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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세계 일화 21호] 인생의 어둠 밝혀준 법화경, 스마트폰 어플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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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기섭 작성일13-01-04 14:58 조회2,5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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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한 지 벌써 25년이나 지났건만, 나는 생사를 초월한 깊은 깨달음을 아직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음의 안락을 불법 가운데에서 얻었다. 어느 날 난데없이 암 진단으로 수술을 받고, 그 독한 항암주사도 일말의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순전히 무상(無常)의 이치 덕분이었다. 금강경의 공사상에서 샘솟는 환희를 느꼈고, 무엇보다 법화경에서 마음의 평안과 자신감을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무아와 무상()의 도리만 알고, 일승사상으로 대표되는 참된 실상의 이치까지 헤아리지 못했더라면 그것은 끝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법화경여래수량품에서 뭇 생명의 근원이 본래 태어남과 죽음이 없는 여래의 한량없는 수명임을 마음 깊이 확신하게 된 덕택이다.

면역력이 무너져 내리며 갈수록 신경만 예민해져서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어둠 속에서 법화경 CD를 틀어놓고 밤새 들었는데, 누워서도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찬 감격을 주었다. 사실 법화경 CD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내게 이토록 절실한 구원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스마트폰에서 법화경 어플(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예전에 오디오를 통해 듣던 것보다 훨씬 좋은 음질로 편리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법화경 어플이 개발되기까지에는 많은 이의 원력과 땀이 깃들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안 진보 씨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처음 안 진보 씨를 알게 된 것은 2009년 겨울 무렵 한참 항암치료 중에, 인터넷카페 게시판에 우리말 법화삼부경 mp3” 음반을 무료로 보내드린다고 연락처를 남겨놓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07년 봄에 경전음반을 처음 만들어서 여기저기, 해외 한국사찰에까지 보냈는데도 상당 분량이 남았다. 그래서 무료로 보내드린다는 공지를 올리자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천 장이 넘는 CD가 금세 동이 났다. 안 진보 씨도 그렇게 음반을 받은 분 중 한 분이었다. 어느 날 법화경 CD를 받은 사람이라며 만나보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몇 번을 거절했지만 꼭 한번 뵙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가 매우 진지했고 법화경 CD가 정말 좋다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경전 CD의 가치를 알아주는 마음이 참으로 고맙게 여겨졌다. 그래서 좀 무리한 부탁이 되겠지만 용기를 내어 선뜻 그에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경전 음반을 만든 것이 전부예요. 하지만 이것을 바쁜 현대인들이 좀 더 쉽게 접하고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도록 어플로 개발해주세요. 나는 머리도 안 돌아가고 몸도 약해서 만들 수 없지만, 나보다는 더 똑똑하고 건강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법화경 CD로 좋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해도, 사실 처음 만난 사이에 심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말을 나는 행여나 기회를 놓칠 새라 얼른 말해버린 것이다. 그후 미디어포교에 관심 있는 분들과 연결되어 여러 사람들의 노고와 땀방울들이 모여, 16개월 만에 모바일로 아무 때나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법화경 어플이 출시되었다. 기본 어플 개발비만 해도 1억이 훨씬 넘게 들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플레이스토어나 티스토어 또는 웹스토어 같은 데서 법화경을 검색하여 3000원 정도 내고 한 번만 다운로드 받으면,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법화경 전체를 다 들을 수가 있다. 수익금에 관해서는 다른 경전 어플을 개발하는 데 쓰기로 했으며, 우선 무량의경관보현보살행법경어플을 개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 한다.

오늘날처럼 돈과 명예를 최고 가치로 인식하는 저급한 자본주의 세태 속에서, 자신의 재물과 열정을 다 바쳐 경전 말씀을 현대인들에게 전하려고 애쓰는 그를 보면 선재동자가 떠오른다. 앞으로 우리들도 다양한 경전 어플을 개발하는 데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리라.-혜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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