 계산해서 등수를 주는데 그 중에서도 예절과 성실 그리고 청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결을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반야심경을 보면 불구부정(不垢不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 뜻은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뜻으로 본래는 마음의 근본 자리를 이르는 말인데 이 지역 사람들은 이 말을 생활에 접목시킨다고 하며 불필요한 물건은 모두 길에다 버립니다. 그러면 개, 소, 돼지, 닭, 염소 등 모든 동물들이 그것들을 먹이로 삼아 청소를 해주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부처님께서도 탁발하여 공양을 드신 다음 반드시 손발을 씻고 가부좌를 하셨다고 모든 경전에 씌어 있겠습니까?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살았으니 그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야 만무하겠지만 요즈음은 석유를 재료로 한 플라스틱이 나와서 그것을 동물들이 섭취하면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슬퍼 고민하다 이 항목을 넣어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허나 지금은 학원뿐만 아니라 그 주위도 깨끗해져 가고 있습니다. 사실 속으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진실이 깊으면 반듯이 통한다는 것! 자연은 물려받아 잠시 빌려 쓰고 또 물려줘야 한다는 것! 그러기에 오늘도 잔소리만 늘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답니다.
cafe.daum.net/dreamofhimalnaya. 『히말라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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