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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세계 일화 18호] 템플스테이와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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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기섭 작성일13-01-04 11:19 조회2,2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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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6Fullbright Camp 미국 청소년들 템플라이프 - 스스로 만든 연등을 불전에 올리고 삼배 후 기념촬영!>

 

우리 아이가 마음을 많이 다쳐 건강하지 않습니다라는 부모님의 부탁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온 고등학교 여학생이 하나 있었다. 첫날 예불문의 의미를 가르쳐주면서 삼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불교에서 세 가지 보물로 귀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답이 참 재미있었다. “목탁이요” “설마! 목탁은 금방 깨지기도 하고 불 붙으면 금방 없어져 버릴 걸?” 다음 답들도 여전히 불교적 상징물들에 머물렀다. “승복?” “절인가?” 그래서 질문을 달리 했다. “네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야?” 그랬더니 바로, “정신건강이요한다.

아픈 아이의 입에서 나온 정신건강이라는 말에 왜 문득 가슴이 짠하게 아파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정신건강이라는 것은 비단 아픈 아이의 바람에 그치지 않는다. 템플스테이를 찾는 많은 신체 건강한 정상인들의 공통 모티브로 꼽히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선센터에서 템플스테이 소임을 맡아 한 지 삼 개월 정도 되었나 보다. 산간에서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문득 인연되어 다시 시작한 도시생활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는데 그런 내게 힘이 되었던 것이 바로 템플스테이를 통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국적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관심은 언제나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참 고무적이다. 물론 한국 방문의 특별한 체험으로서 템플스테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이와의 대화의 귀결점도 결국은 자신의 삶과 그 속에서 대처하는 자기 자신의 문제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위치와 여유를 가진 이들이나, 세상에 흥미가 넘쳐날 시기의 훤칠하고 의욕적인 청년들에게나, 혹은 이미 불혹을 넘은 연배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삶의 공통 문제에서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문제에서는 언제나 어린아이와 같다. 그래서 절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다든지,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다든지, 잘 모르지만 그냥 무작정 명상에 관심이 있다든지 하는 이유들이 템플스테이 참가동기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이 템플을 찾아와서 이 시간만이라도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어 자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그리고 관성적으로 돌아가는 두뇌활동과 긴장을 멈추고 실질적 의미에서 쉴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것이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로서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으면 찾아오는 이들마다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고, 이렇게 열린 대화는 서로를 북돋는 힘이 되어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나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선센터 주변을 쉴 새 없이 달리는 자동차와 도시의 소음도 자신과 마주하려 앉은 집중된 마음에는 잠시... 무음이 된다. -국제선센터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초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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