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와 능인선원, 과천 보리수선원에서 10년 간 수행에 전념해 온 최희정(32, 지행)씨. 그녀는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기 전 항상 CD플레이어에 ‘데바 프레말(Deva Premal)’의 음반을 건다. 그리곤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스피커를 통해 전해오는 산스크리트어 만트라의 신비한 음률을 따라 들숨과 날숨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지친 신심에 서서히 평온이 깃들고 마지막 트랙인 ‘Sammasati’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명상은 계속된다.

보험 설계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이호석(41, 법원) 씨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귀에 리시버를 꽂는다. 그리곤 말레이시아 영성 가수 이미우이의 명상음악 MP3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명상이 최근 ‘참살이’의 핵심 키웨드로 부각되면서 명상음악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음악이 번뇌와 업장을 녹일 수 있는 훌륭한 방편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기면 수행의 궁극적인 목표인 무아와 무상을 깨닫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수행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명상음악 가운데에서도 ‘불교명상음악’은 수행자들이 좌선에 들거나 명상을 하는데 있어 수행을 돕는 방편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불교명상음악의 특징은 불교경전이나 진언(만트라)이 갖는 음률감에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명료한 선율과 정결한 음악적 색채가 가미되면서 대중성을 얻고 있다는데 있다.

이런 불교명상음반 가운데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은 크레이그 프루어스의 ‘Sacred Chants Of Buddha(성스러운 붓다에 대한 찬탄)’와 이미 오이의 ‘The Chant Of a Metta(자비송)’, 김영동의 ‘생명의 소리’, 진 마리아 다발의 ‘Ecstatic Zen(무아경)’, 나왕케촉의 ‘Metta(자비)’, 박티 뮤직의 ‘Medicine Budda(약왕부처님)’ 등이다.

명상음악 전문사이트 명상나라 김정희 대표는 “수요가 많은 불교명상음반의 공통점은 작곡가들 대부분이 명상 수행에 대한 풍부한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하는데 있다”며 “깊은 삼매 체험이 전제돼야 마음의 안정과 각성을 돕는 음악을 만들 수 있고 음악을 듣는 수행자들 역시 이를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적 지도자 ‘스리스리 라비샹카르’의 제자인 크레이그 프루어스는 동서양의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명상음악을 만든다. 그의 대표작인 ‘Sacred Chants of Buddha’는 발매 이후 지금까지도 수행자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앨범에 담긴 ‘바즈라 구루 만트라’,‘부담 샤라남’,‘옴 마니 반메 훔’,‘옴 타라’ 등 4개의 만트라는 장엄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쇼 라즈니쉬의 제자인 데바 프레말의 ‘Moola Mantra’는 실크로 수를 놓은 듯이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그녀의 투명한 음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음반은 명상의 깊이와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룬 역작으로 꼽히고 있으며 그녀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음성은 만트라가 갖고 있는 신비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동양철학과 선 등에 천착해 온 국악 작곡가 김영동 씨가 제작한 ‘생명의 소리’는 절하며 듣는 음악으로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애청하는 음반이다. 이 앨범은 일상 생활속에서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참회의 순간에 대한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말레이시아 출신 영성가수 이미 오이의 한국어판 ‘ The Chant Of Metta’는 팔리어로 된 초기불교 경전에 담긴 게송을 음악화한 작품으로 사랑과 자비의 수행과정을 그대로 담은 ‘오디오판 경전’이라 불린다.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가슴에 모닥불을 지피는 듯하다.

특히 불교방송 진행자인 정목 스님의 나레이션이 돋보인다. 또 티벳의 명상음악가 나왕케촉의 ‘카루나(자비)’는 피리를 통해 자신만의 어법으로 고요한 불교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다.

이밖에도 티베트의 전통과 선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테리 올드필드의 음반 등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음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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