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소식

세계일화 | 은사 스님을 추모하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17-06-29 12:33 조회1,318회 댓글0건

본문

지난 57일 뉴욕의 병원에서 지병으로 입적하신 대한불교조계종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당 연화정사 주지 성원스님의 49재가 워싱턴 연화정사와 서울 법장사에서 진행되었다. 이 글은 49재 회향일에 제자 여철스님이 쓴 추모글이다.

          

 

스님, 스님이 안 계신다는 것이 저희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스님 오래 편찮으실 때도 그렇고 스님이 열반하신 지금도 그렇고 스님을 생각하면 여전히 저의 얼굴에는 대책 없이 미소만이 번집니다. 스님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미소를 주는 천진한 마음의 티 없이 맑은 분이셨습니다. 스님은 특히 한 번도 저희 제자들에게 마음의 구겨짐과 그늘짐을 보이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아니 애써 그렇게 하셨기보다 스님의 걸림 없는 경계가 그렇게 높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스님, 공항에서 마지막 뵙던 작년 8월의 모습이 달리는 기차 밖 등불의 환영처럼 어른거립니다. 스님께선 절망적인 위암 말기의 판정 속에서도 병마의 위력에 조금도 굴신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어찌 몸의 무상함을 통찰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러나 스님께선 아직 자신의 사명을 마치지 않으셨다는 이 사바와의 약속의 절실함이 더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스님께서는 저희 제자들의 앞날을 하나하나 걱정하며 더 열심히 정진하여 우뚝할 것과 제자들이 화합하기를 거듭 당부하셨습니다.

스님께선 약 8개월의 항암 치료 기간에도 쉬시는 법이 없이 연화정사를 미주 한국 불교의 한 축으로서 자리매김 시키기 위해 애쓰셨고 연화정사를 새로운 시대의 불법 홍포의 세계적인 메카로 만들기 위한 수많은 구상들을 쏟아내셨습니다. 세계 종교 전통의 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구상들, 세계 종교 평화 영화제에 대한 플랜들, 트럼프 시대의 백악관 내 베삭 법회 청원 운동을 위한 새로운 전략들. 듣기만 해도 희망으로 충천하는 아이디어들로 행복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스님께서 금방 이렇게 저희 곁을 떠나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님의 문자의 간격이 벌어졌고 생사의 문제에 즉했다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스님께선 얼마 후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스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일본으로, 인도로, 다시 미국으로, 30여년의 그 길고 긴 구도의 여정이 얼마나 외롭고 고단하셨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스님의 굽이굽이 질곡의 강물의 여정은 대해에 이루어 황혼의 금빛으로 출렁이며 장엄한 승리의 노래를 울리고 있음을 비로소 듣습니다.

스님, 이제야 저희들은 깨닫게 됩니다. 스님의 꿈이 한국 불교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혜초나 의상, 원효와 다르지 않았음을. 1700년 한국 불교사에 흐르는 영원히 죽일 수 없는 불멸의 구도 정신의 현현이었음을. 스님께서 그 꿈을 결국은 실현하셨음을.

스님, 스님께선 실로 이 시대의 혜초, 이 시대의 의상과 원효셨습니다. 스님은 타클라마칸을 열 번 이상 넘으신 구법의 승리자셨습니다. 스님은 실로 대륙과 대륙을 수십 번을 넘나드셨겠죠. 그것은 일찍이 세계 불교의 일원으로서의 한국 불교의 위상을 선구적으로 선취한 정우 큰스님의 뜻을 이어 받으신 것이기도 합니다.

스님께선 결국 한국 불교 역사의 지형 속에 거대한 물줄기를 뚫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곳으로부터 수많은 물줄기들이 뻗쳐나가 세계의 대지를 붓다의 법으로 적셔나감이 저희들의 사명의 비전으로 현시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스님의 위대한 여정을 거듭 더듬고 또 더듬습니다. 스님의 삶은 우리의 외면과 내면의 유루의 상을 투시하는 불멸의 거울로서의 기념비입니다.

스님, 이제 저희들은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 박이에 들어붓는 것만이 스님에 대한 최상의 추모임을 압니다. 스님, 저희들의 영원한 스승으로서 항상 저희가 가는 길을 밝게 비추어주소서. 그리고 부디 이 땅에 하얀 연꽃으로 다시 오시어 사바의 무명을 부수는 위대한 용기를 북돋아 주소서.

은사 스님 49재 회향일에 제자 여철 올림.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