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포교논문

한국불교,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미산스님(중앙승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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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08-12-23 14:17 조회3,0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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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국제불교 교류위원회 세미나
2004년 12월 14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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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미산 스님

                                                                             (중앙 승가대학교 교수)

 

1. 머리말

2.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 방안

3. 한국불교 수행법의 세계화 방안

4. 한국불교 문화의 세계화 방안

5. 한국불교 인터넷을 통한 세계화 방안

6. 맺는말

  1. 머리말

  “숭산스님의 입적으로 그 동안 몇몇 스님들에 의존하던 한국불교의 세계포교는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종단은 이에 따라 국제포교를 담당할 인재양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상대 사찰체험을 늘리는 등 제도적인 지원을 통한 조직적인 해외포교에 역량을 쏟기로 했습니다......아직도 외국인들 사이에 중국이나 일본 불교의 아류쯤으로 인식되는 한국 선불교를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 불교계의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숭산 큰스님의 열반 소식을 전하는 2004년 12월 3일 KBS 9시 뉴스의 한부분이다. ‘한국불교의 세계포교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말’이 아주 인상 깊게 들린다. 스님 한분의 입적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빨간불이 켜졌단 말인가? 그렇다. 사실상 현대 한국불교의 외국인 포교는 숭산 큰스님께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큰스님은 이 시대 해외포교의 마지막 보류였다. 종단차원에서 조직적인 해외포교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시행해온 적도 없고 역량있는 인재들을 양성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숭산스님 입적, 불교 해외포교 기로에’라는 공영방송의 말이 더욱 공감이 간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부 산하 국제불교 교류위원회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게 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뜻 깊은 세미나가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외포교의 체계적인 종책을 마련하여 지속적인 실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길 바라면서 논의에 임하고자 한다.

  한국불교를 세계화하여야 한다는 말은 수년전부터 계속 거론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세계화해야 할지는 충분히 논의 되지 않았다. 한국불교 무엇을 전할 것인가, 즉 한국불교의 특성, 그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보광스님께서 맡아주셨고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필자의 몫이다. 일관성 있는 논의를 위해서 보광스님께서 제시한 한국불교의 특성 범위 안에서 그 특수성들을 차별화하여 전할 수 있는 방법과 정책은 무엇인가를 다루고자 한다. 물론, 보광스님과 다른 의견이 있으면 언급하겠지만 전체적인 내용과 틀은 미리 보내준 논문에 의거하려고 한다. 한국불교,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 이 논문 한 편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자세히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각 분야마다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큰 틀과 방향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3가지 관점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논하려고 한다. 첫째, 한국불교의 사상과 교학을 해외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둘째, 전통적인 간화선 수행과 더불어 신앙적인 측면이 강한 제반 수행을 세계화하는 방안이 무엇인가? 셋째, 한국불교의 문화를 어떻게 세계에 알릴 것인가? 이와 같이 한국불교의 교학ㆍ수행ㆍ문화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정보화 시대의 가장 효율적인 매체인 인터넷을 통한 한국불교 세계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2.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 방안

  영국유학 시절에 필자는 부탄 출신 티벳불교 전공자와 원전강독 시간에 교리해석의 문제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교리에 대한 해석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장시간 동안의 격론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특수한 교리해석도 불교의 보편적 핵심사상인 연기-공-중도의 범위를 벗어나 있지 않음을 동의하면서 토론을 마무리했었다. 불교 교학 이해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논의는 서로 다른 불교 교학 전통과 문화를 가진 불교학자들이 만나면 늘 대두되는 문제이다. 불교학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불교핵심사상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토대로 각 불교 전통의 특수한 해석과 창조적 적용이 전제되었을 때 생산적인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 방안을 논함에 있어서도 불교이해의 보편적 토대 위에서 어떻게 한국불교의 특수한 성격을 부각시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불교사상의 공통적 정체성에 대한 한국불교학회의 교학적 체계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를 정확히 가름해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역경전 중심의 학문풍토 속에서 팔리어ㆍ범어 장경과 티벳장경에 대한 연구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경전의 해석과 경전을 바탕으로 한 교리의 연구 성과가 한국불교학자들에 의해서 몇 권이나 공용어인 영어로 출판된 전적이 몇 권이나 될까? 굳이 양적인 분량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불교핵심사상인 연기-공-중도 등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세계불교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한국불교학자가 쓴 영어 논문이 있을까? 한국불교학계의 불교핵심사상에 대한 국제적 연구 성과와 수준은 아직 취약한 실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이해의 보편적 토대인 불교핵심사상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교학의 특수성을 부각시킨 체계적인 연구도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광스님은 한국불교의 교학적 특성을 논하면서 신라시대 원효대사의 일심(一心)과 여래장연기설(如來藏緣起說), 고려시대 보조선사의 진심(眞心), 조선시대 서산대사의 유심(唯心)이야말로 각각 시대적 국난 극복을 위한 근간사상으로서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용성스님의 대각(大覺)사상과 한용운의 “님” 사상도 원효대사의 여래장연기설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조국통일의 염원(念願)을 담은 일념(一念)사상이야말로 여래장사상의 새로운 표현으로 21세기 한국불교가 세계에 선양해야 할 주도적 사상이라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로 통합된 한국불교의 교학적 특징을 일관성있고 통일성있게 부각시켜 세계불교학계에 전하는 방법이 시대적 문제의식을 선도해가는 장점도 되겠지만, 스스로 한국불교 교학적 특징의 범위를 너무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여래장 사상이 한국불교 교학의 특징이라고 단정했을 때 오히려 각 시대별 한국불교 교학의 다양한 특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한 시대별 불교사상가들의 기본적 자료들에 대한 번역과 연구를 선행하여 영문화하는 것이 한국불교 교학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길이며 세계불교학자들에게 더 다양한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불교관련 영문서적의 발간이 시급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동안 한국불교학의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막상 이를 위한 한국불교 관련 영문서적의 발간은 큰 전진이 없는 상태이다. 위에서 언급한 시대별 대표적 고승들에 대한 주요 저서조차도 일부 고승들의 저서를 제외하고는 영문으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보조전서 영역본』은 이미 로버트 버스웰 교수에 의해서 영문으로 번역 발간되었고『원효전서 영역본』이 하와이대학 출판부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산대사, 용성스님 등의 전적들도 우선적으로 영문화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불교 1600년 동안 한국불교도들에 의해 찬술된 불교전적을 집대성한『한국불교전서 영역본』의 출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이 전서는 한국불교학의 정수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불교학계에서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으므로 한국불교 연구의 영역본 기본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런 고전의 번역과 아울러 현대한국불교의 교학적 수준을 대표하는 전적들을 선별하여 영역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학문적 작업을 수행할 만한 인적인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은 실정이므로 지금부터 서라도 체계적인 인재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해외대학 한국학과 석ㆍ박사과정 학생 지원-한국불교학 전공학자 양성

  유럽과 미국에서의 남방불교, 일본, 중국, 티베트 불교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비교해 볼 때,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거의 도외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외국학자는 세계적으로 몇 명에 불과하다. 이번 가을에 천태종 금강대학교에서 개최한 ‘한국불교 국제학술회의’에 초청되어 온 외국학자들을 보면 이미 단골 한국불교 전공교수들이다. 그로 인하여 논의의 다양성, 새로운 주제의 발굴, 논의의 심화에도 한계가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설사 세계 명문대에 한국불교학 전공교수를 채용하려 해도 자격을 갖춘 전공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금년 봄에 옥스퍼드 대학교의 리챠드 곰브리쥐 교수가 한국에 방문에 하여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오찬하는 자리에서 한 다음의 말이 이런 실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설사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 한국불교학 강좌를 옥스퍼드 대학교에 개설하고자해도 한국불교를 가르칠만한 교수를 초빙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단기간 내에 한국불교 전공자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전공자를 양성하는 길밖엔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제적 수준의 연구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BS는 해외문화사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외대학 한국학과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와 몽골국립 대학교의 한국학과 지원사업과 미국 하바드 대학교 한국학 관련 교수직을 신설하는 등 세계화시대에 한국의 정체성과 위상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종단에서도 이미 해외대학에 설립되어 있는 한국학의 석ㆍ박사과정 학생들이 한국불교학 관련 논문을 쓸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여 우수한 한국불교학의 교수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학과가 있는 대학이라 할지라도 한국불교학 전공교수가 없는 곳이 대부분 일 것이므로, 한국의 대학내에 한국불교학을 전공한 교수들의 온라인 상에서 인테넷 동영상강의를 듣고, 방학동안에 직접 해당 한국대학의 교수를 방문하여 오프라인 상에서 논문지도를 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해외대학에 설립되어 있는 한국학 석ㆍ박사과정의 장학제도와 함께 외국대학의 한국학 전공교수들에게 한국불교학 연구 지원제도를 마련하여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일 수도 있다. 이미 이들은 한국어를 습득하고 있으며 한국학 자료에 대해 친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분야와 연관시켜 한국불교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된다면 한국불교학의 외연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불교학자들의 어학능력 강화와 세계적 권위의 한국불교 국제학술지

  한국불교에 대한 국제적 토론을 주도할 수 있는 한국학자의 숫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음도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에 있어 극복해야 될 문제이다. 한국불교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을 해외의 한국학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보내 영어로 한국불교학을 공부하도록 하면, 한국학생들의 취약점인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유학했던 대학의 한국학이나 한국불교학의 강좌를 온라인상에서 영어로 수강하여 학점을 인정받게 된다면, 어학능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강한 동기유발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연수뿐만 아니라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의 해외 불교학자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연구발표도 정례화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위상을 인정받는 한국불교 국제학술지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동국대의 BK21 불교문화사상사 교육연구단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기 시작한『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는 한국 불교계에서 발행되는 최초의 영문 학술지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질 높은 연구물들이 게재되고 지금처럼 불교학계의 명망있는 학자들이 참여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한국불교학술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학술지 이외에도 1-2개의 국제전문학술지가 더 발간될 때 한국불교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불교 수행법의 세계화 방안

  전 세계적으로 수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대한불교 조계종은 몇 해 전부터 종단 일각에서 한국불교 중심수행체계인 간화선이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수행방법을 재정립하는 작업에 본격 나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을 중심으로 수행지침서 발간준비에 나섰으며, 새해에는 공청회나 학술세미나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거쳐 간화선뿐 아니라 위빠사나 등 현재 행해지고 있는 각 수행법에 대한 현황을 조사, 분석해 간화선을 바로 세운다는 계획이다. 종단적 차원의 대책수립과 함께 이번 동화사 담선법회와 같이 선원의 중진 수행자들과 선학 전공자들이 공개담론을 함으로써 불교수행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진작시키고 있다. 여러 가지 불교유사수행법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한국불교 수행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세계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선종을 표방하고, 그 구체적인 수행방법으로 간화선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불교 수행의 세계화 방안을 논함에 있어 크게 두 가지의 입장이 있다. 첫째는 간화선만이 최상승 수행법이고 한국불교는 이 수행법을 제대로 전승해왔으므로 이를 세계화할 책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간화선 수행방법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수행법들도 수용하여 각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의 두 가지 입장에 대하여 논의해 보자. 조계종단의 종지종통이나 역사적 당위성을 거론치 않더라도 한국불교는 선종의 가풍을 전승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종주국인 중국은 이미 사라져 한국에서 간화선 전통을 다시 받아들이는 상태이고 일본불교에는 임제종에서 겨우 명맥 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불교의 간화선 수행 전통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간화선만이 최상승 수행법이라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수행법이 최상승이라고 주장해서 최상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법을 통해서 수행자의 삶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깊은 안목이 생길 때 굳이 최상승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최고로써 역할을 하고 훌륭한 수행법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최고라고 주장하기 전에 이 극도로 변화된 지구촌 환경 속에서 인류를 근원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 사상과 실천법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것이 간화선이라면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구촌 시민들이 공감대를 갖도록해야 한다. 특히 한중일 삼국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정서적 삶의 양식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잘 이용하면 간화선 전통을 중국에 복원시켜 줄 수 있다. 한국불교 단독으로 간화선을 세계화하는 것 보다 선수행의 종주국인 중국에 이식시켜 중국에서 간화선법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불교 사이에 간화선 수행체험 교류행사가 올해로 7년째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간화선을 중점적으로 전승한다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선맥이 단절된 상태에서 순수한 간화선 전통을 다시 복원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실무자들에 의하면 한국측 스님들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성지순례의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측 스님들이 한국의 사찰에 오더라도 간화선만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형식적인 교류가 아니라 좀 더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한 가지 방안으로 양국의 선원 간에 직접적인 교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육조 혜능대사가 주석했던 사찰에 선원을 개설하도록 도와주고 한국의 선원과 자매 결연을 맺도록 한다. 결제 때마다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한국 수좌스님들을 선발하여 중국의 선원에서 안거를 하며 간화선을 지도하도록 지원하고, 반대로 중국에서는 간화선을 배우고자 하는 스님들을 종립선원인 봉암사, 혹은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의 선원에 받아들여 결제동안에 집중적인 간화선수행을 하도록 한다. 이런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이 몇 년간만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의 선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중국에 가서 간화선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실력을 갖추어야 함으로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이며, 중국의 수좌들이 한국의 선원에서 함께 생활하므로써 선원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불교도 이와 같이 내용있는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간화선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간화선의 중주국인 중국을 한국불교의 수행을 세계화하는 교두보로 삼아 간화선을 서양과 그 밖에 나라에 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세계화 방안이라 생각한다.

  한국불교 수행의 세계화에 대한 다른 의견은 간화선 수행법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간화선만이 훌륭한 수행법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다른 수행법들도 적극 수용하여 각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포교원에서 간화선뿐 아니라 위빠사나 등 현재 행해지고 있는 각 수행법에 대한 현황을 조사, 분석해 자료집을 발간했고 내년 초에는 교육원에서 간화선 지침서와 함께 한국에서 행지고 있는 위빠사나, 염불, 주력, 간경, 사경, 참회 수행 등 다양한 수행법들의 연구물을 간행할 예정이다. 이 계획의 목표는 간화선을 바로 세우고 불교수행법과 아봐타나 마음수련 등 불교유사수행법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여 종단차원에서 수행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종단에서는 간화선을 주창하고 있지만 실제 스님들과 불자들은 여러 가지 수행법을 복합적으로 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일본 등의 종파불교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한국불교 수행법의 통불교적 성격이라고 한다. 만약 종단의 지침에 어긋난다 하여 강력히 규제하여 간화선 이외의 모든 수행법을 단속한다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이것은 한국불교 수행문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일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방법보다는 현실의 수행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수평적 문화구조 속에서 간화선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다. 간화선 지침서 발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간화선 이론과 실제행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종립 간화선 국제선센터와 연구소를 설립하여 종단적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간화선은 한국 수행문화의 주류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이 될 것이고 다른 다양한 수행법들도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발전하도록 자연스럽게 수용하면 좀 더 풍부한 한국불교의 수행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이런 포용적이고 열린 자세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보안하여 상호 발전적인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상생의 수행문화 속에서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창조적 현대불교 수행법의 개발도 가능한 것이다. 다음은 한국불교 문화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4. 한국불교 문화의 세계화 방안

  서양에선 자료와 홍보 부족으로 인해 전문가와 동북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 한․중․일의 문화를 비교 할 때 한국 문화가 중국 또는 일본 문화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독창적이고 독자적인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근거는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결과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부인 할 수 없다. 한국문화 전체가 이런 현실에 처에 있으니 한국전통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불교문화의 세계적 인지도는 얼마나 되겠는가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런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세계화 할만한 불교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육성해야 한다. 특히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탬플스테이와 같은 수행공동체 문화와 국제연등축제처럼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불교축제문화를 특화하여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불교 수행공동체문화의 세계화

  2002년 월드컵 대회 때 붉은악마의 역동적인 응원공동체와 탬플스테이의 정적인 수행공동체가 세계인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양의 선진국 사람들은 동(動)과 정(靜)이 조화된 공동체문화를 보면서 강한 향수와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정적인 한국공동체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하안거와 동안거 문화이다. 전국 90여개의 선원에서 2300여명의 수선납자들이 모여 3개월간의 치열한 자기개발 수행에 몰입한다. 이런 안거문화가 남방불교 국가에도 있지만 하안거만 있고 모든 수행센터가 이 안거일에 맞추어 수행프로그램을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광스님 지적대로 모든 본사에서 안거일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한국불교의 독특한 안거 수행문화임에 틀림없다. 1970년대 조계총림 송광사 구산 큰스님께서 서양인 제자를 선원에 입방시켜 외국인들을 지도하셨고 2주전에 입적하신 숭산 큰스님께서도 한국과 세계 각처에 국제선원을 설립하여 외국인 제자 육성에 온 몸을 바치셨다. 이런 큰 스님들의 법력으로 그나마 외국인 재자와 출가자들이 각자의 조국에서 혹은 한국에서 한국불교를 홍포하고 있다. 미국 UCLA 대학교에서 한국불교학을 강의 하고 있는 로버트 버스웰 교수,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틴-스티븐 베췔러 부부 등은 구산 큰스님의 지도로 승려생활을 했던 분들이다. 맹목적으로 서양문화를 추종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사상과 문화가 불교 안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만행』의 저자 현각스님을 비롯한 대봉스님, 무상스님 등 걸출한 외국인 제자들이 숭산 큰스님의 유업을 이어갈 스님들이다.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스님들은 한국의 수행공통체에 대한 신선한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환속해서도 한국의 선원에서 수행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떳떳이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선방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외국인들이 한국의 선원에 방부 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각 주요 선원에 외국인 스님의 자리를 만들어 한철에 몇 명은 의무적으로 방부를 받도록하는 것을 종단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종립 국제선원을 몇 개 설립하여 외국인 스님들이 와서 마음껏 정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제대로 수행한 외국인 스님 한 사람 배출해 놓으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원은 2년 전부터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승려들을 대상으로 '교과안거(安居)'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한국인 승려들이 사미계를 받고 강원이나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선원에 가길 원할 경우 해제철을 이용하여 참선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장』 『선요』와 같은 어록을 공부하도록 한다. 외국인 승려들에도 이런 제도를 적용하여 교과안거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 동안에는 기본선원에 받아들여 이들이 선수행을 집중적으로 하도록 하여 이것이 수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월정사에서 성황리에 실시된 단기 출가 프로그램을 외국인들의 실정에 맞게 잘 정리하여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가 외국에서 유학할 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중에는 한국의 수행공동체 생활을 동경하여 출가를 원했던 사람이 몇 있었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지금도 출가할 의사가 있냐고 연락해 보았더니 단기 체험해 보는 것은 몰라도 평생 출가자의 삶을 사는 것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했다. 한달 정도라면 마음을 내어 출가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은 외국인들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외국인 단기출가 프로그램은 국제선원의 스님들의 해제기간 동안에 실시하면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스님들과 한국인 습의사 스님들이 참여하여 지도하면 될 것이다.

  한국의 강원 교육도 철저한 수행공동체 생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가 사미승들은 강원에서 수행자의 생활 규범을 익히고 교학을 연찬한다. 외국인 승려들은 언어장벽 때문에 뜻은 있어도 강원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승려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여 먼저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어학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강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한국불교의 특성과 역사 그리고 간화선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탬플스테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금년에 이미 지정 사찰이 정해졌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승려생활을 하며 수행체험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와 프로그램 개선 등의 노력이 없이는 좋은 성과를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먼저 불교에 대한 소양과 어학능력이 겸비되어 있는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사찰 환경이 아름답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면 그 실효성이 반감될 것이므로, 내용을 알차게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용을 채울 사람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포교원에서 국제포교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국제포교사의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대부분 국제포교사 업무가 봉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어서 전문성도 떨어지고 꼭 필요한 시기에 실력있는 국제포교사를 쓸 수 없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승려 국제포교사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에서 포교영어를 4강좌 이수한 학인스님들에게 국제포교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어 올해 처음으로 4명이 합격하였다. 이런 제도를 동국대 선학과나 강원에도 확대시켜야 한다. 특히 어학에 소질이 있는 학인스님들을 발탁해 특별교육을 이수하여 자격시험을 보아 국제포교사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 불교축제문화의 활성화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문화적인 경쟁력을 갖추느냐이다. 매년 부처님오신 날을 즈음해서 진행되는 국제연등축제는 이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문화축제로 자리 매김되었다. 이와 함께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불교유적지가 산재되어 있는 경주에 세계불교문화 페스티발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현대불교미술, 불교도예, 불교음악, 범패, 선무용, 그리고 선무도 등 다양한 한국 불교문화를 보여 주고 다른 나라의 불교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도록 하여 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로 여겨지는 연극 난타, 야단법석 등과 같은 불교와 연관된 극단을 적극 지원 육성해야 하며 이번에 러시아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같은 양질의 불교 영화를 많이 제작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야 한다. 또한 채식문화가 전 세계에 점점 확산되고 있으므로 웰빙 명상음식 페스티발을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인도나 유럽 등지의 유명한 명상센터에 가보면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해주는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웰빙음식을 준비해 준다. 이 음식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몸에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깔끔한 한국사찰음식의 맛도 세계의 명상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세계 명상음식 축제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없애기 환경보호 캠패인 일환으로 발우공양의 시범을 보이고 종교적 의식이 담긴 육법공양과 다도 의식 등을 선보이므로써 문화교류를 통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 갈 세계불교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축제도 활성화해야 한다. 아름다운 경관과 레저시설을 갖춘 백담사 만해마을을 잘 활용하여 만해 세계불교청소년 캠프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포교원 산하 불교청소년단체인 파라미타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런 국제적인 행사를 하므로써 단체의 위상도 높이고 불교청소년들에게 불교적 미래세계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각종 국제불교대회 유치와 불교단체와의 실질적인 교류

  2000년대 들어 다양한 국제불교대회를 유치하여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렸다. 2002년 참여불교세계대회를 시작으로 금년에는 세계불교청년포럼과 세계여성불자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하여 한국불교들의 저력과 특수성을 세계불교도들에게 각인시켰다. 대규모 국제행사들은 성격상 실질적인 교류를 하기에 부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를 세계에 알리고 다른 불교도의 발전 동향과 최신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종단은 이런 국제불교대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으며 그 결과 원불교가 한국의 현대불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일부 외국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필자가 총무원 사회부장으로 있을 때 세계종교평화회의 사무총장을 만나 대화한 적이 있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원불교(圓佛敎)는 ‘오리지날 불교’(原佛敎)이고 불교는 변형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점이었다. 원불교는 오래전부터 해외포교의 전략을 세워 국제불교대회에 적극 참여하여 세계불교인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므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인지도보다 원불교의 인지도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옥스포스대학 출판사에서 발행된 불교개론서, “Buddhism: Introducing the Buddhist Experience"(by Donald W. Mitchell, 2002)란 책을 보면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불교개론서 중에서 가장 상세히 한국불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현대불교에 대한 글에서 원불교를 한국불교의 한 종파로 인식해 한국불교의 현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앞의 책, 303-305쪽) 이는 한국에서 원불교는 독립된 신흥종교로 활동하고 있지 불교의 한 종파는 아니라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는 한국불교의 한 종파로서 행세를 하기에 이런 세계적인 출판사의 책에서도 각주하나 없이 사실처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불교도우의회나 아시아불교평화회의 등의 국제대회에 종단차원의 참여와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대규모 집회성 국제대회는 외형적인 교류이며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를 위해서 외국의 불교단체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는데 더 효율적인 방안일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불광산사와 통도사, 해인사 등의 사찰과 자매결연을 맺고 문화공연, 전시회 등 직접적인 교류를 활성화시켜가고 있다. 또한 불광산사에서 로스엔젤레스에 설립한 웨스트 대학교의 초청으로 동국대의 학인스님들과 일반학생들이 영어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한다. 유사한 불교단체 간의 실질적인 유대관계를 강화해가면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5. 한국불교 인터넷을 통한 세계화 방안

  지금까지 한국불교의 교학, 수행, 문화를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 장에서는 위에서 논의 한 콘텐츠를 어떤 방법으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알아본다. 물론 인터넷 국제포교의 구체적인 방안과 기술적인 면은 좀 더 전문성있는 논문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과 대략적인 방향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우리는 현재 21세기 정보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보사회란 한마디로 정보혁명, 컴퓨터 혁명 또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부터 파생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사회구조 전반에 걸친 정보와 지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사회가 정보사회인 것이다. 이 정보화 시대의 매우 효율적인 통신매체가 인터넷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은 단순한 통신매체로서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인터넷 영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전자상거래와 각종 민원서비스, 여론조사, 게임과 오락매체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 밖에도 휴대전화, PDA, MP3, ebook 등 새로운 미디어가 개발, 보급되면서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종교의 영역에도 이미 이런 매체들이 이미 깊게 침투되어 종교 전파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이버 법당, 사이버 선원 등이 온라인상에서 매일 아침 아침예불을 올리고 참선을 하는 그룹도 있다. 한국불교의 네티즌의 신행활동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만 바꾸면 세계불교인들이 같이 동참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동시적ㆍ비동시적 활동과 대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필요할 때 접속하여 저장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용자 중심의 시간개념이 만들어져 비동시적이고 인터넷은 전자매체이기에 국경 등의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잘 이용하면 매우 효율적인 국제포교를 해낼 수 있다. 연두 기자간담회에서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선 인터넷을 통한 국제포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종단의 핵심사업 중의 하나로 채택하여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금년 후반기에 약간의 예산을 확보해 인터넷 국제포교를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갔다는 최근의 소식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아직 시작단계에 있으므로 한국불교 인터넷 국제포교의 방향설정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한국불교를 연구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의 번역이 시급하다.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향은 알찬 내용이 있는 정보와 유용한 정보가 있을 때 ‘즐겨찾기’목록에 표시하여 다시 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다. 즉, 필요한 정보들이 풍부하게 올라와 있을 때 관심있는 네티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한국불교를 연구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를 영어, 일어, 중국어로 번역하여 홈페이지에 올려놓아야 한다. 우선 영어 텍스트를 번역해야 하는데 이미 번역된 『보조전서 영역본』이나 곧 출간될『원효전서 영역본』을 출판사와 섭외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아야 한다.『한국불교전서 영역본』과 같이 아직 출간되지 않은 출판물에 대해서는 종단에서 예산지원을 하므로써 영역본을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위와 같은 전적들은 한국불교 교학의 전공자들을 위한 자료이지만 일반 외국인들을 포교하기 위한 책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도 곧 착수해야 한다. 특히 포교원에서 교양대학 신도 교재로 새로 출간한 『불교사의 이해』(Understanding Buddhist History)와 『불교의 이해와 신행』(Understanding and Practice of Buddhism) 등과 같은 책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홈페이지에 올려놓아야 한다. 또한 한국불교사와 한국불교학 개론서 등을 전자북(ebook)형태로 제작하여 인터넷에서 보급하면 좋을 것이다. 필자가 최근 인테넷에서 구입한 프레비쉬(Prebish)와 기욘(Keown)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불교 전자북』(Buddhism the ebook)을 열람해 보았다. 주요한 단어나 개념에 사전이 링크되어 있고 풍부한 보조 자료들을 재공하고 있어 온라인 학습교재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전자책의 출판은 이제 시작에 불과 하기 때문에 지금 바로 착수하면 선진화된 한국불교 인터넷 포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국불교 수행법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사이버 국제선원을 개설하여야 한다. 몇 가지 정진 코스를 마련하여 형편에 따라 등록하도록 한다. 아침 정진, 저녁정진, 혹은 주말 정진 등을 구분하여 동영상을 보며 수행하도록 하고 정진시간마다 간단한 소참법문을 해준다. 또한 인터뷰 시간을 마련하여 수행지도를 한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국제정진법회를 열어 회원들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한국의 국제선원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넷째, 해외에 있는 한국동포들은 부처님오신 날을 즈음해서 펼쳐지는 국제연등축제를 관람할 수 없어 못내 아쉬워한다. 다음해부터는 인터넷 생중계를 하므로써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세계불교도들이 온라인상에서 동참하도록 하면 큰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의 예산으로 정보화 사업단이 진행하고 있는 사찰문화재 전산화 작업은 사이버 사찰문화기행을 할 수 있도록 기본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밖에 불교음악, 범패, 선무용, 그리고 선무도 등 다양한 한국 불교문화 자료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구비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상영했던 한국불교 관계 명화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화엄경”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을 모아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 밖에도 인터넷 사찰음식 요리강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세계인들이 인테넷 상에서 한국불교문화를 체험하고 꼭 한국의 사찰을 방문하고 싶도록 유도할 수 있는 홈페이지 운영을 해야 한다.

6. 맺는말

  지금까지 한국불교의 교학ㆍ수행ㆍ문화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논의해보았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인들이 흘러가는 많은 정보들 속에 한국불교에 관한 정보를 보고 강한 호기심과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잘 가공해야한다. 필요하면 자기네들이 찾아와 한국불교를 배워 가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로는 한국불교를 세계화할 수 없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좀 더 적극적인 전략과 전술을 구가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방안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장ㆍ단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총무원, 교육원, 그리고 포교원간의 국제관계업무에 대한 원할한 역할 분담이 이루져야 한다. 먼저 주무 부서를 정하고 각 원에서 관련 실무자를 차출하여 한국불교 세계화 추진팀을 구성해야 한다. 몇 명의 전담 간사를 두어 교학ㆍ수행ㆍ문화 분야의 콘텐츠를 수집하고 개발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전문 관리자를 두어 항상 신선하고 살아있는 한국불교 세계화 홈페이지가 되도록 관리 되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다 할지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재가 없으면 그림에 떡과 같다. 외국인 스님들을 많이 양성하여 그들이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서 포교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한국불교에서 10-15년 이상 체류하며 수행과 학업에 열중한 사람, 즉 3급 이상의 자격을 갖춘 승려는 본국으로 돌아가 해외거점 사찰을 설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재가 있더라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자금이 없으면 어떤 일도 실현하기 힘들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본사로부터 거두어 들인 분담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금년에 통합한 대한불교조계종 문화사업단이 자리를 잡으면 여러 가지 수익사업들을 구상하여 그 수익금으로 한국불교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시작하며, 새로운 대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지구촌 시대의 이 열린 문을 통해서 다양한 불교문화가 유입되고 또 이 문을 통해서 한국불교의 문화가 세계로 전해진다. 밖으로 나가는 한국불교가 안으로 들어오는 불교와 차별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이거나 반대로 국수주의적으로 보일 정도로 편협하고 특수하다면 한국불교 세계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불교적 보편성의 바탕 위에 한국불교만의 독특함을 현대적으로 잘 조화시킨 “창조적 한국불교” 만이 지구촌 시대의 불교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산스님 프로필 -

 미산스님은 백양사에 출가한 이래 수행과 교학에 전념해왔다. 고불총림 운문선원과 봉암사에서 선수행을 하였다. 스리랑카와 인도에 건너가 불전언어인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연구하였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의 찰나설의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바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고불총림 백양사 참사람 수행원 원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상도선원 선원장과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Ven. Misan Sunim has been a monk in the Korean Seon(Ch'an/ Zen) tradition for thirty-five years. After his formal training in Buddhist meditation in Korean monasteries, he enriched his practice by pursuing theoretical aspects of Buddhist teaching in universities. He has spent over ten years studying early Buddhism and its scriptural languages(Pali and Sanskrit) in Sri Lanka, India and finally at Oxford University. He worked as a senior fellow at the Center for the Study of World Religions at Harvard University and the director of Social Affairs Department at the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He currently works as a main master of the Sangdo Meditation Center and teaches at Joong-ang Sangh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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