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제 17차 WFB(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를 개최한지 22년 만에 여수에서 열렸던 제 26차 WFB와 제17차 WFBY 한국대회는 많은 것을 한국불교계에 각인시켜 준 국제 불교 모임이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외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한국불교문화에 감동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계언론을 비롯한 많은 불자들은 중국불교대표단의 출국이나 회장 사무총장의 조기 귀국에 더 관심과 비중을 두고 대회가 파행으로 가지 않았나 하는 듯 보도해서 이번 대회를 보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조계종과 중앙신도회 WFB 지역본부가 유치해서 치룬 대회였다. WFB 헌장에 의하면 WFB 지역본부(지부)만이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내용적으로는 조계종 산하 호남 6본사가 주축이 되고 여수지역 사암연합회가 동참한 가운데 조계종과 중앙신도회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준비와 진행은 여수사암연합회가 주도하고, 진옥스님이 집행위원장을 맡아서 사무국을 이끌면서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역할을 했다. 조계종과 중앙신도회는 측면 지원을 했다고 할 수 있으며, WFB 본부가 협력하여 이번 대회를 그런대로 원만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국불교계로서는 대형 세계대회를 개최한 경험과 인력 부족으로 100%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참가자들이 보기에는 성공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결과는 우리의 국제대회에 대한 열등감과 평가와는 다르게 외국에서 온 참가들은 대체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호감과 이번 대회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불교계는 다소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음을 느꼈는데. 이런 부분 역시 언어장벽에 의한 소통부재가 낳은 아이러니가 아닌가 한다.

참가들은 진지하면서도 한국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프로그램을 즐겁게 소화하는 모습을 취했으나, 정작 이 대회를 앞에서 이끌면서 조정해야할 당사들인 우리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해서 오히려 안타가운 일이 되고 말았다.

수송과 방 배정 등 등록 수속에서 참가자들에게 다소 피로감을 주었고, 첫 날 채식 준비 부족으로 많은 채식 주의자들의 빈축을 샀으나 다음날 아침 바로 해결했다. 그만큼 다른 불교도들은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는 좋은 기회였다.

중국불교대표단의 트집이 12일에 일어났다. WFB 총회가 열리는 12일 아침 중국불교대표단은 티베트 대표가 본회의장에 있는 한 본회의에 참가할 수 없다고 WFB 본부 의장단에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다람살라에서 온 티베트 대표단도 엄연히 WFB 지부 자격으로 참가했고, 망명 정부 전 수상 삼동 린포체와 인도 지역에서 온 다른 린포체는 본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람살라 망명정부 종교문화부 소속 WFB 지부 대표 두 명은 본회의에 참가할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대표단은 이들 두 명까지 퇴장하라고 WFB 본부 사무총장에게 항의성 요청을 했다. 이에 사무총장은 이들은 당연히 지부 대표로서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려주었지만, 중국 대표단은 막무가내였다.

이에 팔롭 사무총장은 티베트 대표단에게 이런 사정을 알리고 본회의 진행에 협조하는 뜻에서 밖에서 중국대표단과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조율해주었으면 한다는 요지의 설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세한 전말을 모른 일부 언론이 사무총장이 티베트 대표를 퇴장시켰다는 보도를 냈다.

이 문제는 오전 본회의가 끝나고 개회식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항의소동이 발생했고, 우여곡절 끝에 WFB 회장이 개막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게 되었다, 하마터면 WFB 회장이 불참한 개회식이 될 뻔했다.

그렇지만 참가자들은 개회식 식전행사에서 보여준 불교합창제에 감동을 크게 받았다. 동시통역기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영어 사회가 있었으면 했고, 사회자 가운데 한 사람은 영어 사회자였어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여론이었다. 참고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여론이다.

개회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대회사를 통해서 “한국에서 다시 만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990년 세계불교도우의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이후 불교는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노력으로 바야흐로 ‘불교’는 동양을 대표하는 종교로, 서양의 정신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사상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불교는 이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념이자 사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WFB 한국대회가 세게정신문화 변화의 기폭제가 되어, 불교가 전 세계인의 사상적 대안으로 논의되고, 인류에게 회향하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님께서도 환영사에서, “한국불교는 1천 7백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한민족의 정신문화형성에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민족문화의 근간으로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 가운데 70%가 불교문화재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사찰들은 거의가 명산대천에 자리 잡고 있으며, 법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조계종과 공동으로 유치한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조계종의 유일한 공식 신도단체입니다. 신도단체에서는 출가승단을 외호하면서 재가불자로서의 신행생활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 중앙신도회는 경제적 자립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수익사업기관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재가불교단체를 선도하는 역할과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중앙신도회가 WFB의 한 지역본부로서의 활동상을 소개했다.

13일 학술대회를 마치고 오후 보살계 수계법회에는 참가자 전원이 동참했는데, 한국불교 보살계 수계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다. 14일 비지니스 포럼은 WFB 본부에서 주관한 포럼이었고, 참가자들의 반응이 컸다. 14일 오후 엑스포 관람은 참가자들에게 한국경제와 산업 그리고 IT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사찰순례였다.

화엄사와 송광사를 순례한 참가들은 한국의 전통 사원과 풍광에 압도되고 사찰음식에 매료되어 어쩔 줄 모르는 탄성을 자아냈다. 어떤 참가자들은 한국사찰의 장판 때가 묻은 방에 앉아서 점심을 먹어보기 위해서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불교는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했다. 한국불교가 세계화하는데 기본은 갖추고 있으나 정작 이를 운영하는 주체나 콘텐츠는 아직 요원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성과 쇄신결사가 마무리되면 이런 분야에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는 나에게 두 번째 경험이다. 22년 전에는 조직위원회 사무차장으로 이번에는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참여했다. 이제 한국에서 언제 또 WFB 대회를 개최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더 이상 실무진으로 참여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22년 전 제17차 대회나 이번 대회에서 느낀 결론은, 참가자들에게는 전연 문제가 없었고 대회를 준비하는 우리의 경험과 인력이 문제였음을 절감했다.

국제대회는 국제회의의 경험이 있는 자들의 모임이고 무엇보다도 언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대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운영하는 주체는 국제대회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언어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전문가들이 담당해야한다는 결론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문제는 여실하게 나타났다. 경험부족과 언어장벽으로 인한 편견과 오해는 결국 대회진행에 파열음을 내게 되고 직책은 맡았지만, 역할을 못하는 부적합한 입장에서 대회운영에 보탬이 되지 않았음을 목격하게 됐다.

또한 불교도대회에 참가하여 사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종교적 신념이 다르면서도 불교를 위한다는 것과 예산확보에 협력한다는 명분으로 대회를 그릇되게 인식하는 일부 몰지각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할 점으로 대두됐다.

이번 WFB 한국대회는 한국불교계로서는 큰 결실을 거둔 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사찰환경과 수행생활 공동체에 감동을 받았다는 점이다. 한국불교는 희망이 있음을 발견한 대회였다.

그리고 본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님이 WFB 본부 부회장에서 명예부회장으로 추대되고 WFB 공로메달을 받았으며, 진월스님이 조계종 몫의 본부 부회장에, 국제 불교 활동전문가인 이치란 박사가 WFB 본부 집행이사에 선출된 것은 한국불교계의 큰 수확이 아닌가 한다.

또한 본 중앙신도회 차기 회장으로 출마한 이기흥 수석부회장님께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여 12일 환영만찬회에서 세계불도들에게 한국불교의 중흥발전과 세계불교들의 단합으로 세계평화를 이룩하자는 건배사를 하여 세계불교도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5박 6일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폐회식에서 대회선언문을 낭독하고 제26차 WFB 한국대회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 여러 가지로 애쓰신 모든 분들의 봉사정신과 협력으로 이런 국제대회를 개최했다는 점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면서 소회의 일단을 적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