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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평등의 가르침이 세상 모든이들에게 함께하길 _ 여주포커스 0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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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8-09-03 17:26 조회2,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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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가르침이 세상 모든이들에게 함께하길

제2차 종교문화체험행사를 마치고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야~ 임마!!’ 라고 한다. 여러 가지의 호칭 중에
유독 싫어하는 이유는 그 말에 깔려있는 자신들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6~17일 이틀에 걸쳐 이주노동자 여름야유회와 종교문화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얼마 전 이주노동자 친구들의 컨테이너 숙소를 찾았을 때 덮쳐오던 폭염이 떠올라 하루라도
시원히 보낼 수 있는 야영을 해보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마침 일요일 종교문화체험이 계획되어있던 터라 토요일 저녁 야영과 일요일 종교문화체험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야영의 꽃은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국가별 음식을 준비하기로 해서인지 짐들이 많았다.
기대감에 들떠있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이것저것 옮겨 싣고 있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임마!!” 누굴 부르는지 궁금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나와 눈이 마주친다. 하지만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인지라
아니다 싶어 다시 짐들을 챙기고 있는데 이번엔 욕이 함께 날아온다. 깜짝 놀라서 나를 부르는 것인지 되묻자
그렇다며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사람이라고 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외국 사람들과 섞여있어서 외국 사람인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오히려 그 돌변하는 태도에 심사가 뒤틀려 “아저씬 외국인을 부를 때 항상 그런 식으로 부르냐” 며 쏘아주고는 뒤돌아섰다.

이미 한국말이나 한국 사람의 느낌에 익숙해 있는 친구들이 이 상황을 다 알아채고는 난처한 기색을 보인다.
나 또한 이들이 겪었을 무수한 상처에 미안해서 야영지로 떠나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이틀간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참으로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외국에서 일하느라 얼마나 힘드냐며
방값은 안 받을테니 하룻밤 더 묵어 가라시던 민박집 아주머님의 고마움도 가슴에 담아왔고,
다문화 종교순례지였던 풍수원성당의 신부님은 우리를 위해 순례자 기도회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무엇보다 야영지의 이방인 팀이었던 우리들을 특별하지 않게 대해주던 간현유원지를 찾은 야영객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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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체험의 체험글인데 너무 곁가지로 흘렀나 보다. 2차 종교문화체험 천주교편은 강원도 횡성에 있는
풍수원성당에서 진행되었다. 박해를 피해 지금의 풍수원마을에 모여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던 신앙촌에서 출발한 성당은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찍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00년의 시간이 오히려 경건함을 더 했고 본당 앞 느티나무 그늘은 사랑의 실천을 강조했던
그리스도의 품처럼 따뜻하게 순례자를 맞아주었다.

1일 천주교 해설사로 나선 강수천 님의 안내에 따라 본당에 들어서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든다.
아하, 의자대신 방석이 놓여져 있다. 경외의 대상에게 스스로를 낮춰 무릎 꿇어 참회하고
성도분들과 눈인사를 나누기엔 바닥에 앉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 같다는,
그래서 구관이 명관일 수 있다는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설사의 안내로 천주교 미사방식과 고해성사의 의미 그리고 성물들에 대한 설명과 한국천주교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천주교 박물관 관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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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의 보호를 위해 온도가 항상 18도로 맞춰진다는 박물관에는 초기의 성서와 성물 그리고
당시 신부님들 복색과 풍수원 성당의 역사가 담긴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천주교가 꿈꿔왔던 ‘모든 인간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진리를 얻기 위해 순교를 마다하지 않았던
초기 신자들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등지고 첩첩산중으로 스며들면서 까지 신앙을 지켜왔던
신자들의 손때 묻은 유물들을 보자니 우리 모두는 종교적 차이를 넘어서는 숭고함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목숨보다 소중하게 신앙을 지켜왔던 그리스도의 사랑의 가르침이, 천주교인들에 의해
그늘진 곳에 빛이 되고 썩어가는 곳에 소금이 되어졌음을 알고 있다.

이젠 모든 사람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초기의 가르침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져서
민족적, 국가적, 인종적, 종교적 차이를 넘어서 모두가 평등한세상-만민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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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이주민지원센터 사무국장


여주포커스 2008.08.21 일자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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