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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서양인 신부의 성철 스님 특강(서강대 종교학과 베르나르드 세네칼 교수)...연합뉴스 08.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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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8-12-22 11:20 조회2,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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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없이 못살 정도로 변했다"

서강대 종교학과의 베르나르드 세네칼 교수는 캐나다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17년간 공부해 가톨릭 신부가 됐다. 한국 불교에 심취해 불교를 배우는 그가 18일 저녁 서울 견지동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관에서 '내가 본 성철과 한국 불교'라는 주제로 공개 특강을 했다.

프랑스에서 가톨릭 사제로 입회한 그는 2004년 파리7대학에서 성철 스님의 선(禪)사상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5년부터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특강이 시작된 저녁 7시 전부터 강의실은 학생과 중년 불자 등 200여 명이 들어차 호기심 어린 눈빛과 배움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서명원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갖고있는 그가 강의 도중 '팔자가 사납다'거나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말을 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고유의 선불교를 이해하는데 언어의 장벽이 가장 컸다고 토로했다.

"성철 스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백일법문'은 경상도 사투리 입말투에다 내용도 어려워 저에게는 한국어가 아닌 또 다른 나라 말로 들렸습니다. 불교 입문의 계기가 됐던 송광사 구산 스님의 글도 처음에는 한참을 읽어도 어디를 읽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넓디넓은 바다에 빠졌는데 잡을 지푸라기조차 없는 느낌이었다"며 "그때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접하면서 복잡다단한 분류가 종합적으로 정리되고 체계가 잡혀 12연기법과 중도사상이 다가왔다"고 술회했다.

서 교수는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규정하고 성철 사상 덕분에 선(禪) 수행의 길잡이를 얻었고 한국 불교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창기 한국 불교 학계로부터 '서양 예수쟁이가 뭘 안다고'라는 배타적 태도에 힘들었지만 "성철을 통해, 중도 사상을 통해, 불교의 문을 열고 깊이 들어갈 수 있었고 거기서 스스로 채울 수 있었다"며 "선수행을 꾸준히 해오면서 '부처님 없이는 못살겠다'고 고백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약 50분간의 강의를 마치고 가진 1시간 가량의 문답 시간에 가톨릭 신부 출신으로 불교와 기독교 신앙을 병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외국어를 배운다고 모국어를 잊는 건 아니다"며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는 우위가 없다. 두 종교는 공존하는 것이다. 다만, 개인적 신앙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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