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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북한이탈주민 3만명 시대, 불자는 없다(下)(불교신문 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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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17-01-10 15:56 조회1,3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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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쉼터 14개 中 불교 2곳

개신교에 비해 ‘친절성’ 떨어져

생활·눈높이 맞는 포교책 시급

탈북자 한 명 한 명이 남북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게 될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불교의 미래는 깜깜하기만 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제3국에서 북한선교에 뛰어들고 있는 타종교 단체들의 활동은 차치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에게 불교를 알리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북한이탈주민 3만명 시대, 탈북자를 위한 포교책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남한 사회에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탈북자들에게 종교와의 첫 만남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 현장 활동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탈북자 94%가 탈북민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퇴소하기 이전부터 이미 종교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종교단체의 관여가 가능한 국정원과 탈북민정착교육기관에서 종교를 처음 접한 것을 계기로 교화되는 탈북자 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나 중국, 제3국에서 공격적인 선교를 펼치고 있는 기독교에 비해 활동이 전무하다시피한 불교가 남한에서도 탈북자 지원에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탈북자 정착 지원 쉼터 14개 가운데 10여 개는 기독교 계열로 분리된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곳은 2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고향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탈북자들에게 취업과 육아 등 자립을 위한 현실적 도움이 가장 필요하지만 정작 불교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신교의 경우 탈북민들에게 생활비와 용품 지원은 물론 탈북자 간 모임을 주관하는 등 근거리에서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자 포교에 관심있는 목사나 장로들 간 네트워크도 체계적으로 형성돼 있다. 탈북 대학생에게 장학금 지급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지심 사단법인 통일바라밀숲 대표는 “개신교의 경우 자본주의 사회를 처음 접하는 탈북민을 위해 해당 지역에 있는 교회를 배치해 이들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알려주며 인연을 쌓는다”며 “실제로 1년 동안 매달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 교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불교는 뚜렷한 ‘중심’ 없이 표류하는 모습이다. 서울 불광사, 국제선센터, 안성 칠장사, 수원 수원사, 청주 용화사 등이 명절이나 김장철마다 이들을 위한 법회와 행사를 열고 있지만 사찰 간 협력 체계는 없다. 탈북자 포교에 관심 있는 스님이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에게 거주지를 제공하는 등 개별 활동에도 나서고 있으나 개인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포교사 개인, 스님과 사찰의 개별 역량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탈북자 포교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현재 조계종 포교원은 포교사 교육 책자에 탈북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과 ‘새터민 전법단’ 구성 등을 고려중이지만 정작 탈북자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못한 상태다. 탈북자와 이들을 위한 포교방안에 대한 연구도 미진하다. 탈북자 지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조계종 포교사단이 하나원에서 매달 탈북자들을 위한 가정체험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체계적으로 포교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일부 관심 있는 단체나 개인의 역량으로는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사기관에서부터 시작된 종교 단체와의 인연이 정착을 위한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지면서 탈북민들이 쉽게 교화되는 흐름을 볼 때, 종단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포교책을 내놓거나 스님과 사찰, 포교사들 간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탈북민정착교육기관에서 활동하는 홍성란 포교사는 “탈북자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 지원과 종교 활동을 한번도 한 적 없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포교책이 필요하다”며 “가족을 두고 떠나온 탈북자들에겐 <부모은중경> 같은 공감 갈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는 경전 해설이나 김장이나 한복입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했다. 탈북자들에게 불교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접근도 필요하다. 김장 김치 만들기, 한복입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 개발, 역량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는 거점 사찰 운영, 담당 스님과 재가자 배정을 통한 관계 맺기 등이 답이 될 수 있다. 

2013년 탈북해 하나원에서 사찰 가정체험을 한 것을 계기로 청주 용화사 불교대학을 졸업한 송금주 씨는 “고향을 떠나온 탈북자들에게는 소속감과 안정감이 절실하다”며 “생활용품이나 생활비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리도 같은 종교인,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면 불교를 믿는 탈북자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통일 이후 한국 불교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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