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화 | [세계일화 9호] 활동가편지- 라오스에서 이동도서관 첫발 내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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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민호 작성일12-07-04 15:32 조회2,111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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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 쌈본 화계 초등학교 마지막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쌈본 초등학교는 화계사의 지원으로 신축된 학교이기에 '화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은 올해 처음 시도되는 사업으로, 지부에서는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할 만큼 기대가 컸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차량도 구입하고, 자원 활동가들을 모아 프로그램 구성도 해 왔지만, 라오스 정부와의 길고 긴 MOU 때문에 애초 4월에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 9월까지 미뤄졌다. 대신 방학기간인 6월부터 8월까지는 기본적인 프로그램과 도서 일부만 가지고 학교별 이동도서관 시범운행이 이뤄졌다. 그때 처음 선택되었던 곳이 쌈본 화계 초등학교였다. 방학 때는 30명 남짓 모였었지만 정규운행 첫날은 개학 이후라 70여 명의 학생이 이동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이들은 도서가방이 열리자 책으로 모여들었고, 각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큰소리로 읽어나갔다.
아직 어려서 글을 잘 못 읽는 학생들은 자원 활동가들이 읽어줬는데, 책을 읽어주는 언니 오빠 앞에 동그랗게 모여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라오스의 글자는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몇 가지 알파벳을 외우면 금방 익힐 수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도 글을 읽는 것이 그리 원활하지는 않다. 학교에서 물론 글을 배우지만, 읽을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30여 분의 책 읽는 시간이 끝나면 50여 분 정도의 다른 활동이 이루어진다. 매회 스토리텔링,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율동, 게임, 종이접기, 단체연극 등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고, 대부분 내용은 현지 자원 활동가들이 직접 모여 구상했다.
그리고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은, 선생님의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한 달 내내 늘 '같이 하자'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풀이 했던 것이 이제야 통하게 된 것인지, 선생님 한 분이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며 “이건 게임하는 거고, 이건 마술이고, 스토리텔링도 준비했다”고 하시는데 무언가 울컥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끝나자 우산을 쓰고 하나둘씩 흩어졌고, 우리가 지나갈 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라오스는 아주 천천히, 우리가 아닌 그들에 의해서, 점점 변화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라오스 이동도서관 버스는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 희망을 싣고 흙길을 달린다. 글- 지구촌공생회 라오스 지부 프로젝트 매니저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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