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스님 옥천암 주지 (불교신문 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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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일11-04-09 20:57 조회2,297회 댓글0건페이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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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모두 존귀하니 살생하지 말라
어머니가 목숨 걸고 외아들 보호하듯
모든 존재에 한량없는 자애마음 내야
4년 전에 산과 사찰, 문화재, 자연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산에 위치한 가야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다. 산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전기와 물도 안 들어오고 아무것도 없는 가야산 산골짜기에 텐트를 설치한 뒤 생활하다보니 평소 마음껏 먹고 사용하던 일상생활 속의 많은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때 맺은 소중한 인연을 계기로 지금 조계사 앞마당에 천막을 쳐놓고 60일 넘게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참회 정진을 갖고 있으며
오늘 출가열반재일 법회에 법사로 참석해 법문을 하게 된 것 같다. ‘소중한 인연의 씨앗이 이렇게 생겨나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됐다.
사실 오늘 생명결사를 주제로 한 법문은 평생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소중함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해 설파하고 계신 김재일 법사가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불가피하게 제가 대신 법상에 올랐다.
최근 일본 지진과 쓰나미 재해를 지켜보면서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되지만 거대한 자연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감히 온몸으로 전율되어 느껴지는 생명의 소중함과 허무감속에서 말을 붙이기조차 어렵고 죄송한 것이 우리 불자들의 심경일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결사라고 하면 어떤 부분이 우리에게 생명의 가치로서 다가와야 할까. 내 몸이 건강하면 아픈 사람을 봐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또한 죽어가는 사람을 보더라도 생명의 가치로서 내 팔과 다리가 잘려져 나가는 뜻한 슬픔과 고통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친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대성통곡을 하며 슬픔을 나누지만 슬픔을 나누는 실체가 내 것이 아니니 며칠 지나지 않아 잊기 마련이다.
부처님께서 제자에게 남긴 가르침 가운데 첫 번째 계율이 바로 불살생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존귀하니 살생하지 말라는 불살생 계율은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방생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담은 <자카타>를 살펴보면 부처님께서는 생명존귀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며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황금빛사슴이야기와 비둘기이야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도 던졌던 부처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보여주신 부처님의 크나 크 가르침에 절로 감복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부처님 제자로서 부처님처럼 살겠다고 서원한다. 하지만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알고 다가가 안지 못하고 있다. 그때마다 부처님은 어떻게 사셨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생명에 대한 경전을 찾다가 남방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자비경>을 찾게 됐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불자는 마땅히 이러해야 할지니 저 평온의 상태를 체험해서 유능하고, 정직하며, 부드럽고 고운 말을 하며,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 바라는 게 적어 공양하기 쉽고, 소박하고 간소하게 생활하며, 감관이 고요하고, 현명하여 세인들처럼 욕심 부리지 말라. 다른 현자들이 비난할 어떤 일도 하지 말라. 오직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고 안온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길 건 크건 아니면 중간치건 또는 짧건, 미세하건 또는 거대하건, 눈에 보이는 것이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건, 또 멀리 살건 가까이 살건, 태어났건, 태어나려 하고 있건,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야 한다. 다른 이를 속여서는 안 되며 누구라도 경멸해서는 안 된다. 분노 때문에, 원한 때문에 서로에게 괴로움을 끼쳐서도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모든 존재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을 닦아야 한다. 온누리의 가장 높고 깊고 넓은 곳 그 끝까지 모두를 감싸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 미움과 원망을 넘어선 자애의 마음 챙김을 하되 걷거나 앉거나 누웠을 때라도 항상 깨어 있어서 바른 생각을 놓치지 않도록 전심전력하라. 이것을 세상에서는 거룩한 경지라고 말한다. 누구든 이렇게 잘못된 견해를 가까이하지 않고, 계를 지니고, 참된 안목을 갖추고, 감각적 욕망을 탐하는 것을 극복하면 그는 결코 불행의 굴레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듣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경전이다. 자비의 씨앗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비경>을 소개한 것이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자비경>을 독송하며 생명결사에 대한 마음을 다잡아 보기 바란다. 불자들은 참회를 잘한다. 하지만 참회에서 끝나면 안된다. 발원과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참회인 것이다. 참회를 통해 자비심을 키우고 생명결사에 대한 마음도 다잡는 불자가 되길 기대하며 법회를 마치겠다.
정리=박인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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