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등불을 밝히고 의지해 공부하라...묘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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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3-02-26 17:55 조회2,282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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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정이 추월림(江水淨以秋月臨)하고 신심생이 제불강(信心生以諸佛降)하시다. 강의 물이 맑으니 가을 달이 비취고 신심이 일어나니 모든 부처님이 내려오시다.” -인천 용화사 송담스님 법문 중에서 |
지난 1999년 여름 하안거를 인천 용화사에서 나게 되었습니다. 도심의 소음 속에 더운 여름이었지만 선지식 스님이 계신 도량이라 참선 공부하기엔 좋은 곳이었습니다. 안거가 끝날 즈음 송담스님 시자 스님이 글 한 점을 내놓으시면서 한철 대중 스님들께서 편안히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20명 대중이 모여서 누구에게 줄 것인가 의논하여 인기투표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1인당 2명을 추천해 많은 표를 얻은 스님이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개표 결과 제가 8표로 그 글을 갖게 되었습니다. 출가 2년차에 큰 글을 받고나니 분에 넘치는 것 같아 한철 내내 친절히 지도해주신 선배스님께 드렸습니다. 그 스님은 다시 다른 스님께 드리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종이의 글이 중요한 게 아니지만, 스님 글을 마음에 새기고 어느 곳 법문을 가게 되면 항상 새기고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몇 년 후 시자 스님에게 정혜사 선방에서 살 때 그 글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시자 스님이 당돌하게 은사 스님께 “은사 스님이 가시면 누구를 의지하여 공부를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부처님 열반 시 자등명(自燈明), 자귀의(自歸依)라고 하셨듯이 스스로 등불을 밝히고 의지하여 공부하면 모든 부처님이 내려오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여름 하안거 더운 날 정진을 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신심이 나서 좌복에 오래 앉는 것이 정진을 잘하는 줄로 알고 열심히 하였습니다. 주변 선배 스님들의 조언을 듣고 무더운 때에는 쉬어주면서 무슨 일이 없나 살피었는데 마당에 풀이 보여서 풀을 뽑으면서 정진하기로 하였습니다. 좋은 일은 남이 모르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어서 스님들 안 보이는 곳에서 풀을 뽑았는데 시자 스님께서 지나다가 보셨습니다. 그때 소임이 다각을 맡았는데 처음 하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는데 대중 스님들께서 어여삐 봐주셨습니다.
선문(禪文)에 “나무 부처님은(木佛) 불에 들어가면 타고 청동 부처님은(銅佛) 용광로에 들어가면 녹고, 도자기 부처님은 놓치면 깨지나 마음속의(心佛) 부처님은 타지도, 녹지도, 깨지지도 않고 누가 훔쳐가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의 부처님은 간절히 염불하고 찾을 때 나타나십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생활 속에서 보살행을 실천해 나가야겠습니다.
[불교신문 2884호/2013년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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