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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한국불교, 세계에 알리려 영어로 강의"-재미 사업가 조일환(중앙일보 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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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리틀붓다 작성일09-06-08 22:31 조회2,0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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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환 교수가 불교학과 학생들에게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동국대 제공]

“한국 불교, 세계에 알리려 영어로 강의” [중앙일보]

재미 사업가인 조일환 동국대 불교학과 객원교수

“불교학과 학생들에게 불교 영어를 가르칩니다. 학인 스님(대학에서 공부하는 승려)과 일반 학생이 반반인데…재미있는지 지각·결석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어요.”

동국대 경주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조일환(72) 객원교수는 목소리가 크고 활기가 넘쳤다. 조 교수는 올해 2월 이 대학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객원교수로 임용됐다.

하지만 그는 은퇴했거나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현역 재미 사업가다. 1974년 미국 뉴욕에서 코만 스포츠웨어를 설립해 지금도 경영하고 있다. 코만은 지난해 연 매출액 2500만 달러에 미국 전역의 3000여 소매업체에 납품하는 중견기업이다. 그런 그가 5년 전 동국대에 입학, 원룸을 얻어 자취하며 학부 4년 과정을 마쳤다.

“미국인들이 불교 신자인 걸 알고는 가끔 ‘불교가 뭐냐’고 묻는데 속시원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불교를 공부하자 싶어 아내에게 사업을 맡겨 놓고 만학도가 됐습니다.” 그는 대도시가 싫어 경주 동국대를 선택했다. 성적우수 장학금을 4차례나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이면 미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챙겼다.

“공부해 보니 불교가 더 어려워졌어요. 하지만, 불교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터득했습니다. 서양의 가치관은 상하와 흑백 등이 있지만 불교는 원과 같은 세상이다. 원 안은 구별만 있지 우열은 없는 세상이라는 겁니다.” 그는 이 논리를 지난번 경주를 찾은 댄 버튼(71·14선) 미국 하원의원에게 들려 주었더니 입을 딱 벌렸다는 것이다.

조씨는 불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96년부터 한미불교진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1월 말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150만 달러를 기부했고 한국불교 프로그램 개설 방안도 협의 중이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 불교가 티벳(달라이 라마)·베트남(틱 낫한) 불교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들보다 영어 실력이 떨어져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래서 그는 불교 종단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조씨는 2007년 불교 전공 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해 해외연수 기금 50만 달러를 동국대에 선뜻 내놓았다. 이번에 객원교수 제안을 받고 불교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관광상품은 템플스테이(절에 머무는 것)”라고 단언한다. 한국 산사에서 참선을 체험한 미국인은 대부분 친한파가 될 정도로 인기라는 것이다. 그는 “이걸 확대하고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제 스님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미국 속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그는 84~92년 뉴욕 한인학교 이사장을 지냈다. 20년 전에는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학의 한국학과 설립에 힘을 보탰다. 미국 코넬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 한국 관련 서적을 기부했다. 그런 노력이 알려져 조씨는 지난달 미국 이민자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엘리스 아일랜드상’을 받았다.

“미국 사회는 성실한 미국 시민이면서 동시에 자기 말과 자기 문화를 지키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자신들에게 없는 하나를 더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는 노력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조씨는 객원교수로 한국 체류를 연장하면서 이번 학기엔 아예 미국에서 자란 외손자와 외손녀를 데려왔다. 더 늦기 전에 한국말과 한국인임을 가르치기 위해 경주의 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전학시킨 것이다. 

경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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